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통 ‘한글서예’를 한다고 하지만 ‘캘리그라피’를 한다고도 한다. 요새 대세는 ‘캘리그라피’다 주민센터를 비롯해 각종 센터에 ‘캘리그라피’ 강좌가 많이 개설되고 있다. 영어 ‘캘리그라피’란 말이 ‘서예’란 뜻이니 같은 걸 배우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한글서예'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글체를 쓰는 것이다 보통 궁체 해서, 궁체 흘림체, 판본체, 봉서체, 여사서체 등이 있다. ‘캘리그라피’는 일정하게 정해진 체가 없다. 유명한 쇠귀체도 신영복 선생님이 창조하신 필체다. ‘캘리그라피’는 예쁜 한글을 빠르게 배울 수 있고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인기가 높지만, 한글서예는 기초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조금만 잘못 써도 금방 표가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택하길 꺼린다.

이런 고단한 한글서예를 30년 이상 묵묵히 지켜온 서예가가 있다. 노원구서예협회 현명숙 회장이다. 그리고 이 선생님 밑에서 긴긴 시간을 투자하는 제자들이 있다. 이들 모임이 ‘한묵회’다.

이들이 지난 15일 도봉문화원 갤러리에서 ‘제6회 붓꽃향기 서정한묵회전’을 열었다. 도봉구와 노원구에서 서정 현명숙 선생께 한글서예를 배우는 학생 32명이 작품 50여점을 냈다. 2014년 첫 회를 시작으로 6년째다.

▲ 이춘종 팬플룻 연주가, 전필주 시낭송가, 이두수 회원

행사 직전 남예술대 교수인 이춘종 팬플룻 연주가가 축하 공연을 하였다. 전필주 선생의 시낭송과 이두수 회원의 하모니카 연주도 이어졌다.

▲ 서정 현명숙 선생님

현명숙 선생님은 “작년에 했어야 했는데 전시관을 구하지 못해 연초에 하게 되었다.”며 “도봉구, 노원구에서 여는 강좌에 열심히 참석해주시고 훌륭한 작품을 내어주신 회원들에게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올 2020년 12월 2일, 제 7회 전시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므로 1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아 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도봉문화원 이영철 원장

도봉문화원 이영철 원장은 “‘서예’ 하면 한문이 먼저 생각나게 하는데 2020년도 첫 전시회를 한글서예로 열게 되어 뜻 깊다.”며, “서정 선생의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과 제자들을 열심히 가르치는 열정으로 한글이 세계에서 더욱 우수한 문자로 인정받고 빛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앞으로 한글서예에 더욱 관심을 갖고 보탬이 되고자 한다.”고 약속했다.

▲ 노원서예협회 권상호 고문님

노원서예협회 권상호 고문은 “부모는 육신을 주는 숙명의 만남이라면 스승은 정신을 주는 선택적 만남”이라면서 “제자의 의무는 청출어람”이라며 열심히 글을 쓸 것을 당부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늘 붓을 잡은 듯 손을 움직이는 ‘운필’ 생활이 곧 서예이며, 과거에 일반인들의 평균 수명이 40세라면, 선비 학자는 60세를 살았고, 서예가는 70세를 살았다. 정신과 육체 운동의 가장 조화롭고 건강한 취미생활이 서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테이프 커팅식과 환영건배로 개회행사는 마쳤다. 오픈식 사진을 영상으로 묶어 보았다. 

 

 

이번에 작품을 낸 회원들의 연령은 50세~85세 사이다. 평균 나이는 65세가 넘지 않을까 짐작한다. 어떤 이들은 최장 10년, 어떤 이들은 2~3년 서정 선생님 밑에서 한글서예를 배우고 있다.

그들을 한글서예의 길로 유혹하는 힘은 무얼까? 그 나이 되도록 사그러들지 않는 배움에 대한 갈망, 작품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성취감, 그리고 쓸수록 은은한 멋과 맛을 풍기는 한글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선배들의 작품을 보면서 세종대왕께서 하늘에서 얼마나 흐뭇해하고 계실까~~ 상상해본다.

 

이번 전시는 도봉구 쌍문4동 주민센터 후원을 받아  1월 15일(수)에서 1월 21일(화)까지 도봉구 도봉문화원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품 구입 및 맞춤 주문을 원하는 경우 방문 상담하여 구입할 수 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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