떨림의 6단계

어느 겨울날 •••

(‘떨림의 6단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계속 심각해지는 더위. 금년도에도 힘들었었던 한여름의 무더위는 무뎌지고, 지금은 여느 때, 가을날처럼 조금은 견딜만한 계절의 시원함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조만간 다시 겨울추위가 다가올 때가 되었네요.

남자들에게는 젊은 그 시절에 있었던 사건들이 너무 가혹하여 평생 잊을 수가 없지요. 당연히 재미는 없습니다만,

오래전 젊은 날, 필자가 군대 생활 최전방 부대, 어느 겨울 밤, 내무반 선배 병사는 정신 훈련이라는 명분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 12시경, 내무반 병사들을 모두 깨워, 빨가벗기고, 팬티만 입도록 하고 집합시켜, 찬바람 몰아치는 벌판으로 따라오라고 하더이다.

그 추운 밤, 그 시각, 기온은 영하 20도, 우리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오들오들 떨리는 상황. 선배 병사는 추위가 겁이 났는지, 나름, 졸병 병사들을 배려한다는 명분으로, 모두 물구덩이로 들어가라고 합니다. 그 추운 밤, 그것도 물속으로 들어가라는데..

기가 막혀 죽을 상황. 그 물구덩이는 몇 개월 동안 식당에서 버린 오물들이 고이고 썩어서, 그 자체가 대단히 더러운 물 웅덩이였지만, 더럽다는 느낌보다는 추위가 조금 가신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이어지는 선배 병사의 다음 명령은 상상을 초월하였지요. 물 밖으로 나오랍디다... 더 떨리지요...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하데요. 그 짓을 몇 차례 반복합디다.

그 잔혹한 시절의 그 때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보고합니다.

(1) 물 밖으로 나오란다. 잔소리 한다. '달~달~달'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2) 또 나오란다. 다시 잔소리 한다. '덜덜덜'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3) 또 나오란다. 다시 잔소리 한다. '바들바들'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4) 또 나오란다. 다시 잔소리 한다. '부들부들'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5) 또 나오란다. 다시 잔소리 한다. '와들와들'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6) 또 나오란다. 다시 잔소리 한다. '워들워들' 떨린다. 다시 들어가라고 한다.

이것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필자의 젊은 날, 너무나도 가혹했던 군대시절에 겪었던 이 기억이 평생 잊어질 수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떨림의 6단계입니다.

우리 나이를 낀 세대라고도 하고, 사변세대라고도 하는 애매한 때에 나서 살아왔는데, 어쩌겠나이까? 세월은 이미 흘렀는데~ 그냥, 그렇게 잊으면서 한 세상 흘러가는 거지요. 뭐~~

율하와 진송 이 재준

* 노래 한곡을~https://www.youtube.com/watch?v=2FCiyeyuF0g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재준 주주통신원  izs41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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