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는데 서울 근교 산은 벌써 다 녹았다. 봄기운에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이상고온으로 녹아내려 땅은 질퍽질퍽하고 계곡에 물이 철철 흐른다. 흐르는 물이 반갑지 않은 건 처음이다.

올 겨울, 서울에는 눈다운 눈 한 번 내리지 않았다. 지난 7일 평양에서도 눈이 아니라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렸다 한다. 남녘에는 동백꽃도, 홍매화도 피었고, 제주도에는 철쭉도 피고, 노란 유채꽃도 활짝 피었다. 얼마 전 기상 관측 이래 제주 최저기온이 18.5도로 가장 높았다고 하니, 2020년은 실감나는 기상이변의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다보니 뺨이 얼얼할 정도로 찬 겨울바람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죄없는 하늘을 보며 “우짤라고 이러시나요?” 하고 걱정스레 묻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겨울가뭄 걱정에 ‘봄비’ 타령하며 '봄비' 음악을 즐겨 듣기 시작했을 텐데... 올해는 ‘봄비’ 타령이 무색하다. 그래도 ‘봄비’ 음악 중 내가 좋아하는 두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곡은 신중현이 작사·작곡하고 1970년 박인수가 부른 '봄비'다. 얼마 전 '장사익'과 '하현우'가 다시 부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우선 1970년도 당시 상당히 독특한 절규 창법으로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최초의 한국 소울 가수 박인수의 '봄비'를 들어보자. 

이곡은 우리 소리꾼 장사익을 만나면서 탈바꿈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한다. 국악에 재즈풍이 섞였다고나 할까? 재즈에 국악풍이 섞였다고나 할까? 맺힌 '한'을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애절하게 쏟아내는 창법으로 심금을 울리는 장사익은 45세에 데뷔한 늦깎이 가수다. 품격 있는 새하얀 모시적삼을 입고 부르는 '봄비' 역시 품격 있는 절제의 미를 보여준다.   

그 다음은 복면가왕에 나왔던 '하현우'의 '봄비'다. 그는 4인조 록 밴드 '국카스텐'의 리드보컬이다. 남성의 목소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낭랑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하다가, 때가 되면 심연을 뒤흔들며 폭발적 감성을 터트리는 그의 가창력은 한국 최고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마치 목소리가 계곡을 타고 구비치며 내려오는 물소리 같다.  

 

 

두 번째 곡은 잔잔한 곡이다. 캐나다 뮤지션 Bill Douglas의 1993년 앨범 Kaleidoscope(만화경)에 나오는 'Sweet Rain(단비)'이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에 적당하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보통 가뭄 후에 내리는 비를 일컫는데 겨울 가뭄 후에도 비가 내리면 ‘단비’가 내린다 한다. ‘Sweet Rain'에도 그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1944년에 태어난 Bill Douglas는 뉴에이지 뮤지션이다. 작곡도 하고 피아노도 치고 바순도 연주한다. 클래식, 재즈, 인도 명상 음악, 아프리카, 브라질 음악 등 여러 장르를 다룬다.

그는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트롬본주자이고, 어머님은 교회 오르간주자였다. 4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7세에 우쿨렐레와 기타를 배웠다. 8세부터 작곡을 했다고 한다. 13세에 바순을 배우기 시작했고, 14세에 첫 재즈곡을 썼다. 17세에 클래식 피아노 전공으로 ‘토론토 왕립 음악원 협회’를 졸업한다. 18세에 토론토 대학에 입학하여 22세에 음악교육 학사 학위를 취득한다. 1966년 예일대에 입학해서 1968년 바순 전공 석사, 1969년 작곡 전공 석사를 따는 등 음악의 기본교육을 철저히 다졌다. 

그의 곡은 ‘편안하면서 감동을 준다’. ‘자연친화적이다’. ‘탄탄하게 짜여 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피아노 소리와 같이 어우러지는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와 같은 목관악기들의 청량한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 세계를 열어주는 것만 같다.

어떤 이들은 그를 ‘숨 쉬는 음악의 창시자’라고 한다. 그의 곡 중 2001년 앨범 ‘A Place Called Morning’에 있는 ‘Forest Hymn’를 들으면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Forest Hymn’은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곡이다. 어디에 삽입된 곡일까?

 

마지막으로 Bill Douglas와 클라리넷주자 Richard Stoltzman이 연주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소개하고자 한다. Richard Stoltzman의 1996년 앨범 'Spirits'에 실렸다. Richard Stoltzman은 Bill Douglas와 30년을 여행하며 곡을 녹음한 음악동반자다. 그는 미국태생으로 클래식에서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주를 하는 솔로 클라리넷주자로 유명하다.

 

참고 자료 : 위키백과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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