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6) 학생 자치와 초등 혁신학교에서의 ‘어린이 다모임’

▲ 신은초등학교에서 2014년 제1학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설명회 때 참석한 학부모들의 모습

 

2011년 개교를 하고나서 혁신학교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기존의 학교 구성원들의 구조와 질서를 바꾸고 바로 잡는 것이었다. 학교의 권력이 학교장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분산시키거나 학교장의 권력을 민주화시키는 것이다.

학교의 민주화의 척도는 교육의 3주체라고 일컬어지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주체로 얼마나 서 있느냐는 것이다. 초중등 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는 학교장의 권한을 교육 3주체들의 의견을 받들어 집행할 수 있도록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해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의 법제화의 길 열릴 가능성 보여

7월 22일 오마이뉴스 기사에 의하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회, 학부모회, 교직원회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어 학교자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와 같은 학교 자치에 관한 법은 20대 국회에서도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0명이 발의를 하였지만 폐기되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의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치활동과 동등한 학교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학생회를 법정 기구화하고 현행 학부모위원과 교원위원, 지역위원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를 포함해 학생자치를 활성화하고 학교 운영에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 교직원회와 학부모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는 김영삼 정부 이후 법제화되어 심의기구로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다. 그렇지만 이 기구는 형식상으로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위원 등으로 구성이 되고 학교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되어 있으면서 학교장의 인사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학교 일을 심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구에 학생의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취약하다. 물론 학부모가 그 기능을 얼마간 대변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전국 대부분의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장이나 학교법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들의 입김에 의하여 운영되어 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자치를 하기 위한 교육 3주체의 학교 운영 참여의 길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경기, 서울지역 혁신학교들은 교육 3주체의 학교 운영 참여를 ‘다모임’이라는 임의기구를 통하여 해결해가려는 노력을 하였다. 법적으로 뒷받침 되질 않았기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서울의 신은초, 강명초, 은빛초, 천왕초 등 개교형 혁신학교에서는 교사들의 경우, 전교조 활동 등을 통하여 민주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은 교사들이 전체 교사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인적 구성 속에서 교사들이 다모임을 통하여 의견을 모아내고, 그것을 학교 운영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들이 무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교장과 교감도 다모임에 함께 참석하여 의견 개진을 하여 의견을 모아갔기 때문에 교사 다모임이 교사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상당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 다모임’의 경우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은 초등학교의 경우 이런 민주적 회의 진행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교사의 지도가 필요했다. 그리고 서울의 경우 학교당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 형태인 ‘학생 다모임’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경기도의 혁신학교들은 전교생이라고 해야 100여 명 안팎의 적은 수이기 때문에 전체 어린이들이 다 모여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은초의 경우는 개교 당시 500명이 넘는 어린이들로 개교를 하였고, 2년 만에 1000명이 넘는 바람에 ‘어린이 다모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학급 단위와 학년 단위로 다모임 형태의 학생 자치를 부분적으로나마 할 수 있었다.

각 학급에서는 전체 어린이들이 다 모여서 학급의 생활 규칙을 정하거나 학급 자치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을 의제로 올려 의논을 하면서 학급 자치를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학교에서는 학급을 대표하는 반장 또는 회장, 부반장, 부회장 등을 선출하여 그 어린이가 회의를 주관하고, 집행 부서장인 총무, 생활, 학습, 봉사 등 필요한 부서를 두어 운영하는 형태였다. 혁신학교에서는 이런 기구조차 두지를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학교에서는 소위 치맛바람이라는 것들이 잔재해 있어서 학급 임원이 되면 그 부모는 자연스럽게 ‘반장 엄마’ 등으로 불리면서 학급의 학부모를 대표하였다. 학급에 필요한 비품이라든가 담임교사의 간식을 챙기는 등 많은 잔존 비리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혁신학교 교사들은 이걸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학급 임원을 두는 것을 경계했던 것이다.

대신 학급 다모임을 할 때는 임시 의장과 서기를 선출하여 진행했다. 아니면 학급에 따라서는 1일 또는 1주일 주기로 회장 등의 역할을 전체 어린이들이 순환하면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며 운영하는 학급도 있었다.

학년의 경우는 좀 달랐다. 학생 수가 많아서 100~200명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마땅치 않았고,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모여 즉석에서 의장과 서기를 선출하여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안건(의안)이라는 것도 교사가 의논하여 정해주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 많은 어린이들이 모여 찬반 토론 등 충분하게 의견 개진을 하면서 의견을 모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학년 단위 ‘학생 다모임’이란 것은 일반 학교에서는 시도해 보지도 못했지만 혁신학교라서 시도를 하는데,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학년에서는 필자가 교사를 대표해 나서서 운영 도우미를 하면서 진행하는 일이 많았다. 원래 혁신학교 운동을 주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교 어린이다모임’도 주관하거나 지도를 했다. 그렇지만 ‘학생다모임’은 혁신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날까지도 여러 선생님과 이 문제로 갈등을 겪을 만큼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였다.

