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앞에서

2020 4.15 총선거를 앞두고 막장 정치의 현실 앞에서, 다시금 기억해야 할 제주 4.3이 돌아왔다. 빨간 동백꽃 뺏지 하나를 달고 있으니, 동생 한 명이 묻는다. 언니는 왜 국회의원같은 뺏지를 달고 있냐고. 아직 우리는 제주 4.3을 모른다.

▲ 제주 4.3 평화공원 안내 팸플렛

간 동백꽃으로 상징되는 제주 4.3은 어떤 역사를 말하는가. 제주 4.3은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지속된,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극심했던 사건이다. 빨갱이로 내몰려 가족 전체가 연좌제로 고통받던 그 암울했던 역사가 바로 제주 4.3이다. 제주민의 누구라도 가족 중에 제주4.3의 희생자로 고통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제주민의 삶 속에 어두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 제주 4.3 공원 내 동백꽃이 상징적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남한만의 총선거에 반대하며 남조선노동당에서는 단독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한라산 중허리 오름마다 봉화를 들어 본격적인 항쟁을 알렸다. 광복직 후 자주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 건국준비위원회가 세워졌지만, 미군정은 도청과 경찰의 요직에 일제 때의 관리를 그대로 앉혀 우익인사들을 조직화시켰고, 1946년 말부터 미군정은 인민위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1947년 시민주도로 이뤄진 3.1절 행사에서 가두시위 중에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어린 아기가 치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시민들이 항의하자 무장경찰들은 총을 발포하여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사망자 중에는 젖먹이 아이를 가슴에 앉은 채 피살된 여성도 있었다. 결국 ‘3.1발포사건’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미군정은 시위 주동자 검거에 나서는 등 이후 제주 전체를 ‘빨갱이 섬’으로 조작해 나갔다. 1948년 제주 4.3 발발 직전까지 1년동안 2,500명이 검속되었고, 이것이 red hunter’ 즉, ‘빨갱이 사냥’의 시작이 된 것이다.

▲ 제주 4.3 공원 내 역사기록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미군정과 이승만에 의해 세워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이승만 정부는 10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본토의 군 병력을 제주에 증파시켰다. 그런데 10월 19일 제주 4,3진압을 위해 파견하려던 여수의 국방경비대 제14대가 반기를 들고 일어남으로써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되었다.

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이 때부터 제주도 중산간 마을을 초토화시킨 대대적인 강경 진압 작전이 전개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계엄령으로 1948년 11월 중순부터 1949년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중산간 마을에 들이닥쳐 집집마다 불을 지르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무차별 학살하는 ‘초토화작전’을 자행하였다.

▲ 제주 4.3 희생자 영위 앞에서

 제주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제주 4.3에 대해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 서북청년회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의 단독선거, 단독정부를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여수·순천사건으로 민간인 439명이 경찰과 국군에 의해 집단 희생되었고, 희생자가 2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 보고하였다. 제주4.3과 함께 기억되어져야 할 여수·순천 민간인 학살의 역사이다.

▲ 제주 4.3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 앞에서

전쟁은 언제나 여성과 아동들에게 최대의 피해를 남긴다. 꽃피지 못한 삶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숱한 생명이 역사의 폭력 앞에 고스란이 뼈를 묻고 있다. 72주년 제주 4.3과 여순항쟁에 목숨을 잃은 무고한 여성,아동,청년, 노인의 삶 속에서 4.19 민주화 운동의 역사 현장도 다가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멈춰진 재난의 사태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제주를 그리다.

움트는 봄이다.

'보다'는 뜻이 함축된 봄이다.

코로나 사태로 멈춰진 일상에서

시를 짓는 창조적 영혼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연우 시민통신원  vvvv77vvv@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