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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식뮤직 판타지 13. 모짜르트의 속셈

작성 심창식 편집위원 | 승인 2019.11.28  11: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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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가 오기 전에 진통을 겪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고통이 지나야 비로소 남북통일의 서광이 보이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도래한다'는 탄허스님의 예언이 머리에서 맴돈다. 긴 호흡으로 이 시기를 지혜롭게 견뎌내야 할 것이다. 시련은 영광의 전주곡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나의 생각을 읽은 걸까. 을보륵도 그걸 걱정하는 듯하다.

"그대는 그렇게 되기 위해 현재 한민족이 좀 더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여기는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조선시대에 한민족이 참전계경을 통해 지혜를 배웠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시대적 필연으로 다가오는 시련과 고비는 그냥 견딘다고 되는 건 아닐세. 그를 뒷받침하는 정신적 혁명이 있어야 하는 게지"

"정신적 혁명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고 말씀하시는 건지요?"

"흠, 이를테면 참전계경의 현대적 재조명이랄까"

참전계경으로 정신적 혁명을? 떨떠름한 표정의 나를 보며 을보륵이 질문을 던진다.

"하느님의 선민이라고 일컬어지는 유대민족이 2천 년 동안 나라 잃은 설움을 겪게 된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의 경전인 성경말씀을 실천하지 않고 멀리했기 때문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신의 아들인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참전계경 - 유래와 의미

"그렇다면 한민족이 옛 영화를 잃고 고난을 겪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유대민족의 경우에 비추어 본다면 한민족도 한민족의 경전인 참전계경을 멀리했으며 하늘의 천손(天孫)임을 잊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을밀선사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을밀선사는 극히 소수의 영성추구자들에게만 알려져 있어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인물이다. 을보륵이 그제야 흡족한 듯 미소를 머금는다.

"민족과 국가를 염려하는 사람들 중에 참전계경의 현대적 재조명이나 부활을 꿈꾸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걸세. 하지만 누군가 그 필요성을 절감하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은 달라질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구하려는 자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목적을 추구해나간다. 참전계경의 가치를 알고 있으면서 그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하여 한국민들에게 정신적 혁명을 일으킬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촛불시민혁명도 일종의 정신적 혁명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당연하네. 프랑스 혁명으로 오늘날의 프랑스가 있듯이 말일세. 하늘이 구상하는 미래의 웅대한 계획에 대한민국이 포함되어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지."

을보륵이 옛날을 회상하기라도 하듯이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4천 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조상과 후손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긴 침묵이 흘렀다.

을보륵이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대가 영계에 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짜르트 편지 속 12자리 숫자의 해석과 관련되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을보륵이 잠시 헛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귓속말을 한다.

"모짜르트가 모든 진실을 그대에게 말한 건 아닐세. 알로이지아와의 첫사랑과도 관련이 있네. 또한 그대가 영계에 온 배경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걸 명심하게."

▲ 차가운 사랑과 뜨거운 사랑의 교차

을보륵의 말은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모짜르트가 아내 콘스탄체의 언니였던 알로이지아와의 첫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혹시 12자리 숫자는 핑계이고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나를 동원한 걸까. 12자리 숫자의 해석이 알로이지아와의 첫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알로이지아와의 첫사랑이 더 깊어 보이긴 했다. 알로이지아가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짜르트가 대성통곡을 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후 알로이지아의 동생인 콘스탄체와 결혼하게 된 것도 뜻밖의 일이었다.

어쩌면 콘스탄체와 결혼한 것도 결혼 이후 처형이 될 알로이지아와의 관계를 남모르게 유지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모짜르트의 속셈은 무엇일까. 설마 내가 모짜르트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게다가 내가 영계에 온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가 천계에서 허용 받은 내용은 여기까지일세. 할 말을 다했으니 가봐야겠네."

삼랑 을보륵에게 더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이제 간다고 하니 허무하기 짝이 없다. 아쉬운 마음을 짐작하기라도 했는지 을보륵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한다.

"모짜르트는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그대를 선택했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일이지. 하늘은 개개인의 욕망을 통해 섭리를 이루기도 한다네."

을보륵의 말은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하기만 했다. 을보륵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될 천계의 인물을 통해 내가 영계에 오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모짜르트의 깊은 속셈이 무엇인지도 알아내야 한다. 삼랑 을보륵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모짜르트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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