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리 해안에서
몇 시쯤 됐을까? 어스름하다. 이곳저곳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아까부터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반쯤 뜨고 있었다. 바지런한 정 선생은 벌써 단장을 마쳤나 보다. 채 05시가 되지 않았다. 굼질굼질 옷을 입었다. 간밤의 숙취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지체할 수가 없었다. 09시 30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쾌속선을 타기로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곧장 서포리 해변으로 갔다.
이게 뭘까?
실지렁이는 아닐 거고 갯지렁일까?
제법 길고 굵다. 족히 3미터는 더 돼 보인다, 애꿎은 호기심에 구멍을 파 보았다. 단번에 실체가 드러난다. 에계, 겨우 엄지손톱 크기만 한 골뱅이였다. 새벽 운동하다가 아침잠에 빠졌나? 요렇게 작은 아이가 이렇게 긴 궤적을 그렸다니 참 신기하다.
동그란 구멍 두 개가 영락없는 아기인형 눈처럼 보인다. 머리는 보글보글 볶았고 동그만 얼굴에 덕지덕지 부스럼이 나 있는 아기인형이다. 누굴까? 급한 맘에 두 구멍을 한꺼번에 파헤쳤다. 아까 본 골뱅이가 먼저 보인다. 조금 더 깊이 팠다. 딱딱한 게 잡힌다. 나이테가 선명한 회백갈색의 백합[白蛤]이다. 어쩌면 포악한 골뱅이가 백합의 뒤를 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이 가라앉자 어디서 나왔는지 아주 쬐끄만 게 한 마리가 보인다. 건져 올렸더니 잠시 기절한 듯 움직임이 없다. 한눈파는 사이에 녀석은 금세 줄행랑을 쳤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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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근 주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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