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리의 빛은 통일 

 

▲ 그림 : 남북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그린 조선학교 학생의 작품, 2018, 김애리. 
"악수를 하면 비누풍선이 날아올 것 같애요"

 

1_ 우리의 빛은 통일

 

칠흑 같이 짙은 밤길

촛불 들어 조금은 밝혔어도

여전히 끝은 멀고도 멀죠

사방어둠 뚫고 만나게 될

눈부신 빛

우리의 통일은 지금 어디 있나요?

 

한 사람의 외침만으로는

열 사람의 힘만으로는

다 안을 수 없는 뜨거움

사이좋은 이웃 아닌

감당 못 할 벅찬

혈육으로 만나고 싶은 그대여

 

빛나는 아침은 절로 오지 않아

8천만의 옹근 힘 한데 모아

후-두둑

천길폭포 쏟아지듯 저 어둠

거센 파도 퍼붓듯 깨뜨려야

비로소 맞이할 수 있을 텐데

 

가렸던 마음 열어젖히고

가로막은 빗장 부수고

정히 뵈올 님

빛을 따라 일제히 내돋는 풀잎처럼

산들산들 끝없이 노래하고픈

우리의 통일, 지금 여기 있나요?

 

 

2_ 우리도 그들처럼 <고난의 행군>

 

“1달, 1년도 아니고 10년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우리를 고립, 붕괴시키려는 미제에 맞서

목숨까지 버려가며 조국을 지켜냈어요.

비록 우리는 굶어도 자식들만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강한 나라에서 살게 하겠다는 결심이었어요.” _1)

 

<고난의 행군>을 이겨냈기에

일제, 미제를 물리칠 수 있었던

그들이 내민 손 굳게 잡고

함께 맞서 싸운다면

 

경제, 군사, 외교 무엇으로든 몰락시키고

심지어 목숨까지 노리는 적들을 향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겠노라는

단단한 각오가 있다면

 

비록 지금은 짓눌린 처지라도

후대들에게는 진정 해방된 세상

통일된 조국 물려주겠다는

사무치는 각오만 있다면

 

70년 넘는 억압의 세월동안

다지고 벼려온 날 선 심장이

촛불에서 횃불로 타올랐으니

우리도 능히 이길 수 있으련만

 

나라님은 무어 그리 두려운지

앵무새처럼 "한미동맹, 한미동맹"

그림자만 커다란 허깨비에게

주눅 든 채 "한미동맹, 한미동맹"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을 다해

미제를 몰아내야 할 고난의 길

우리 지금, 그 운명 위에 서 있다


 *1) 유튜브 동영상 '왈가왈북' 인용, 살짝각색

▲ 여순항쟁, 점령군 주한미군은 우리 땅에 너무 오래 있었다.
 

3_ 유해송환

 

가라

그나마 두 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지금

아메리카 어디쯤

네 집으로

 

가거들랑

중독에 찌든

전쟁놀이도 접고

세균실험도 접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였던

갖은 패악질도 반성하라

남의 땅에서 함부로 죽였던

목숨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순간순간 처절히 느끼며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고개 숙이라

 

그게 싫다면

장담하건데

안하무인인 너

패잔병, 포로, 허깨비

혹은 불귀의 객이 되어

과연 언제쯤

과연 어디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갈 곳 있을까

없으리라, 정녕!

 

 

4_ 목숨의 무게

 

자그마치 70년 넘는 세월

너희가 이 땅에서

조롱하고

짓이기고

갈겨버린 목숨들은

너희에겐 그저 스쳐가는

하찮은 ‘그 무엇’이었느냐

우리에게는

삼천리가 몸을 뒤틀며

통곡하고 몸살을 앓았던

더없이 살갑고 기꺼운

핏줄기란다

 

누구도 무릎 꿇지 않았고

아무도 잊지 않았다

누군가 무릎 꿇는다 해도

아무도 잊지 않을 게다

 

너희는 아직도

탐욕에 절은 오염물질

보드라운 이 땅에 파묻은 채

세균으로 장난치고

무기로 들쑤셔가며

우리 목숨 우습게 여기지만

너희 땅을 휩쓸고 있는 세균과

너희 땅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전쟁이 주는 죽음과 파괴의 공포,

몰인간적 자본주의에 지친

너의 동료, 가족, 이웃이

‘숨 쉴 수 없다’고 절규하는
그 때

너희가 이 땅에서 짓밟았던

죽음의 무게 깨닫고

부디 소름에 떨며 통곡하라

 

아무도 잊지 않으리라

나날이 더욱 곱씹으리라

너희가 적셔버린 이 땅 줄기줄기

우리네 목.숨.들

그 선혈은 얼마나

곱고 뜨거웠는지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권말선 주주통신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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