▲ 신은초 개교 때 어린이들이 개교를 축하하는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다인수 학교에서 전교생이 모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3학년 이상 학급에서 대의원 형태로 어린이들을 모아 ‘전교 어린이 다모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교 어린이 자치를 운영했지만 이는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전교 어린이다모임’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학교운영위원으로서 또는 교사다모임 멤버로서 기존학교에서 운영하던 방식을 좀 더 민주적으로 개선하여 전교 어린이회 임원을 선출하고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어차피 학교교육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학습해 가는데, 전교생이 모이는 ‘학생 다모임’은 불가능하니 집행부와 대의기구를 분리해서 운영하자는 것이었다. 전교 어린이 회장과 부회장은 입후보를 통하여 유세도 하고, 전교 어린이들이 직접 선출을 하는 형태로 뽑자는 것이다. 그리고 3학년 이상 각 학급에서는 2명의 대의원을 선출하거나 이것 또한 윤번제로 돌아가면서 하든 어쨌거나 학급 대표들이 전교 어린이회의에 참석하여 회의를 통하여 어린이 자치를 확보해 나가자는 안이었다. 거기에서 특별한 것은 일반학교와 달리 1년에 500~1000만 원을 학생들이 논의를 통하여 운영할 수 있는 학생회 예산을 책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정된 예산의 결정권은 어린이들에게 주고 다만 지도교사는 그 돈 사용에 대한 학교 행정적인 도움을 주는 형태로 운영하자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되는 내용으로 ‘전교 어린이회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규정’ 안을 교사위원인 필자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을 하여 학부모 위원, 학교장, 교사위원, 지역위원 등으로 이루어진 학운위에서 가결했다. 그랬더니 교사다모임에서 크게 반발하고 나왔다. “학운위가 뭔데 그런 규정을 만들었느냐, 왜 교사다모임의 의견을 모으지 않았나?” 필자는 이에 대하여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학운위에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다. 그리고 학운위에 참석하고 있는 교사, 학부모 위원, 학교장, 지역위원 등의 충분한 심의를 거쳤다.”라고 하였지만 “학운위 교사위원들은 ‘교사 다모임’에서 결정하지 않을 것을 학운위가 결정하는데 앞장섰느냐”며 학운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였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교장 권력이 물러난 자리에 교사 권력이 똬리를 틀고 앉아 지나치게 학교 운영을 독단하겠다는 거냐?”며 필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학교운영위원회 결정도 무시하는 '교사다모임'은 자기 점검을 해 볼 필요있어

이렇게 교사들이 반발하자 필자는 “그렇게 학운위 결정도 인정하지 않고 학운위 위에 앉아있는 교사다모임이냐, 그렇게 학운위 결정도 무시한다면 나는 학교운영위원회 교사위원을 사퇴하겠다.”라고 하여 학교운영위원을 사퇴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교사들이 권력이 되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학교운영위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 ‘교사다모임’을 인정할 수 없다. 나도 앞으로 교사다모임에 나오지 않겠다.”하며 그 후부터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정년을 맞을 때까지 ‘교사 다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어느 집단에서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끼리끼리 뭉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비토를 놓는 것이 우리 현실인지 모른다. 처음 혁신학교라고 들어갔을 때는 뜻을 모아 큰 무리 없이 학교혁신을 함께 이룰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과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 혁신에 대한 철학의 차이, 교사의 권리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교사들 간에도 이견이 생기면서 끼리끼리 나뉘어 다투는 모양으로 변하여 많이 안타까웠다. 결국 당시 신은초에서 ‘전교 어린이 다모임’ 또는 ‘전교 어린이회’는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교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의 중요한 본질 중의 하나인 민주주의 훈련과 학습의 한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필자가 제일 선배로서 후배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면서 그들을 설득을 했어야 했다. 그렇더라도 교사들은 ‘교사 다모임’이라는 형식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모든 학교 운영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자신들의 주체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행사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일 중요한 주체인 어린이들의 의견을 모아내는 어린이 자치 기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학부모들의 자치를 인정해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또한 교육 혁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처사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이런 갈등은 학교 자치가 발전해가는 하나의 단계이고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 학부모의 학교 교육 활동 참여, 2015년 신은초 초록동아리 엄마들이 5학년 '에너지'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자치를 위한 교육의 '삼발이' 론

필자는 학교 민주화를 위해서는 늘 ‘삼발이’ 론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교장 권력이 독주하던 자리에 ‘학생, 교사, 학부모’ 3주체가 삼발이와 같이 서로 떠받쳐서 학교라는 솥이 넘어지지 않고 좋은 교육이 그 솥 안에서 펄펄 끓을 수 있는 학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학교라는 솥뚜껑을 학교장이 틀어잡고 움직이며 조리를 했다면 이제는 그 솥을 3주체가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솥을 잘 떠받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수십 년 간의 학교 민주화, 학교 자치에 대한 요구들이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서 인정하고 있고, 집권 여당에서도 이제는 무턱대로 반대할 수도 없을 만큼 세월은 참 많이 변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대로 된 학교 자치가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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