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눈물

               
                - 김형효

 

그가 울더라.
노무현 대통령께서 삶을 포기한 후 장례식장에서
그가 울더라.
어깨를 출렁이더라.
거센 동해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더라.
그가 울더라.
이명박의 폭정에 남북화해의 기운이 위협받을 때
그가 울더라.
이명박의 폭정에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그가 소리치더라.
그가 외치더라.
벽이라도 두드리며 소리라도 치라며
그가 외치더라.
그런 사람이 이 나라에 대통령을 지냈고 
그런 사람이 우리와 살다가 떠났건만
우리는 그의 절실함을 외면한 채
지금 졸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치를 못따라가고
문화예술계도 정치를 못따라가고
우리는 그렇게 절실함을 잃고 부표처럼 떠돌고 있다.
그렇게 졸면서 운동하고
그렇게 졸면서 밥을 먹고
그렇게 졸면서 정치가 깨우면 
잠시 소란을 피우다 다시 졸기 시작한다.
김대중의 외침과 김대중의 눈물고개도 못넘으면서
입바른 소리만 사해에 넘쳐 잘난 바보들이 떠들며 졸고 있다.
눈물의 진실고개 앞에 우리는 모두 입다물자.
우리는 지금 다함께 또 다른 역사의 한 고개를 넘을 준비와 결기를 다져야할 때다.
그렇게 한 번 울자.
그 울음이 조국을 개벽시키리라.
그 눈물이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리라.
아니 그 눈물고개 넘으면 통일 조국이 있으리라.
지금 또 다시 벽이라도 치며 욕이라도 하는 결심을 굳혀야할 때다.
이제 모두 다함께 졸음에서 깨어나야할 때다.
이제 그만 졸자.
 


[편집자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 <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 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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