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도끼부인' 고은광순 달달한 시골살이(1) 행복마을 사업 시작

작성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 승인 2020.08.03  11:01:18

공유
default_news_ad1

- 새 이장이 들어서고 행복마을사업 시작하다


도끼부인’ 고은광순 달달한 시골살이

<새 이장이 들어서고 행복마을사업 시작하다>

1997년 창간되어 10년 후에 폐간된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웃자 놀자 뒤집자 if)에 호주제폐지운동을 하며 내가 겪은 마초(가부장 문화에 찌든 폭력적인 남성우월주의자)들의 이야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연재물 큰 제목이 “고은부인 도끼 들었네.”였는데 연재가 계속되자 사람들은 나를 ‘도끼부인’이라 불렀다.

내가 아무리 ‘고은부인’이라고 정정을 해 주어도 ‘도끼부인’으로 부르기를 고집하던 사람들은 내가 지금 시골에서 이렇게 달달하게 살고 있다는 걸 짐작이나 하려나? 한 때 ‘도끼부인’ 소리를 듣던 내가 8년 전 충북 옥천군 청산면 삼방리에 귀촌하여 어떻게 달달하게 살고 있는지 이제부터 독자 여러분께 공개하려고 한다.

▲ 거실 창에서 내려다본 삼방리 저수지와 산봉우리들

학생운동으로 제적된 후 다시 한의대에 입학하여 한의사가 되었으나 의료계의 비합리성에 연속적으로 투쟁하느라 나는 늘 분주한 삶을 살았다. 귀한 인연으로 명상공부를 하게 되었고 서울에 남편과 아이들을 둔 채 스승의 안내로 2012년 청산 삼방리의 산 초입에 한의원과 살림집을 지어 이사했다.

삼방리는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두 개의 마을 장녹골과 가사목으로 나뉘어 있다. 두 마을을 합해도 40여 세대, 60여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마을이다. 그 해 겨울 총회를 한 대서 마을회관으로 갔더니 결산보고를 놓고 주민들 간 언성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 감사가 있으면 안 싸울 거라는 말을 했다가 바로 감사로 지목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 후 이장은 일 년 내내 감사를 회피했고 면장 지시로 겨우 내 앞에 앉은 이장과 총무는 내가 요구한 은행 입출금내역과 잔액증명을 내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왜 통장을 보려하는가, 통장은 총무 개인 것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 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들이 내어놓은 것은 잔액이라며 수표를 사진 찍어 복사한 것 한 장. 아아... 그들은 마을 통장도 만들지 않은 채로 동네 노인들을 속여 왔던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모두 친인척으로 엮인 동네에서 그는 자기 마음대로 감사를 교체해버리고 건재를 과시했다. 다음 해 총회를 벼르고 있었는데 오후에 한다더니만 아침에 몇 집 연락해서 몇 사람 앉혀놓고는 총회를 끝내고 가 버렸다고 했다. (그는 결혼 후 줄곧 옥천군을 떠나 영동군에서 살면서 가끔씩 찾아와 이장노릇을 했다.) 땅 주인은 죽고 먼데 사는 딸들은 고향을 찾지도 않는다는데 이장은 그 땅을 특별법이 가동되면 우선적으로 구입할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각서를 써 주고 귀촌인들에게 시가대로 돈을 받아 챙겼다.

그를 자주 만날 수도 없으니 나는 그에게 핸드폰으로 가끔 한 줄 문자를 날렸다. “나는 맑고 밝은 청산에서 살기 위해 이사를 왔습니다.” 그는 몇 년을 나와 만나기를 피하더니 재작년에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골마을에 수년 전부터 지자체에서 돈을 지원하며 공동체를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새 이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

일 년에 300만원을 지원해준단다. 곧 바로 신청했고 충북에서 선정한 20군데 마을의 하나가 되어 올 4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가을에 심사를 해서 50% 안에 들면 2단계 행복마을 사업을 할 수 있게 되고 지원금도 10배로 늘어난단다.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위원장이 되어 원하는 사업들을 조사해서 청구서를 제출했다.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이장은 전적으로 뒤를 밀어주겠다고 약속 했다.

▲ 사업계획서는 면->군->도로 올라간다. 깐깐한 공무원들의 요구에 익숙해 지는 것이 바로 주민역량강화인 듯.

우선 저수지를 따라가며 나무를 심고, 어버이날 잠깐 대접받던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날 행사를 준비하며, 벽화를 그리고, 요가를 배우기로 했다. 풍물을 배우고자 했으나 모든 강사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모든 지출은 견적서, 납품서, 카드 영수증 3박자를 갖추어야 했기 때문에 사업내용을 수정했다.

3백만 원 쓸 게 뭐 있남? 가사목은 놓아두고 장녹골만 하는 게 어떨까?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면 소외된 서러움이 얼마나 클 것이며 얼마나 아플 것인가. 지켜질 수 없는 비밀일 터이니 애당초 다 포용하는 것이 옳다.

적은 돈이지만 떨어져 있는 두 마을이 함께 가보자고!!!!

---------------------------------------------------------------------------------

연재 순서

1) 새 이장이 들어서고 행복마을사업 시작하다,
2) 행복마을 만들기-청소부터 시작하고 나무를 심었다.
3) 마을 단체복으로 앞치마를 만들고 행복마을잔치
4) 요가 수업과 벽화 그리기 밑 작업
5) 서울에서 내려온 한 명의 전문가와 자봉 학생들
6) 해바라기와 포도, 연꽃
7) 동학도들이 살아나고
8) 삼방리의 딸 천사는 다르다.
9) 가사목의 의좋은 형제는 다르다.
10)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은?
11) 생뚱맞은 파도타기?
12) 개벽세상이 무어냐고?
13) (이어집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koeunks1@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고은광순 주주통신원의 다른기사 보기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기사댓글보기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