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주말의 명화’를 꼬박꼬박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설레면서 기다리던 흑백 영화는 그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 ‘길(La Strada)'도 그때 보았을 거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4년, 이태리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만든 <길>은 여주인공 ‘젤소미나’를 위한 영화다. 펠리니 아내인 '줄리에타 마시나'가 연기한 ‘젤소미나’는 수정같이 순수하고 해맑은 어린 소녀다. 그녀는 떠돌이 차력사인 잠파노('안소니 퀸' 분)가 사들인 조수이자 짝으로 그를 도와 북을 치고 나팔을 분다. 그녀의 귀함을 깨닫지 못한 잠피노는 그녀를 짓밟고 학대하다 병든 그녀를 버린다. 잠파노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인생을 함께할 가장 빛나는 별은 놓쳐버리고, 진정으로 위해줄 이 아무도 없는 황량한 지구에 혼자 남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젤소미나의 불행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잠파노의 슬픔이 불쌍하기는커녕 쌤통이라 생각했다. 그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아직까지도 '안소니 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베니스 영화제 실버라이온상, 뉴욕비평가협회 및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최고유렵영화상 등 많은 상을 받은 <길>은 명화 중에 명화다. 주제곡은 이탈리아 음악가 ‘니노 로타(Nino Rota)’가 만들었는데, 아직도 많은 연주가들이 즐겨 연주하는 명곡 중에 명곡이다. 

'젤소미나’가 ‘잠파노’를 따라다니며 부는 트럼펫 연주곡이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19곡이 나오는 영상이다.

첼로주자 8명이 모인 Ô-Celli가 연주하는 첼로곡이다. 첼로음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춤형 곡이다.

 

1911년 1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니노 로타'는 클래식 작곡가 겸 지휘자다. 8세 때 작곡을 시작한 신동으로 11세 때 오라토리오를, 14세 때는 뮤지컬을 작곡했다. 밀라노에 있는 베르디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1930년 세계적인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의 권유로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서 작곡과 지휘를 배운다. 1950년부터는 이태리 바리에 있는 리체오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깝게도  1979년 비교적 이른 나이인 68세에 세상을 떴다.

클래식을 전공했기에 오페라, 소나타, 협주곡 등 많은 곡을 작곡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주요 악단과 솔로이스트들이 연주한다. 영화 <길>의 테마곡을 작곡하면서 클래식 작곡가보다는 영화음악 작곡가로 더 유명해져서 약 150편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하여 ‘엔니오 모리코네’처럼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불린다

세상에서 가장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인 ‘오드리 헵번’이 주인공으로 나온 <전쟁과 평화>는 1956년 제작되었다. 이 영화 주제곡 ‘나타샤의 왈츠’도 ‘니노 로타’ 작품이다. 

 

사람 눈이 저렇게 파랄 수 있을까? 모든 여성들을 빨아들이는 매혹적인 사파이어 눈, 그 눈을 가진 '알랭 드롱'의 푸른 영혼이 포말처럼 서서히 부서져 가는 영화, 1960년 '르네 끌레망'이 감독한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다. 2000년 <리플리>라는 영화명으로 리메이크된 영화도 봤지만, 40년 전 ‘알랭 드롱’이 주연한 영화가 더 생생하다. 아마 난생처음 인간 같지 않게 아름다운 남자를 보았기 때문일 거다. ‘니노 리타’가 작곡한 주제곡은 범죄스릴러물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잔잔하고 평화롭다. 곡의 흐름이 대부의 주제곡과 비슷하다.  

 

1968년 '프랑코 제퍼렐리'가 감독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주제곡도 '니노 로타'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십 편 작품이 만들어졌으나 '올리비아 핫세'가 나온 이 영화가 흥행에 가장 성공했다고 한다. '니노 로타' 음악이 한몫했을 거라고 본다.

 

그의 영화음악 중 <길> 만큼 유명한 곡은 ‘프란치스 코폴라(Francis Coppola)’ 감독의 영화 <Godfather> 1편(1972년)과 2편(1974년) 음악이다. 

<The Godfather I> 음악 대부분 '니노 로타'가 작곡했지만 'Al Martino', 'Carlo Savina', 'Larry Kusik' 작곡가도 참여했다.   

<Godfather II> 역시 대부분 '니노 노타' 곡이지만 'Carmine Coppola' 곡도 있다. 'Carmine Coppola'는 '프란치스 코폴라’의 아버지라 한다. 니노 로타'는 이 영화음악으로 1974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1990년 만들어진 <The Godfather III>은 그의 사후 제작되어 이 영화작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3편은 1.2편에 비해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The Godfather I,II>에 실렸던 그의 음악이 반복되어 나온다. 혹 그의 새로운 음악이 실리지 못해서 참신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닐까~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The Godfather Part III>은 1.2편에 나온 '니노 로타'의 오리지날 사운드와 2편에서 참여했던 'Carmine Coppola'가 만든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첼리스트 Hauser의 첼로곡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주요 영화 음악을 모은 1시간 짜리 영상이다. 1973년 영화 <Amarcord>로 시작해서, 1963년 코메디 영화 <Otto e mezzo>를 지나, 1967년 세익스피어 원작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나온 영화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으로 끝나는 영상이다.   

 

1911년에 태어난 '니노 로타'와 1928년 태어난 '엔니오 모리코네'... 1979년 사망한 '니노 로타'와 2020년 사망한 '엔니오 모리코네'... 둘 다 클래식을 전공했고 17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17년 간격이 엮어내는 영화음악 분위기는 좀 다르다. '니노 로타'는 클래식을 영화음악에 접목하려 꾸준히 시도한 음악가라면, '엔니오 모리코네'는 클래식을 뛰어넘는 신선한 시도를 많이 한 음악가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은 좀 고전적 분위기가 나고, '엔니오 모리코네'는 좀 대중적 분위기가 난다. 이제야 개성이 뚜렷한 두 사람 영혼이 하늘나라에서 만났겠다. 얼마나 반가울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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