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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여름은 어김없이 다가오더이다

작성 심창식 편집위원 | 승인 2020.06.30  12: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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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어찌 지내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요즘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억울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는지 모르겠군요. 그래요, 인생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K형! 현직에 있을 때 잘 나가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오른다는 게 실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좋아야 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관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사기업체라 하더라도 임원이 되려면 관운이 있어야 한다는 어느 명리학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퇴직을 한 후에 어느 협동조합의 이사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라고 하더군요. 멀리서 그 소식을 접한 나로서는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K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한 후에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도전하여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리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 커뮤니티

그러나 거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는 것인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나보군요. 혹은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그러리라고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시민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념 지향적인 사람들이지만 일순간 입장이 서로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판단되면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습성 말입니다. 토론이 격렬해지면서 서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상대를 적으로 여기면 자신의 논리를 앞세워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꺾어야 직성이 풀리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대기업의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온 K형이 알리가 없겠지요. 물론 모든 시민활동가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중 극히 일부 인사들의 경우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합니다.

권위적인 지위에서 지시만 내리면 일사천리로 업무가 진행되는 대기업에 근무하던 체질이 협동조합에서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지요.

그래요, 그래서 이사장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삶 자체가 사람들과의 협동심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걸 배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사장이 되어 불철주야 협동조합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했건만 돌아오는 게 이런 대접이라는 게 분통이 터질 일이기도 할 겁니다. 평생 살면서 맛보지 못한 그 억울함을 맛보기 위해서 이사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세상에는 자신의 선의와는 관계없이 억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자신이 억울함을 당하고서야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눈에 뜨일 테니까요.

▲ 인생의 로프

그래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인생에 대해 이렇게 읊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그렇다고 불면의 밤을 이어가며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모욕감을 느끼게 한 자들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미 그 단계는 극복했으리라고 봅니다. 그래도 타고남은 분노의 재가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겠지요.

이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게 어떨까요? 당장은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그 힘든 과정이야말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인생의 교훈일 수 있을 테니까요. 인생은 잘 나갈 때도 있고, 이렇게 어이없이  억울함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 실감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삶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제 코로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여름은 여지없이 다가오고 있군요. 올 여름 장마는 예년보다 한 달은 빨리 다가오는 듯합니다.

일간 서울 올라가면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지난날을 돌이켜 보고 파안대소를 나눌 날이 있기를 고대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K형의 해맑은 미소가 보고 싶은 건 날씨 탓만은 아니겠지요. 

부디 몸 건강 마음 건강 챙기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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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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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2020-07-01 19:13:22

    너무나 신사적이고 완곡한 표현이십니다. 맛있는 먹을 것이 있다 싶으면 온갖 저열한 방법으로 모함하고, 이간질하고, 물어뜯어 엄한 사람 주저앉히는 몰상식한 무리들. 그러곤 저들끼리 희희낙낙하는 늑대같은 일부 사이비 시민단체회원들 정도는 표현하셔야죠. 결국 서로를 그렇게 잡아먹겠죠.신고 | 삭제

    • 유원진 2020-07-01 15:29:27

      훌륭한 조언이자 마음 따뜻한 글이기는 합니다만 시민단체에 대한 필자의 관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습니다만 치열하게 활동을 하는 단체일수록 논쟁과 노선투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들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삼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를 꺾어야 직성이 풀리는 속성이 있다" 는 정도의 글을 한겨레온에서 보니 놀라울 뿐입니다. 덕담을 주고 받는 것만이 좋은 단체는 아닙니다. 특히 영향력이 없기는 하나 그래도 언론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곳에서 말이지요.신고 | 삭제

      • 촛불시민 2020-06-30 17:18:33

        작가님 같은 친구들 둔 k형이 부럽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나를 닮은 친구 한명 곁에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지요.
        두분이 그런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고 격려합니다.신고 | 삭제

        • 최호진 2020-06-30 13:38:43

          계속>
          것은 내 기우일까요? 의지와 노력을 나는 k형을 이해하면서 먼 훗날 그려봅니다.
          칼국수 한그릇 앞에두고 두런두런 옛 이야기 하면서 훌훌 먹고 싶어집니다.
          인연을 맺어온 심형의 헤아림이 애써 감출 수 있었던것은 이심전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름답던 여행길에서 스스럼없이 나를 사로잡게 했던 그생각이 오늘 날 여기 머물며 사회 활동을 하게 하였던 초석이 었어요 이제 툭툭 털고 k형을 소개 받아서 함께 덕수궁옆 미술관을 함께 갈읍시다 낙엽이있으면 더더욱 좋겠고 테이크 아웃 끄거운 커피를 들고 행복한 가을을 기다려 보겠습니다 초촐신고 | 삭제

          • chj1959c 2020-06-30 13:28:27

            심창식 인형
            늘 정확한 판단력과 냉철함에 존경 합니다.엇그제 친구를 만나 사기업체이 있던 사람들은 온실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때는 임원이 되는게 꽃이었어요 세상이 다 바뀌어 갈듯 열심히 하며 살았어요 내기사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영 할 정도로 밤낮 없이 뛰었어요 회장님께서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내가 없을때 임원회에서 최×× 정말 힘들었겠다라는 말 한마디 전해 듯고 눈코뜰새없이 뛰었던 젊은날의 추억이 K형이나 다름 없는 내예기처럼 공감을 느낍니다 이제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아름답게 살다가 가고 싶어요 꼭 문온사태같이 느끼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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