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회 : 옥천군 '취약계층' 푸드 정책의 현주소
 2회 : 아동을 위한 서울시 집밥 프로젝트
 3회 : 먹거리권 보장, 새로운 대안 '마을부엌'
 4회 : 로컬푸드로 임산부·영유아 먹거리 보장하는 완주

  5회 : '굶는 시민 없는 나라' 브라질의 식량보장 정책

  6회 : 브라질 민중식당 정책 

1994년 차별 없이 밥 먹는 민중식당 설립한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5개소 시가 직접 운영하며 영양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 제공
지역농산물 사용 지침으로 농민 소득까지 보장한다.

(주)브라질 벨루오리존치는 시가 직접 예산을 투입한 '민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민중식당에서는 벨루오리존치 시민이라면 누구나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같은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 벨루오리존치가 '식량권'을 시민들의 보편적인 권리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1994년 처음으로 민중식당 1호가 설립될 당시 시 당국은 '모두가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에 동의했다. 초기 시설 투자부터 시작해 적자 운영비까지 시가 지원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뿐 아니라 민중식당은 인근 도시의 지역 농산물 소비로 농민들의 소득 증대 효과까지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의무적으로 식자재 품목의 15~20% 가량을 지역 소작농이 재배한 농산물로 취급하는 것이다.

먹거리복지 기획 마지막회에서는 벨루오리존치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대중식당을 소개한다. 대중식당 설립 배경과 운영 현황, 효과 등을 조명한다.

▲ 브라질 벨루오리존치는 시가 직접 예산을 투입한 '민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민중식당에서는 벨루오리존치 시민이라면 누구나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민중식당 1호~5호까지, 시민 식량권 보장 실현한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1호가 처음 설립된 것은 1994년이다. 해당 식당은 2천m² 규모(현재 기준)로 벨루오리존치 터미널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당시 벨루오리존치 시장은 1993년 식량권을 인권의 하나로 공식 인정한 후 시조달국(SMAB)을 설치했다. 시조달국(현재는 그 이름을 식품 안전 및 영양청, SUSAN으로 명칭을 바꿨다)의 기획 아래 다양한 식량보장 정책이 시행되는데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민중식당이었다.

민중식당 1호점이 설립된 후 10년이 지난 2004년 2호점이 설립된다. 이후 △2008년 △2010년에 차례로 3~4호점이 생겨난다. 최근에는 1, 2호 민중식당으로부터 요리를 받아 시민에게 배분하는 형식의 민중식당 5호점이 탄생한다.

벨루오리존치가 5호점까지 민중식당을 설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당 정책이 가져온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민중식당은 일반 시민에게 한 끼당 3헤알(한화 850여원)을 받고 있다. (국가지원대상자는 무료로 이용한다) 가격 면에서 큰 부담이 가지 않기 때문에 저소득층 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

이뿐만 아니다. 일반 음식점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민중식당 1개소에 평균적으로 5여명의 영양사가 근무하는데 이로 인해 영양 균형이 잡힌 식단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주5일(월~금) △아침 6시30분~8시 △점심 10시30분~오후 2시 △저녁 오후 5시~7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삼시세끼를 민중식당에서 해결하는 시민들도 있다. (2호점을 제외한 나머지 식당은 점심만 제공한다)

벨루오리존치는 식량보장 정책을 가난한 사람을 위한 수혜개념의 복지 지원으로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민중식당에는 가난한 사람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다.

지난 6월 방문한 민중식당 2호점에서 만난 수비에라씨는 몇년 전 교수로 퇴임했다. 수비에라씨는 "2~3년 정도 민중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싼 가격에 품질이 좋은 음식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참 좋다. 음식도 매일 바뀌어서 나오기 때문에 질리지 않는다"며 "모든 시민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실제 가족단위로 오거나, 인근 대학생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지난 6월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1호점을 방문해 찍은 식단 사진. 쌀밥, 콩죽, 닭고기, 사과, 야채 등 다채로운 식단이 마련됐다.
▲ 지난 6월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2호점을 방문해 찍은 식단 사진. 쌀밥과 콩죽, 샐러드, 소세지, 귤 등 영양균형을 생각한 식단이 제공됐다.

 

■ 신선한 과일·채소 포함된 건강식단, 농민도 살린다

민중식당 2호점은 평균 2천500명 분의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하루에 1천700kg에 달하는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식당에만 40여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대량으로 조리되지만, 맛과 질 부분에서는 일반 식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한 끼당 밥과 샐러드, 고기가 주로 나온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고기 대신 달걀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끼니마다 신선한 과일이 꼭 포함된다. 영양균형을 생각한 식단 구성이다.

식재료는 벨루오리존치가 품목별 공개입찰을 통해 마련한다. 시가 상한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가격 규제 역시 가능하다.

무엇보다 전체 품목 중 15~20%는 소작농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시가 이를 규정하고 있다. 지역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벨루오리존치는 광업도시로 실제 도시 안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적다. 대신 벨루오리존치는 인접한 위성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들과 연계하는 방법을 찾았다.

민중식당 2호점 베따니아 프랑사 영양사는 "시 안에는 농민이 없기 때문에 인근 도시와 연결하거나 다른 주에서 농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편이다"라며 "지자체가 나서 농업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작농들이 재배하는 농산물은 농약 사용이 적어 환경과 건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공식품 대신 농산물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 지난 6월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2호점을 방문했다. 식당 직원이 채소를 썰고 있다.
▲ 본격적인 점심식사가 시작되기 전 민중식당 직원들이 먼저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이익보다 지출이 큰 민중식당, 시가 보전한다

민중식당 관계자들은 해당 정책이 '이익' 보다는 '지출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3헤알이라는 금액을 일부 받고 있지만 실제 이를 통한 수입은 연간 4~500만헤알(4개소 기준, 한화 14억1천400여만원)에 그치기 때문다.

서빙을 주로 하는 민중식당 5호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민중식당은 연간 2천200만헤알(한화 62억 2천180여만원)을 지출비로 사용한다. 일반 음식점을 운영한다면 연간 48억 가까이 적자가 발생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민중식당은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시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1994년 처음 민중식당 1호점이 설립됐을 당시 시가 우선적으로 대중식당 시설 설립과 운영지원에 관한 메뉴얼을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벨루오리존치의 민중식당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브라질 내 다양한 주 및 시 관계자가 방문한다. 민중식당 관계자는 이들에게 '직영 운영'의 중요성과 '운영 목적'을 꼭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중식당 2호점 웰레미 노게이라 담당자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정책을 시행할 때는 항상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중식당은 시 직영으로 운영된다는 데 방점이 있다. 외주업체에게 이를 맡겨버릴 경우 이익을 생각해 모든 식재료를 저렴하게 사올 수도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가 직접 경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충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영양소가 있는 품질 좋은 음식을 먹여야한다는 생각 역시 장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중식당을 운영하면서 아무래도 저소득층이나 노숙자들이 병원에 가는 일이 줄었고 실제 사망률도 감소했다. 먹는 것으로 인해서 건강을 찾기 때문에 보건소 같은 데 들어가는 비용에서 이익이 남았다. 먹는 것도 곧 인권이라는 마음으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 민중식당 2호점 웰레미 노게이라 담당자(왼쪽)와 베따니아 프랑사 영양사
▲ 지난 6월 방문한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1호점의 모습.
▲ 지난 6월 방문한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1호점의 모습.
▲ 지난 6월 방문한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 1호점의 모습.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글은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박해윤 옥천신문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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