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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3)

작성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 승인 2020.08.01  20: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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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라는 네가 지고 도적질은 내가 하마

▲ 경기도 고양시 애니골 윗골 입구에서

 

오라는 네가 지고 도적질은 내가 하마

 

밧줄과 쇠줄로 친친 동여매인 아이가
백주에 숨통까지 옥죄인 채 길거리에서 울고 있다.
오가는 이 많아도 눈맞춤 하는 이 없고
플래카드 걸어놓고 호객하던 고깃집 사장도 간데없고
마땅히 관리하고 보살펴 줄 세리들까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저 아이의 죄명이 무엇일까?

봄 오면 꽃 피워 노리개 되고
꽃 지면 잎 틔워 그늘막 되고
영혼으로 빚은 열매 남김없이 나눠 주고
알몸뚱이로 황량한 거리에서 찬바람과 맞선 너를,

태어나서 입때까지
사람들이 묻어 놓은 그 자리 고수하며

물 한 모금 달라고 보챈 적 없이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살아왔거늘
남은 것은 오랏줄과 족쇄뿐!

그리워하지 마라,
꽃이파리 흩날리며
온몸으로 사랑하던 지난 봄날을.
미워하지 마라,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을.
한하지 마라,
두려워도 입 봉한 채
오들거릴 수조차 없이 너부죽이 늘어진 너를.
얼척없는 짓이다,
인간노리개 삯까지 나눠 준
예전의 부잣집 마나님을 기대한 니가.

꿰면 꿰이고
묶으면 묶이고
자르면 잘리고
베면 베이고
뽑으면 뽑히는

그래서
숨이 막혀도 소리지를 수 없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마냥 서 있어야만 하는

그래도
누구 한 사람 거들떠보지 않는
그것이 너의 운명.

니가 죽어 나자빠진들
애니골 고깃집 불판은 벌겋게 타오르고
지지고 볶는 소리
잔 기울이는 소리
침 발라 가며 돈 세는 소리
풍산역 기차 지나가는 소리….

(계속)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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