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의 단톡방 몰카 사건이 터졌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걔들은 재수 없어서 걸린 거라고 봐요. 비슷한 '남자 단톡방' 많아요.”

깜짝 놀랐다. 물론 이 말은 정준영과 최종훈을 옹호하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남자에게 얼마든지 접근 가능한 몰카 비밀단톡방이 있다는 거였다. 소문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했다. 이런 현실은 모른 척 놔두고 정준영과 최종훈만 잡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 소문이 드디어 현실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11월 1일 <한겨레>에서 ‘10대 성착취 동영상’기사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인천의 10대 고등학생 추정 인물이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개설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2만여 개를 유포했다는 사실을 최초 고발한 기사다.

관련기사 1 :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15397.html /
관련기사 2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6496.html
관련기사 3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6554.html 

 

▲ 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이후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시리즈 기사가 나왔다. 이는 더 심각했다. 천여 명~3만 명까지 있는 비밀채팅방 수십 개에서 하루 밤 사이 수천개의 관련 메시지가 쌓일 정도였고, 기자신상도 털겠다는 협박에 ‘특별취재팀’으로 바이라인이 나갈 정도였다.

관련기사 묶음 : http://www.hani.co.kr/arti/SERIES/1344/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수사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17일 <SBS> ‘궁금한 이야기 와이(Y)’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n번방 사건’은 재조명 되었다. 이 덕인지 지난 23일 국제 공조수사 요구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20만명을 넘었다. 시민들은 ‘성착취 텔레그램방 신고계정’도 만들고 외신에도 제보하는 등 공론화에 힘쓰고 있다.

관련기사 : 국민청원·BBC 제보…텔레그램 n번방 국제공조수사 요구 봇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5546.html

 

공권력이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언론과 시민이 나서서 행정부와 정치권에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을 볼 때, 다시 한 번 언론의 역할이,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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