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설 명절 때 고향 제주에서 송홍선 박사와 이희천 선생 등과 같이 안덕 곶자왈, 호근동에 있는 학수바위, 창천리 앞에 있는 군산 오름 등으로 식물탐사에 나섰다. 그때 만났던 양치식물 몇 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래 식물탐사는 전문가일지라도 현장에 나가면 이 식물이 이 식물 같고, 저 식물이 이 식물 같이 보이고 지역에 따라 아주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에 참 제대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도 이러한데, 아마추어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특히 경엽식물이지만 양치식물은 잎과 줄기의 형태들이 너무 비슷한 것들이 많아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분야다. 그래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한결 식물들 동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제주도는 날씨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난대성 식물이 많으며, 대체로 음지성 식물인 양치식물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보다 난대성 식물을 만나기가 아주 좋은 곳이다.
양치식물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고사리를 떠올린다. 그렇지만 줄기를 갖고 있으면서 그 줄기 속에 물관과 체관을 갖고 있는 관다발식물 중에는 종자식물과 더불어 포자로 번식을 하는 양치식물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종류의 양치식물들이 분포한다. 양치식물들은 관다발의 발달로 길이 생장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형성층이 없다. 양치식물은 세대교번을 하며 포자체 상태로 생활사의 대부분을 보낸다. 포자체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땅에 떨어져 발아를 하고, 난자와 정자를 생성하고 수정하여 접합자를 형성한다. 접합자는 자라서 포자체가 된다. 고사리, 고비, 쇠뜨기 등이 이에 속한다.
양치식물은 고생대에 번창하였다. 당시에 번성하였던 봉인목은 키가 보통 30m 정도이고, 큰 것은 80m에 달했으며, 줄기의 둘레는 20m 정도나 되었다고 하니 그 크기가 짐작이 간다.. 이렇게 번창했던 봉인목 · 인목 · 노목 등은 지금부터 3억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에 늪이나 땅 속에 파묻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석탄이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석탄을 화석 연료라고 한다.
양치식물은 제주도에 자라는 솔잎란과 같은 '솔잎란류', 석탄기의 인목, 봉인목 등의 '석송류', 속새와 쇠뜨기 같은 '속새류', 양치식물 중 가장 진화한 고사리 · 생이가래 · 고란초 · 처녀이끼 · 고비 등의 '양치류'로 구분이 된다.
그중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있는 양치류의 '고사리강'에 속하는 식물들은 잎과 줄기들이 비슷한 것들이 많아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고비과', '고사리과', '면마과', '고란초과', '생이가래과' 등 복잡하게 분류를 하고 있다.
제주 곶자왈은 화산 폭발 시 분출된 용암이 굳을 때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의 암석이 두껍게 쌓여 토양 발달이 빈약하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스며든다. 곶자왈은 따뜻한 기후와 독특한 지형 경관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습지 식물 및 양치식물이 존재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창천리와 대평리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군산 오름'은 화산쇄설물이 쌓여 이루어진 오름이고,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학수바위'는 산방산과 같이 화산이 분출하여 종모양을 하고 있는 조면암이 늘어서 있는 난대림 지역이다. 학수바위는 조면암질의 용암원정구로 된 바위산으로 험한 산세를 보이며, 제지기오름, 섶섬, 문섬, 범섬과 연결되는 제주도 남부해안의 용암원정구대를 이루고 있다. '용암원정구'는 종모양을 이루고 있는 화산체로서 대부분 정상부에 분화구가 없고 조면암이나 안산암과 같은 화산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