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리 해안에서

몇 시쯤 됐을까? 어스름하다. 이곳저곳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아까부터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반쯤 뜨고 있었다. 바지런한 정 선생은 벌써 단장을 마쳤나 보다. 채 05시가 되지 않았다. 굼질굼질 옷을 입었다. 간밤의 숙취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지체할 수가 없었다. 09시 30분에 출발하는 인천행 쾌속선을 타기로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곧장 서포리 해변으로 갔다.

▲ 사람이 놀다 간 자리와 파도가 놀다가 자리 : 간밤에 초저녁부터 폭죽소리가 요란했다. 그 진원지다. 바닷가 오토캠핑장에 20여 동의 텐트가 있고, 소나무밭에도 10여 동이 쳐 있다. 밤새 파도가 놀다 간 자리와 비교되지만 분리수거함 주변도 그럭저럭 깔끔하다.

 

▲ 자욱한 해무가, 비릿하고 짭조름한 바닷내까지 덮어버렸다.

이게 뭘까?
실지렁이는 아닐 거고 갯지렁일까?
제법 길고 굵다. 족히 3미터는 더 돼 보인다, 애꿎은 호기심에 구멍을 파 보았다. 단번에 실체가 드러난다. 에계, 겨우 엄지손톱 크기만 한 골뱅이였다. 새벽 운동하다가 아침잠에 빠졌나? 요렇게 작은 아이가 이렇게 긴 궤적을 그렸다니 참 신기하다.

▲ 큰구슬우렁이는 흔히 골뱅이로 불리는 고둥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조개류와 달리 다른 조개를 잡아먹는 육식성이다. 주로 바지락이 많이 희생되는데, 껍데기에 치설(조개의 이빨에 해당하는 부분)과 위산으로 구멍을 낸 뒤 구멍 안에 위산을 흘려 넣어 조개의 살을 녹인 후 빨아먹는 엽기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해변에서 조그맣게 구멍이 뚫린 조개껍질을 발견했다면 이 녀석 짓이다. 심지어 동종까지 잡아먹기 때문에 구멍이 뚫린 큰구슬우렁이 껍데기도 볼 수 있다. 일명 '배꼽'이라고 부르거나 '개소라'라고도 한다. 최근에 통골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식당들의 대다수가 저가형인 이것을 쓰고 있다.(나무위키)

동그란 구멍 두 개가 영락없는 아기인형 눈처럼 보인다. 머리는 보글보글 볶았고 동그만 얼굴에 덕지덕지 부스럼이 나 있는 아기인형이다. 누굴까? 급한 맘에 두 구멍을 한꺼번에 파헤쳤다. 아까 본 골뱅이가 먼저 보인다. 조금 더 깊이 팠다. 딱딱한 게 잡힌다. 나이테가 선명한 회백갈색의 백합[白蛤]이다. 어쩌면 포악한 골뱅이가 백합의 뒤를 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이 가라앉자 어디서 나왔는지 아주 쬐끄만 게 한 마리가 보인다. 건져 올렸더니 잠시 기절한 듯 움직임이 없다. 한눈파는 사이에 녀석은 금세 줄행랑을 쳤다.

▲ 백합은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이다. 궁중 연회식에 쓰였으며, 껍데기는 약품 용기 또는 바둑의 흰돌로 이용되었다. 다른 조개와는 달리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열지 않는다 하여 정절에 비유되었다. 모양이 예쁘고 껍질이 꼭 맞게 맞물려 있어 ‘부부화합’을 상징하여, 일본에서는 혼례음식에 반드시 포함된다.(네이버)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박춘근 주주통신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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