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이런 기사를 보았다. 

'정부, 의료진 학대 신고 땐 ‘강제 분리보호’ 검토…고위험군 아동 확대 점검'
기사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48481.html

문재인 대통령이 아버지 동거녀에 의해 여행가방에 7시간 동안 갇혔다가 숨진 ㄱ(9)군 사건에 관해 "위기 아동 확인 제도 강화해야”라고 지시하자 보건복지부가 학대 우려 아동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의료진 신고 때 아동 분리 보호를 적극 검토하는 후속 대책을 준비한다는 기사다.

지난 7월 30일에는 이런 기사도 보았다.

아동학대 의심땐 부모와 즉시 분리…민법 징계권 조항도 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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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은 즉시 부모로부터 임시로 분리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도 도입하고, 훈육을 명분으로 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민법상 징계권 조항의 개정을 추진한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아동학대의 빌미가 되고 있는 탓에 관련 민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상황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조리하다가 불이 나 초등학생 형제가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출처 : 2020년 9월 18일자 한겨레 신문)

그런데 아이들 방임으로 또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 9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지시를 또 내렸다. 

‘라면 화재’ 언급한 문 대통령 “부모 동의 없어도 강제보호” 지시
기사보기 :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963173.html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사건에 관해 “부모 동의가 없더라도 학대 아동, 돌봄방치 아동의 경우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강제적으로 보호하는 조처까지 포함해 제도를 보완하라”라고 지시했다.

이 두 기사를 접하고 30년 전 상담했던 용희(가명)가 생각났다.

그 당시 6학년생이었던 용희는 장기 결석하면서 서울역, 종로 근방을 다니면서 앵벌이를 했다. 경찰은 이런 아이들을 단속해서 아동상담소에 데리고 왔다. 용희가 상담소에 오면 아버지는 어떻게 아는지 바로 상담소에 찾아와 용희를 데려갔다. 그 과정을 수년째 반복하고 있어서 용희는 상당히 불안정했고 행동은 엉망이었다.

용희는 아버지와 단 둘이 서울역 쪽방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였고, 용희가 앵벌이 해서 번 돈으로 먹고 살았다. 용희는 돌봄방치 정도가 아니라 학대받는 아동이었지만 보호자인 아버지가 인수하겠다고 하면 보내야했다. 그 당시 법이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용희가 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상담소 생활관에서 더 지내고 싶다는 거다. 아버지가 찾으러 와도 보내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찾아왔다. 용희 아버지는 일부러 그러는지 항상 술에 취해 셔츠 단추를 다 풀어헤치고 멀리서부터 "용희야, 용희야" 부르며 왔다. 용희는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본인의 생각을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했으나 용희는 말 못한다 하곤 숨는다면서 내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할 수 없이 용희를 대신해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펄펄 뛰면서 소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소장님도 법을 어길 수 없다며 보호자에게 인계하라고 했다. 나는 용희가 처음 하는 부탁이라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다음날 술 드시지 말고 와서 용희와 이야기를 해달라고 간신히 달래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 아버지는 정말 맨 정신으로 왔다. 용희도 술 안 먹은 아버지가 덜 무서웠는지 아버지에게 집에 안가겠다고 직접 말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용희야. 아버지 진짜 힘들다.”

그래도 용희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고, 아버지를 따라가지 않았다. 6개월 넘게 우리는 재미있게 지냈다. 가끔 아버지는 용희를 보러 왔는데 음료수와 간식을 사들고 올 정도로 바뀌었고 나에게도 예의를 갖춰 대했다. 변한 아버지 모습에 마음이 바뀌었는지 용희가 집에 가겠다고 했다. 아버지도 학교를 꼭 보내겠다고 약속하고 용희를 데려갔는데 그 후 다시는 용희를 볼 수 없었다.

용희는 초등학교는 마쳤을까? 나는 아닐 거라고 본다. 사람의 습관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6개월로는 부족했다. 용희 학습수준은 4학년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 그 당시 초등학교는 유급제도가 없었다. 특별한 관심과 배려 없이 용희가 학교에 마음을 붙이기 힘들었을 거다. 용희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를 갔다면 자랑하고 싶어 나를 찾아왔을 텐데... 

용희는 상담소에 있으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약속도 잘 지켰다. 칭찬에 기뻐했고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NO 훈련도 받았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기에 예전처럼 아버지 폭력에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거다. 용희가 돌아간 환경은 정상적인 돌봄이 거의 없는 환경이었기에 그럼 다음 단계는 뭘까? 가출이다.   

가출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 용희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가 데려간다고 했을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법이 그랬으니까...

그런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법은 그대로다. 세부적으로 진화되었을 수는 있으나 의료진이 문제를 제기해도, 이웃이 신고해도, 부모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보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나 지금의 현실이다. 학대가 예상됨을 짐작하면서도 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용희도 술 취한 아버지가 무서워 자기 의사를 잘 말하지 못했다. 엉덩이를 하늘로 치올리고 책상 밑에 숨었다. 그보다 어린 아동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모가 무서워 아무 말없이 부모 손에 끌려가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국회의원들은 하루 속히 '아동복지법' 개정에 나서주었으면 한다. 임시적으로 일정기간 만이라도 '즉시강제격리보호'가 시급히 이루어져야한다. 이건 여야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또한 <한겨레>도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도해주었으면 한다. 이 세상에서 약자 중의 가장 약자가 어린아이들이 아닌가?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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