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앙코르 와트’를 가보고 싶었다. 어떻게 가볼까?

한 번도 패키지여행은 가본 적이 없다. ‘여행은 자유다’라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시간이나 일정에 매이지 않고 맘대로 다녀야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캄보디아는 자유여행을 택하기 좀 불안했다. 치안 문제가 아니다. 수년 전 딸이 캄보디아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두 가지가 불편하다고 했다. 대중교통이 자유롭지 못하고 음식위생이 나쁘다는 거였다. 캄보디아는 버스가 거의 없으며, 택시를 타거나 오토바이에 좌석을 단 ‘툭툭이’를 타야 한다고 했다. 또 거리 음식을 먹고 탈이 나 아주 고생을 했다는 거다.

그간 해외 여행지에서 주로 버스나 기차. 어쩌다 택시나 우버로 여행을 했던지라 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캄보디아를 자유여행 할 자신이 없었다. 음식에 까다로운 남편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을 자신도 없었다. 편하게 패키지로 가자 결정했다.

패키지는 프놈펜 공항으로 가는 것과 시엠립 공항으로 가는 두 종류가 있었다. 프놈펜 공항을 선택하면 다양한 비행기 편이 있지만 시엠립까지 버스를 타고 5시간 가야한다. 시엠립 공항은 작은 공항이고 앙코르 와트 유적 보호를 위해 대형비행기는 이착륙을 못한다. 또 하루에 뜰 수 있는 비행기 편수도 제한되어 있다. 조기예약으로 시엠립 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시엠립 공항에 내리니 25인승 현대 버스가 우리 13명 멤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캄보디아 가이드와 한국인 가이드가 있었는데 한국인 가이드는 뭔가 좀 재미있어 보였다.

▲ 호텔 입구

머문 숙소는 5성급 호텔이다. 솔직히 자유여행에서는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머문 적이 없었다. 뭐 하나 흠 잡을 것이 없이 굉장히 깨끗하고 침대도 쾌적했다. 아침마다 조식 부페를 먹었는데 음식도 다양하고 직원도 친절했다. 특히 쌀국수와 코코넛 스프와 푸딩은 매일 아침 먹을 정도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과일도 넉넉해서 원 없이 먹었다. 여행사에 낸 돈은 그리 큰돈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호텔에 머물 수 있는지..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 과해서 좀 부담도 됐다.

식당 앞 수영장은 또 얼마나 깔끔하던지... 한 번도 들어가진 못했지만 아침 식사를 마치거나. 중간에라도 시간이 남으면 수영장 앞 썬베드에 앉아 푸른 열대나무와 살랑거리는 파란 수영장을 보면서 여유를 즐겼다. 12월 초순, 아직 본격적 관광시즌이 되지 않아 오픈 준비 중에 있는 개별 펜션 주변 산책로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나무와 풀만 무성했다. 나름 이국적이랄까? 

▲ 호텔 식당과 산책 코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호텔 로비에는 캄보디아 국왕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이다. 이전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1993년~2004년 재위) 부부와 현재 국왕 '노로돔 시하모니'(2004년 이후 재위)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다.

▲ 노로돔 시하모니 탄생 60주년 기념 지폐 .왼쪽이 이전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 부부, 오른쪽이 노로돔 시하모니 현 국왕

'노로돔 시하모니'는 1953년 생이다. '노로돔 시아누크'의 6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나 유럽에서 상당기간 살았다. 킬링필드를 자행한 폴 포트 정권 때는 부모님과 함께 프놈펜 왕궁에 유폐되기도 했다. 폴 포트 정권 붕괴 직전인 1978년, 부모님과 함께 캄보디아를 탈출해 주로 프랑스에 머물렀다. 1979년 폴포트 정권이 무너지고 내전이 마무리된 후 1993년 부왕은 훈센 총리의 추대로 입헌군주국 왕이 되었다. 시하모니는 2004년 왕위를 물려받아 현 국왕이 되었다. 시하모니는 독신에 후손이 없다. 가이드 말로는 캄보디아에서 현재 국왕은 허울뿐인 왕이다. 그런 삶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다고 한다.

