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배려, 관대한 마음 가지면 유익한 문명 利器...시끄럽다고만 여기면 싸우게 되는 武器.

 

 

인간에게는 기본 3대 욕구(수면욕, 식욕, 배설)가 있다고 하나 이 외에 중요한 하나가 더 있으니, 고지욕(告知欲)이다. 알고 있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다. 비밀을 안 지킨다는 욕도 얻어 먹겠지만,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오죽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던 전설까지 나왔겠는가.

 

요즘은 각종 SNS가 난무하는 시대다. 시끄럽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 필요도 하다. 그런데도 이게 늘 말썽이다. 시비를 불러 온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는 일이지만 기자도 여러 개 단체 일을 하면서 직접 느낀 경험이다.

 

특히 카톡방은 ‘까톡까톡’ 하는 음성 알림 신호를 걸어놓으면 매우 시끄럽다. 무음으로 해놓고 자주 들여다 보면 별다른 불편이 없는데도 하필 유성으로 지정 해놓고서 시비를 붙기도 한다. “잠 좀 자자” “시끄럽다” “예의·매너 지켜라” "이 방을 나가고 싶다" 등등 어딜 가나 요란하게 다툰다. 물론 혹자는 유성지정 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람은 어떤 일에 집중하거나 바쁘면 시간 가는 줄을 잘 모르기도 한다. 야간에 오래 일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어떤 일을 급히 알려야 할 일이 있을 때 에티켓이나 매너에 치중해 타임을 놓치게 되면 그만 잊어버리고 빠트릴수도 있다. 그런저런 사유로 때때로 생각날 때마다 정성 다해 속히 올리고 알려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별로 쓸모가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올라오는 내용은 다 일종의 정·첩보자료다. 비록 정크라고 해도. 불필요하면 안 읽으면 된다. 일단 성의에 고마운 마음부터 갖는게 좋은 자세 아닐까. 나에겐 불필요해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잖겠는가.

 

흔히 현대를 통신의 시대라고 한다. 일반 가정생활이 아니고 조직이나 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은 꼭 군·경이나 소방서 등이 아니라도 통신수단을 24시간 상시 개방해 놓으면 일상 생활에 유익한 점이 있다. 혹 다른 사람에게 수면 방해 등이 있어 결례가 되기도 하나, 한편 상호 요긴한 점 또한 있는 것이다. 특히 통신원이나 기자 일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통신망을 24시간 오픈해야 기사 첩보나 속보를 적시 접할 수 있다. 물론 기자 정신이 투철하지 않으면 불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서울 흑석동에 사는 정경숙(가명)씨는 자기가 늘상 시비를 붙는 편이다. “밤낮을 안 가리는 ‘톡’소리에 미칠 것 같아요. 참을 수가 없어요. 불편한 시간대에 '톡'이 오면 시끄럽다고 '톡'으로 바로 '톡!'하고 쏴 주는데요, 그렇다고 매번 시비를 붙으면 그 사람도 불쾌해 하니 다투게 되고 인간관계 나빠져서 난감해요” 하고 호소한다.

 

최근 서울과 제주에 삼일민회란 조직이 결성됐다.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코자 하는 단체다. 대의민주주의가 전체적으로 부실하고 국회의원 등이 무능한 가운데 정파 간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고 부정과 비리가 끊임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상당 부분 직접 민주주의를 해보겠다는 취지다. 소위 제법 의식이 깬 사람의 모임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여기서도 톡이나 텔레그램 자료 올리는 것 때문에 다들 다퉜다.

 

'개인 홍보', '단체 선전', 각종 '이모티콘' 등을 마구 올린다. 그러니 어딘들 다르랴! 늘 다툰다는 게 우리의 일상이라면 일상이지만, “이런 거 왜 올리냐?” “직접적인 업무관련 사항만 올려라”, “매너 지켜라” 하고 요란히 떠든다. '잘난 체 하지 마라, 많이 배운 체 하지 마라' 등 아니꼽단 뜻이 포함된 멘트도 많다. 아무리 떠들어도 개선은 안 된다. 이는 사람의 잘잘 못 이라기보다 원천적으로 인간의 심리상태에 기인한 문제로 보인다. 고지욕이다 공익차원 정보제공 위한 헌신 의지, 남 잘난 체 하는 것은 죽어도 못 본다는 심리 등도 존재하는 것으로 읽힌다.

 

구. 서울시안전감시단에도 단체 톡방이 있었다. 거기서도 자주 다툼이 일어났다. “이런 거 왜 올리느냐?” 매번 트집이다. 어떤 때는 시비 붙는 사람 본인도 실수를 더러 저지른다. 시끄럽다고 글 써 올리는 것 자체도 동일한 행위 아닌가. 그래도 남이 하는 실수는 못 봐준다는 식이다. 남이 자기 자랑하는 것 같아 아니꼽다는 투로 붙는 시비도 많았다. 심한 다툼은 결국 일명 단톡방을 없애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밴드로 전환하니 숨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지금은 1000명에 근접하는 신문사기자단 밴드를 운영하지만 시끄럽다는 소린 일체 없다. 밴드의 장점인가 보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그 밥에 그 나물이런가. 최근 가입한 한겨례신문 필진방이나 주주통신원 소통방도 별반 다름이 없다. 인간사회 어딜 가나 마찬가지란 말의 방증이다. 지옥도 천당도 구별이 없을 것 같다.

 

결론은 인내의 문제다. 동료라면 자랑 좀하게 놔두면 어떤가? 톡에 올라온 자료가 나는 불필요 하고 귀찮지만 혹 다른 사람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생각하고, 공익에 유효하다면 다다익선 아닐까 하는 폭넓고 도량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은 너도나도 물론 피로하다. 대통령도 못해먹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정상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은 ‘고피로 고갈등’ 사회에 인간마다 그 자체가 자칫 화약 덩어리다. 어른이든 애든 조금만 '툭' 하고 스치거나 건들면 '톡'하고 터진다. 그래도 이 각박한 상태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지고 포용하자. 속칭 상놈 같은 정치인들이 그런다고 부화뇌동 하지 말고, 착한 양반처럼 살자. 일상 속에서 아량과 품격을 갖자.

 

인간은 고지욕이 누구나 있다. 나도 간혹 실수할 때가 있다는 점도 망각해선 안 될뿐더러 아무리 하찮은 자료도도 정보성을 지니고 있다. 이모티콘 하나도 정보획득이라고 여기면 나쁜 톡은 없다. 톡이 밴드처럼 소리가 조용하진 않더라도 죽을 정도는 아니다. 현대는 정보의 시대 아닌가.

 

만물을 수용하자. 언제나 너그러운 인간이 돼보자. 천지는 불인(不仁)하다 하지만, 인간은 관후장자(寬厚長者)라야 그 덕향이 천리를 가고 만물이 제대로 자란다. 향기로운 인간이 간절한 시대다.

 

편집 : 객원편집위원 김혜성(cherljuk13@nate.com)

김영배 주주통신원  kimyb123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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