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추석 지나 온 <한겨레>에서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았다. ‘직장갑질 119’가 직장에서 노동자의 갑질 신고를 방치하거나 불이익을 준 사례를 공개한 기사다

‘직장갑질 119’는 2017년 11월 초 만들어졌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17067.html

이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 31.5%는 사내 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50%는 참거나 퇴사한다고 한다. 이런 직장 내 부당한 대우를 바로 잡기 위해 변호사·노무사·노동전문가 등이 나섰다. 카톡방 gabjil119.com를 만들어 하루 12시간 상담하면서 갑질을 고발하고 해법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상담 내용을 꾸준히 <한겨레>와 공유했고 <한겨레>는 30건 넘는 기사를 냈다. 2018년 1년 간 총 제보 건수는 2만2810건(이메일 4910건, 오픈카톡 채팅방 1만4450건, 밴드 3450건)이다. 146명의 노동전문가와 노무사, 변호사 등과 자원활동상담가들이 카카오톡으로만 상담한 시간이 3176시간에 달한다.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68275.html

그러다 2018년 10월 30일 퇴사 직원의 뺨을 철썩 철썩 때리는 양진호 사건이 터졌다. 전 국민은 뉴스타파 동영상에서 직장 갑질의 실체를 똑똑히 보았다. 너무나 놀랐고 충격적이었다.

양진호에 대한 사회적 공분 덕인지 그동안 잠자고 있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2월 21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의 시행을 앞두고 회사가 갖춰야 할 ‘매뉴얼’을 발표했다. 회사가 인식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안내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다.

9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된다. 이제 직장갑질은 사라졌을까? 답은 <한겨레> 지난 16일 기사처럼 ‘아니오’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09578.html

이 기사에서 ‘직장갑질 119는

“법 시행 이전(하루 평균 65건)보다 1.6배 정도 많은 하루 평균 102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하고도 신고 내용을 방치하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노동자 인식과 행동은 바뀌는 것 같다. '직장 갑질'에 참거나 퇴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신고는 늘어나지만 퇴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적 고발까지는 아직은 어렵지 않나 싶다. 그래서 이 법은 해결책이기보다 예방책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당수 회사는 아직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것 같다. 수십 년간 아니 수백 년간 쌓아온 ‘주인과 머슴 간 충성관계" 혹은 '회사와 사장 우선 강요주의’는 법 하나 바뀌었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도 기득권이라고 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30년 전 직장을 다닐 때, 뭐가 갑질인지, 뭐가 성희롱인지, 뭐가 정당한 대우인지도 모르고 다녔다. 다들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니 속상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얼마나 많은 억울한 일을 참고 다녔던 건지... 지금 하나하나 제대로 되짚어보면 말 못한 바보 같은 나에게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이런 과거 직장 풍토는 이제 어떤 젊은 세대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겨레>는 ‘직장갑질 119’와 공조로 직접 발로 뛰는 취재기사를 꾸준히 내주길 바란다. 인식이 바뀌지 않아 행동을 바꿀 수 없다면 그런 행동으로 인해 어떤 책임이 돌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해줘야 한다. 철저한 책임 이행으로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다.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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