▲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9일 칸달주 타크마우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출처 : 2018.08.16 한겨레신문)

캄보디아 권력은 총리에게 있다. 1985년부터 36년째 아시아에서 최장기 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는 2023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2018년 7월 총선에서 그가 속한 캄보디아국민당이 국회 125 의석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현재 야당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2018년 7월 총선 9개월 전인 2017년 11월, 국회의원 125석 가운데 55석을 갖고 있던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을 반역죄로 몰아 강제 해산하고, 야당 정치인 118명의 정치 활동을 5년간 금지했다. 국민들은 2018년 선거 보이콧 운동을 펼쳤고, 시민 60만 명이 무효표를 던지며 재투표를 요구했고, 국제 사회의 비난이 잇따랐지만 훈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힘없는 국왕. 어린 시절 체코의 발레학교를 다녔고 프랑스에서 발레를 가르치던 시하모니는 감옥 같은 왕궁 생활,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탈전 등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거다.   

▲ 크메르 문자와 알파벳으로 표기된 호텔 내 표지판

캄보디아 말은 얼핏 듣기 베트남 말과 비슷하다. 캄보디아 공용어는 크메르어(크메르어, ភាសាខ្មែរ)로 남아시아어족(南Asia語族) 주요 언어다. 베트남도 남아시아어족이라고 하니 그들의 말이 왜 비슷한지 알겠다. 남아시아어족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억 명 이상 산다고 한다. 이들 언어 중 베트남어와 크메르어만이 국어 지위를 가지고 있다

글은 크메르 문자로 표기한다. 크메르 문자의 기원은 브라흐미 문자로 기원전 3세기에 쓰였던 인도계 문자다. 가이드 말로는 라면을 부숴 상에 탁 놓아 일렬로 정리하면 바로 캄보디아 문자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꼬불꼬불하다. 비슷한 언어를 쓰는 베트남 말은 로마자로 표기한다. 17세기 프랑스 선교사 ‘알렉상드르 드 로드’가 로마자를 기반으로 표기법을 정리했다고 한다. 베트남에게 쓰기 쉬운 문자를 알려주니 베트남 사람들이 똑똑해져서 항불운동이 일어나 캄보디아에는 로마자 표기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가이드가 말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캄보디아 15세 이상 문맹률은 26.1%다. 우리나라는 1% 정도이니 굉장히 높은 문맹률이다. 킬링필드 때 지식인들이 몰살당해 교육받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글자가 복잡하고 어려워서 쉽게 배우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시장 같은 곳에 가보면 메뉴판 음식에 항상 음식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을 배려한 메뉴판이라고 한다.

▲ 호텔 내부 불상

호텔 내부에는 부처님이 모셔져있다. 캄보디아 어딜 가나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캄보디아는 현재 최빈국 중 최빈국이지만 과거에는 인도와 중국문명을 동남아시아에 전파하면서 주변을 지배했던 힘센 국가였다. 문명이 오가는 길에 있다 보니 힌두왕조에서 불교왕조까지 다양한 왕조들이 나타났지만 현재 캄보디아는 인구 90%가 상좌부 불교도인 불교국가다. 상좌부 불교(예전 소승불교)는 석가모니 가르침 이상의 길은 없다며 석가모니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는 보수파이다.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여 마음의 집착을 없애고 번뇌를 소멸하는 것을 해탈의 길로 보았다.

▲ 호텔 앞 7개의 머리를 가진 ‘나가’상

기념 지폐에도 있는 '나가'상이 호텔 입구에도 있다. 이 나가상은 캄보디아 대부분 사원 계단 옆에 당당히 서있는 조각상이다. ‘나가’는 캄보디아 건국신화에 나오는 파충류(龍)다. ‘나가’ 왕은 딸을 인도 왕자에게 시집보냈고 그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이 캄보디아인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살모사 같이 7개의 머리를 꼿꼿하게 들고 있는 ‘나가’는 다리는 없지만 악령과 맞서 캄보디아를 지키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라 한다.

▲ 호텔 앞 도로

위 사진에서처럼 호텔 앞 도로에는 횡단보도가 없다. 시간 여유가 있어 호텔 건너 뭐가 있는지 가보려고 했다. 넓은 도로에 차는 많이 없었지만, 오토바이가 계속 달려와 잘 살피지 않으면 부딪치기 십상이었다. 적당한 시점에 막 뛰어서 길을 건넜다. 나중에 가이드가 하는 말이 캄보디아 거의 모든 도로는 횡단보도가 없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도로를 건널 때 절대로 뛰지 않는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가면 오토바이나 차들이 멈춰 선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도로를 건널 때 뛰어가는 사람은 딱 3종류가 있는데.. 도둑, 경찰, 한국사람이라고 했다. 하하하 우리가 생각나서 웃었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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