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까닭은 미세먼지를 숲과 풍수에 얽어서 언급한 글을 신문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글의 결론은 도심에 숲을 조성하고, 외곽의 숲을 간벌하여 밀도를 낮추자고 하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신문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잘 그리고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만큼 신뢰도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필자도 신문의 글과 그림, 사진 등을 강의 자료로 즐겨 이용한다. 필자 뿐만 아니라 한동안은 교육 자료로 이용된다고 신문 스스로가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는 모범을 기사형태로 연재하기도 했고, 개개인들에게는 스크랩이라는 형태로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를 쌓아가는 것이 취미가 되기도 했다. 필자도 헌책방에서 누군가가 정성들여 신문기사를 모아 만든 스크랩북을 구입한 적이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무와 숲, 미세먼지, 풍수지리에 걸치는 일련의 연관된 부분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사는 터의 환경조건을 조절하기 위해서 고안해 낸 기본원리는 산을 등지고 물을 낀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인데, 등을 지고 있는 산은 날개를 펼친것처럼 좌청룡 우백호라는 산줄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자연조건이 그렇게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곳은 매우 드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부족한 곳을 채우고, 덜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비보와 엽승의 방법을 마련했다. 그 방법의 형태는 산을 만드는 조산과 ~~쑤라는 숲을 만드는 것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쑤를 임수라 했는데, 오늘날에는 마을숲이라 한다.

▲ 이천 내하마을, 경작지-마을숲-숲너머에 풍천임씨 집성촌이 산기슭에 마을을 이루고 있음.

마을숲은 마을 전체의 울타리 격의 역할도 했다. 등진 산이 뒤 울타리고, 앞에 조성한 숲이 앞 울타리이다. 앞 숲과 뒷산 사이의 마을은 자연스럽게 온화한 환경조건을 갖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미기후 조정이 이루어진 공간이 되는 것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장풍득수의 장소이다. 우리는 특히 겨울철 북서계절풍의 찬 바람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했었는데, 배산임수와 마을숲은 이러한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 한 수단이 되었다. 선조가 터득한 이 미기후적 혹은 환경개선적 처방이 현대에 들어 와서는 바람의 소통을 막고, 미세먼지를 차단하기보다는 가둬두는 조치가 되는 듯이 언급하는 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고, 논리적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던 시기에는 오염물질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굴뚝을 높이 세웠다. 굴뚝의 높이에 따라 오염물질이 더 멀리 날아 가도록 한 것이다. 또 바람의 방향을 보아 바람이 불어가는 쪽 끝자락에 오염물질을 생산하는 시설들을 두었다. 우리가 공간계획을 하면서 바람길을 확보한다는 것은 이처럼 오염물질을 흘려보내고, 대기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조치이다. 도시공간에서 바람길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재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새로운 바람길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또 나무와 숲은 사람이 생활하는 대기권의 낮은 고도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큰 나무와 숲들이 자신의 온 몸으로 먼지를 붙들어 주기까지 한다. 연구 보고에 의하면, 나무와 숲이 미세먼지의 60~70%를 걸러준다고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나무와 숲이 더 있어야 할 이유인 것이다.

미세먼지를 저감시키기 위해서 도시공간에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리고 지표면에도 먼지를 붙잡는 포장 방식을 적용하여야 한다. 딱딱한 보도블럭, 아스팔트 포장 공간은 최소화 하고 관목이 식재된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들은 위와 아래에서 우리가 걸러낼 수 없는 미세먼지들을 붙잡아 줄 것이다. 끝으로 간벌이 미세먼지를 줄이거나 막아준다는 발상은 무엇인가 와전된 것이고,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간벌은 숲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한 방법일 뿐이고, 간벌로 건강해진 숲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들을 걸러내는데도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박봉우 주주통신원  pakbw@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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