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렉싱동 확‘찐’자

한 달여 가량 일주일에 한번 마트에 가는 것 말고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170만 명을 넘었고, 켄터키 주만 해도 확진자 수가 8900명이 넘는다. (5월 26일 기준) 학교는 온라인 숙제로 대체된 지 세 달이 넘었고, 내일이면 벌써 방학이다. 미국 거의 모든 주는 락다운(Lock down :봉쇄)정책에 의해 마트, 우체국 같은 필수업종 말고는 모두 문을 닫았다. 레스토랑의 경우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켄터키 주의 재개방 스케줄에 의해 많은 업종이 현재는 영업을 재개했고, 지난 22일부터 레스토랑에서는 한정된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재미있는 점 하나는 주류 판매점은 필수업종이어서 언제나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간 사람들은 지금 한국의 생활이 코로나 전 미국의 생활과 매우 비슷하다는 얘기를 한다. 아침에 회사 갔다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그런 단조로운 미국 생활. 그런 미국이 락다운을 했으니 난 어떻겠는가. 다이내믹 서울에서 다채로운 생활을 하다 ‘코로나 전 단조로운 미국’생활을 거쳐 락다운까지 왔으니, 좀 쑤시는 확‘찐’자가 된 건 말할 것도 없다.

이 와중에 신문방송 전공을 살려봤다. 동네 라디오에 올라오는 켄터키 주 앤디 비슈어(Andy Beshear) 주지사 코로나 브리핑을 한국어로 번역한 후 녹음해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리게 된 것이다. 원래는 은정언니와 동갑친구 효진이가 하는 건데 나를 껴줘서 난 일주일 중 수요일 하루만 하면 된다. 은정언니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한 달이면 끝나겠지 생각했다는데,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주가 벌써 번역을 맡은 지 네 번째인데 비슈어 주지사의 브리핑을 들으며 미국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2. 켄터키 주 재개방 일정 추진 상황

미국 대부분의 주는 현재 단계적인 재개방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과 달리 거의 모든 주가 락다운 했고, 필수업종을 뺀 모든 업종은 문을 닫았다. 그러다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재개방이 시작됐다. 거의 모든 주는 국가의 지침을 비슷하게 따라가는데 켄터키 주의 경우 재개방 일정은 이렇다.

1단계 개방 일정

▲ 캔터키 주 재개방 일정 1단계

5월 11일 : 제조업, 건설업, 자동차 및 선박 매장, 전문직, 무관중 말 경주, 애견 손질 및 숙박업

5월 20일: 소매업, 종교단체

5월 25일: 10명 이하 소셜 모임, 이발소나 미용실, 미용 유사업종

2단계 개방 일정

▲ 캔터키 주 재개방 일정 2단계

5월 22일 : 식당(보통 때의 33% 손님만 허용, 야외석 허용)

6월 1일 : 영화관, 피트니스센터

6월 11일 : 캠핑장

6월 15일 : 보육기관, 어린이 스포츠(신체 접촉 적고 야외 스포츠만 일단 허용)

3. 켄터키주 주지사 앤디비슈어 브리핑은...

▲ 5월 26일 앤디비슈어 켄터키 주 주지사가 브리핑에서 수어를 이용해 말하고 있는 모습

켄터키 앤디비슈어 주지사는 매일 오후 5시 지역 방송사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시간 이내의 지역 코로나 상황 브리핑을 진행한다. 브리핑에서는 현재 켄터키 주의 재개방 추진 상황이라든지, 요양원에서의 대비 방안, 아이들에게 퍼지고 있는 다발성 염증 증후군 증상 등 매일 나오는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이 내용은 지루하나 반응은 자극적인 정치적 진흙탕이었다면 비슈어 주지사의 브리핑은 가정적이고 따뜻하다.

브리핑 초기에는 아이들 대상 브리핑을 하기도 했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코로나에 대해 덜 충격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했다. 22일 브리핑에서는 “We will get through this. We will get through this together(우리는 이 시간을 이겨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다 같이 이겨낼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세 번 반복하며 수어를 사용했다. 수어통역사는 한국처럼 고정 출연이지만 주지사 또한 중간중간 통역사와 눈을 맞추며 수어를 활용한다. 지역의 아동과 노약자 모두를 배려하는 주지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 한국인이 미국에서 보는 코로나

미국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많은 상황에서 준비가 제대로 되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이 서둘러 개방을 추진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심지어 이제 곧 이사 가게 될 위스콘신 주는 집에 머물도록 장려하는 STAY AT HOME 명령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다. 그렇지만 옳고 그른 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로 집에 있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기도 하고,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는 경제수준으로 몰렸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답답함은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미 정신적이나 신체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둔 이들의 고충은 말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많은 의사들은 락다운 해제가 시기상조라고 했지만, 정치인들은 이제는 문을 열어야한다고 말한다. 양쪽의 의견을 다 이해하지만, 이번 코로나를 겪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미국과 한국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한국의 많은 소셜 미디어 댓글이 정부의 대처를 욕해도 미국 정치인들이 내놓은 정책들을 볼 때 한국의 대처가 훨씬 나아 보였다. 가장 부러운 점은 확진자가 나오면 몇 시간 안에 역학조사가 완벽히 이루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이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애초에 락다운 정책과 같은 극단적 정책을 쓰지 않으면서도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었고, 이것은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이다. (물론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카카오 톡과 같은 국민 앱 ‘위챗’의 QR코드를 이용해 매우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있고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될 정도였으나 국가의 강력한 규제와 은폐의혹 등 비민주적 변수가 있기에 비교하지 않겠다.)

한국 국민들이 보여주고 있는 시민의식도 놀라웠다. 지금 미국은 각지에서 집에 있기를 장려하는 정책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난다. 해변가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하다. 미국은 대도시가 아닌 경우 거의 대부분 뒤뜰이 있는 주택에 사는데 이들이 이럴 정도면 아파트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답답함은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한국 친구들이 차분하게 회사와 집을 오가며 서로 조심하는 얘기를 들으면 놀랍다가도 부럽고, 또 자랑스러워진다. 의료진도, 정부도, 시민들도 모두 대단하고 고맙다. 물론 한국의 경우 아이들의 등교와 더불어 급작스레 늘어난 확진자 수를 보면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계속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확‘찐’자가 코로나에 살아남는 법

▲ 산책로 떨어져 걷기 안내판

집에만 있는 아들이 살도 찌고 운동량이 너무 적어 매일 나가 산책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게 된 많은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도 문제지만, 동시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그 또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오늘 불을 끄고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아들이 물어봤다. “엄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 책 봐도 돼요?” 그래서, 나는 “응, 봐도 되는데 종이책을 조금 보다가 컴퓨터를 하자. 머리도 몸처럼 운동이 필요하거든.”이라고 말했다. “네”하는 소리가 들린 후 한참 조용해서 자나 보다 했는데 진지하게 한 마디 더 하고 잠이 든다.

“엄마, 그럼 지금 내 머리도 뚱뚱해졌겠다.”

......쿨쿨쿨

아이 말대로 몸도 머리도 뚱뚱해지고 있겠지만, 코로나 시대, 마음만은 더 푸근하고 넓어졌으면 좋겠다.

▲ 동네 산책 나온 아이들

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안지애 편집위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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