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청량함처럼 상쾌할 때도 있지만 때론 서둘러 아침잠을 깨우는 햇살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지루한 하루 시작이 있기도 하다.

‘밥 잘 안 먹는 다함이에게 뭘 만들어 줘야하나... 아침은 뭘 하고 점심은 또...’

‘아이들과는 뭘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나.. 어디를 가야 할까...?’

엄마라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이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하면 이제 막 문을 연 나의 하루에 짙게 한숨이 밴다. 낮게 가라앉은 생각을 거두지 못하고, 아니 그런 하루를 살기로 마음 먹어버리면 정말이지 나의 하루는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애써 생각을 고쳐먹고 나를 향해 핀 꽃들과 같은 아이들의 방긋방긋한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있으면

‘좀 안 먹으면 어떠하리. 아무것도 안하면 또 어떠하리. 지금 내 앞에 어여쁜 아이들이 이렇게 올망졸망 한데!’ 하며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하루가 가는 동안 내 마음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함께한 아이들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아이들. 사랑스런 아이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그 따뜻한 시선에 하던 놀이를 멈추고 “엄마 좋아~” 하고 말하는 아이니까.

어느 날 저녁때의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첫째 아이 성휘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행복하게 잘~살았다!”

그 말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만 아이의 말처럼 나도 속으로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래, 참 행복한 하루였다고.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잔잔하고 소소한 순간을 일기장에 연필로 사각사각 써내려가듯 보내고 나니 결국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오늘 하루 끝에서 나는 어떤 단어와 함께 마침표를 찍게 될까?

매번 다른 표정의 하늘을 대하듯 하루하루 풍경이 다르겠지만 내게 주어진 삶에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찬란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오늘이, 우리의 매일이 그랬으면.

▲ 내가 키우는 꽃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정은진 주주통신원  juj05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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