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 배우다 만난 인생철학(2)

‘코로나19’로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좋은 소식과 속상한 소식이 함께 왔다. 좋은 소식은 지난 2년간 열심히 일했던 연구를 논문으로 썼고, 이 논문에 관심을 보인 과학저널을 찾은 것이다. 이 과학저널은 내 논문과 데이터를 쭉 리뷰하고 보충실험을 요청해왔다. 지난 몇 주간 보충실험을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속상한 소식은 작년에 작성한 연구보고서가 떨어졌다는 거다. 퀘백주는 석·박사과정 학생에게 연구장학금을 준다. 이를 타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연구보고서가 2등 차이로 떨어졌다. 마치 음양의 조화처럼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기 마련일까? 다 가질 수 없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처음 시도한 것이니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한 번은 더 도전해볼 생각이다.

보충실험 때문에 정신이 없어 Oscar와 하는 프로그래밍 공부는 조금 뒤로 밀려났지만 그래도 종종 시간을 내어 Oscar와 함께 공부하고 있다. 실험을 마치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러 가면, Oscar는 지쳐 보이는 내 모습을 보고 차분한 표정과 말투로 힘을 주는 따듯한 말을 종종해준다. 그런 말들은 마치 정신적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Oscar는 정신적으로 차분하고 강하기도 하지만, 생활 습관도 배울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바로 지난 3년 동안 철저히 지켜온 ‘채식주의’다. Oscar는 가톨릭신자이지만 약혼자는 불교신자이며 채식주의자이다. Oscar는 약혼녀가 갖고 있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사상이 마음에 들어 3년 전 채식주의로 바꾸었다고 한다.

채식주의를 해서일까? Oscar는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피부도 깨끗하다. 한 번에 습관을 바꾼 Oscar가 대단하게 느껴져 고기 먹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냐 물어보았다. “응.. 처음 몇 개월간은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또 다른 옵션인 배양육(동물세포를 배양해서 고기로 만든 것)은 먹을 거냐고 물었을 때도 Oscar는 단호히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가 아예 없어 굳이 배양육을 먹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 pesco vegetarian(해산물유제품 포함), ovo-lacto vegetarian (유제품만) 그리고 vegan

 

실제로 몬트리올은 Oscar와 같은 채식주의자도 많고 이에 따라 채식주의 식당 및 식품가게도 굉장히 많다. 채식주의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달걀, 치즈, 우유 등 유제품, 해산물까지 먹을 수 있는 좀 느슨한~ 채식주의(pesco vegetarian)가 있고, 유제품까지만 먹는 채식주의 (ovo-lacto vegetarian), 엄격하게 유제품과 해산물을 금하는 채식주의(vegan)가 있다. 오스카는 좀 느슨한~ 채식주의에 가깝다.

몬트리올 오기 전까진 채식주의자들을 ‘채식주의 틀 안에 본인을 가두는 사람들’, ‘조금 별나고 과민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지구 온난화 등과 관련된 홍수, 산불, 사막화 등과 같은 기후위기 현상을 보고 개인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채식주의 혹은 먹는 고기량을 줄이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예전에 뭘 모르고 가졌던 편협한 내 생각이 부끄럽기만 하다.

 

▲  The effects of plant-based diets on the body and the brain: a systematic review

 

현재 인구는 70억에 달한다고 한다. 2050년도엔 약 100억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100억이라는 인구에게 필요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50% 농업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인도 면적 두 배 되는 토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토지를 마련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삼림벌채가 예상된다. 우리는 이미 토지 40%와 물의 70%를 농축산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중 특히 축산업에서 토지와 물을 80%이상 사용하고 있다. 가축 중 소는 넓은 토지, 엄청난 사료가 필요하다. 또한 소가 트림을 하며 만드는 가스 메테인은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예측한대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고기를 현재처럼 먹는다면 지구의 생태계는 농축산업으로 망가질 것은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고기 특히 소고기 먹는 양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인구 전체가 고기 먹는 양을 반으로만 줄여도 지구 온난화 가속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인구 9.4%가 채식주의를 한다.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 프랜차이즈에선 콩으로 만든 햄버거를 팔고 있고, 식당에 가면 채식주의를 위한 메뉴는 기본으로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채식주의를 하는 Oscar와 같이 식사를 하러 나가도 어떤 식당에 가야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인구 2%가 채식주의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에 비해 약 2배가량 증가한 추세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은 약 10%다. 몇 년 전 한국에 있었을 때 채식주의 외국인 친구가 있었다. 둘이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며 채식식당을 찾기 위해 엄청 고생하다 결국엔 이태원에 가서야 겨우 찾았던 일이 기억난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채식식당도 여럿 생겨나고 온라인몰도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2% 인구수만큼 발전하는 것이니 아직은 약할 거라 본다.

채식 위주 식단은 지구를 돕는 거 외에도 인간 건강에도 굉장히 이롭다.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은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이 42%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75% 감소한다고 한다. 또 다른 많은 연구에 의하면 채식주의는 당뇨, 각종 염증과 관련된 질환(관절염, 섬유근육통, 다발성 경화증 등), 편두통과 우울증도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고기를 적게 먹고, 채식을 많이 하면 활성산소를 감소시켜 노화진행을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학자들과 역학자들은 앞으로 인류에게 도래할 무시무시한 결과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피하기 위해 인류를 먹여 살리고 지구와 공존할 수 있는 대체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배양육이다. 배양육은 동물 근육세포를 이용한 고기다. 동물을 사육하지 않아도 세포 배양으로 만들 수 있기에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선 배양육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 이를 좀 더 저렴하게 대중에게 공급하고 다양한 고기 질감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 체인점 A&W에서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비욘드 미트 버거

 

배양육 말고 대체육도 있다. 대체육은 식물 기반 단백질로 고기와 비슷한 질감, 맛을 내도록 만든 식품이다. 이스라엘 기업인 '리디파인 미트'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식물성 단백질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스테이크와 같은 질감, 맛을 살리기 위함이다. 대체육 시장에 들어오는 자본을 보면 얼마나 유망한 미래 4차사업인지 알 수 있다.

배양육과 대체육의 발전과 더불어 농축산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미래는 그렇게 어둡진 않다. 지금 당장 우리가 별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개개인이 고기 먹는 양을 반으로 줄이면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자손들에게 좀 덜 망가진 지구를 남겨줄 수 있다. 어쩌면 이는 지구를 미래 세대에 빌려 살고 있는 우리가 꼭 실천해야할 임무가 아닐까 한다.

 

▲ 그레타 툰베리(사진 출처 : 2019-11-24 한겨레신문)

'그레타 툰베리'가 우리를 향해 억울함과 슬픔에 가득 차 연설을 했던 모습을 다시 상기하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참고 기사 1 : https://www.washingtonpost.com/climate-solutions/2019/11/18/are-my-hamburgers-hurting-planet/
참고 문헌 2 :
https://www.wri.org/blog/2018/12/how-sustainably-feed-10-billion-people-2050-21-charts
참고기사 3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956871.html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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