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는 휠체어를 밀며 북촌마을을 다녀오는 일정이다.

▲ 북촌 가는 길 사진이 없어서 아쉬운대로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사진으로...

종로에서 인사동을 경유하여 북촌마을까지 왕복 코스라니 힘들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설렘이 앞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중고교 시절 6년간 다녔던 기억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갑자기 순수하기만 했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휠체어를 밀며 탑골공원을 지나 인사동 길로 가려니 외국인들이 많아서 거북이걸음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인도를 벗어나 차도로 가다가 다시 인도로 오르는데, 바퀴가 작동하지 않는 순간 정강이가 휠체어의 금속성 부분에 닿으니 금세 상처가 난다.

‘아야~’ 할 틈도 없이 걸어가는 일행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뒤로 뺏다가 다시 앞으로 나간다. 안국동에 다다르니 풍문여고가 나타나고 조금 지나니 덕성여고가 보이더니 잠시 후에 반가운 정독도서관이 나타난다. 그런데, 언덕길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온 힘을 쥐어짜서 간신히 올라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 시간을 갖는다.

모두 쉬는 동안에 휠체어를 밀고 옛 교정의 운동장을 둘러보는데, 한편에서 태극 모양 바람개비 접기 코너에서 젊은이들에게 접이 체험을 권유하며 하나씩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를 얻어서 오니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다. 모두 선뜻 가려고 하지 않기에 다시 그곳으로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10개 정도를 부탁하니 안 된다고 한다. 몇 번 더 설득한 뒤에 얻어갖고 와서 나눠주니 모두 즐거워한다. 덩달아 나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뒤 두어 군데를 더 둘러보는데 언덕배기 길이 아까보다 더욱 가파르다. 남은 힘을 마저 써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차례 밀고 당기는 동안 그런대로 구경을 마치게 된다. 센터로 돌아오는 길은 완만하기에 아까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수운회관 앞길로 천천히 걷는 내 모습은 행군훈련 후 지친 상태로 부대를 향해 돌아오는 옛 공군사관후보생 시절과 무척 닮은 모습이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센터에 들렀다가 버스에 탑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또 하나의 꿀잠 시간이다. 기사분께서 깨워주지 않았다면 종점을 지나쳐 버스 차고지까지 갈 뻔했다.

옛 추억을 되새기며 태극 문양 바람개비 선물을 안겨주었다는 뿌듯함을 얻은 반면에 사흘 동안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은 유쾌하지 않았다. 다행히 한의사로 근무하는 사랑하는 아들과 대화하며 침 치료를 받는 행운을 누렸으니 감사함의 연속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이 받쳐 주는 나는 매우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 북촌 가는 길 사진이 없어서 아쉬운대로 서울대공원에 갔을 때 사진으로...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통신원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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