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

김동명 시인의 ‘파초’입니다.

어릴 적 입력된 파초의 꿈, 따뜻한 남쪽을 향한 나의 열망은 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국을 향한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매년 겨울만 되면 남쪽 나라를 다녀가야 그해 겨울이 빨리 지나갔습니다.

바나나(香蕉,향초)가 파초(芭蕉) 속에 속함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잎이 넓은 여러해살이풀로 알았지 바나나와 같은 종임을 당시에는 몰랐지요.

미얀마에 가서 보통의 바나나 크기보다 작고, 열리는 개수도 훨씬 적으며, 단맛도 덜하다는 사실을 먹어보고서야 알았습니다.

▲ 파초. 구분이 잘 안 되나 바나나는 보다 크고 많이 밀집해서 열린다.

미얀마에서 탔던 국내선 중소형 여객기는 모두가 생소한 프로펠러 엔진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보잉이나 에어버스는 제트엔진이지요.

▲ 프로펠러 엔진의 미얀마 국내선 여객기

큰 프로펠러가 앞날개 양쪽에서 돌아가는 비행기는 뭔가 어설퍼 보이고 불안해 보였습니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공산품은 중국에서 수입하기에 이 비행기도 중국에서 상용으로 생산한다는 중형 비행기가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요.

대만에 돌아와 항공기 전문가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프로펠러 엔진과 제트 엔진은 장단점이 다르지 더 위험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제트 엔진에는 제트 프로펠러와 제트 터보가 있는데, 제트 터보는 전투기에 사용하며 기술 난도가 높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제트 엔진은 제트 기류를 뒤로 뿜어내 기체를 밀어 올리기에 고속, 고공비행이 가능한 대신 활주로가 길어야 하는 단점이 있고, 프로펠러 엔진은 앞에서 기체를 끄는 힘으로 비행하기에 저속, 저공비행을 한다고 합니다. 활주로가 짧아도 되는 장점은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복잡하다고 하네요.

제트 엔진이나 프로펠러 엔진 모두 한쪽 엔진에 이상이 생겨도 비행할 수 있고, 두 엔진이 동시에 이상이 발생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미얀마에서 운행하는 비행기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합작회사에서 생산하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비행기는 제트 엔진임을 밝힙니다)

미얀마 제1의 도시 양곤으로 돌아와 시내 투어를 하였습니다.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00달러대로 대한민국의 1978, 1979년 당시와 유사합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체험하기 위해 열차 투어를 했습니다. 인솔자 로버트는 20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가 탑승한 열차는 완행열차(후에 비둘기호)의 기억과 일치했습니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는 멈췄고 창문을 내리고 달립니다. 마주 보게 배치된 긴 의자에는 유럽에서 온 나이 든 여행객들이 자리하고 대부분은 중간에 서서 이동합니다. 검표원과 상인들이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고요.

▲ 20년전 모습 그대로인 양곤의 기차역사.

유럽인 여행객을 인솔하고 온 여자 가이드와 우리 일행 사이에 시비가 붙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속히 늘면서 몰상식한 중국여행객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영어와 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여자 가이드에게 있었나봅니다.

열차 안에 나이 든 유럽인이 많이 타고 있자 로버트가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우리 일행이 따라 불렀습니다. 불쾌한 표정의 가이드가 자기 일행에게 옆 칸으로 이동하자고 했지만, 일행이 오히려 함께 손뼉 치며 동참했습니다.

그때 우리 일행이 권투 폼으로 눈꼴사납던 여자 가이드에게 잽을 날리는 동작을 취했고, 격분한 상대 가이드가 경찰을 불렀지요. 그런 소동 속에 6 정거장을 이동하여 함께 내렸습니다.

▲ 열차에서 내려서도 항의(?)를 멈추지 않는 가이드.

미얀마 여행을 생각하시면 기대를 내려놓으라고 권하겠습니다. 그곳에는 화려함도 웅장함도 눈을 현혹하는 볼거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린다면 의외로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곳은 가장 자연을 닮은 인간들이 삶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주는 현장이었습니다.

▲ 이동하는 도시마다 다른 관광버스를 탔다. 한국산 중고차가 많았다. 오래전 한국에서 탔던 버스가 새롭게 색칠하고 미얀마를 달린다. 어떤 버스는 안에 태극기가 붙어 있었다.
▲ 우는 아이를 달래는 어린(?) 엄마. 18살에서 20살 정도면 많은 여자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 노변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즐기는 차와 간식도 경험. 진한 향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의외로 먹을만 하다. 위생과 보관 때문인지 기름에 튀긴 먹거리가 많았다.

그곳에 가시면 누구나 빈부도 미추도 구분이 없는 친절과 미소 그리고 긴 여백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맹글라바!(안녕하세요) 수지바!(감사합니다)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습니다.

▲ 미얀마 여행 마지막 날 저녁은 벤드와 함께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여행기를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