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분에 넘칩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요? 양해바랍니다. 저는 나이 60에 수행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강의를 제외하고는 일절 다른 일이 없습니다. 참여하고 연대하고 후원하는 일은 해야겠지만요. 남 앞에 소개할 만한 면목이 없습니다. 이 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한겨레'와 한겨레가 지향하는 길을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인연되는 사람들에게도 한겨레를 소개합니다. 이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정말 정말 엎드려 사과 올립니다.”

지난 20일 한겨레 조홍섭 기자가 한 독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편지를 <한겨레:온>에 소개하겠다는 나의 제안을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조 기자에게 보낸 그의 메일이 내게 전달된 건 21일 낮이다. 그는 나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형편이 어려워 주주가 되지는 못 했지만 한 번도 한겨레를 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주주가 되지 못 한 사실이 너무너무 죄스럽다고 말했다. 지금도 언제든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런 사실을 30여 년이 지나도록 몰랐다. 나의 불찰이다. 너무너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주주가 되겠다며 50만원(100주)을 한겨레로 보내왔다. 자신을 드러낼 면목이 없다며 극구 사양한 그를 설득하여 조 기자에게 보냈던 이메일 편지를 소개한다.

‘고생 많으십니다. 조홍섭 기자님의 자연 환경 사랑과 자연 생태에 관한 글들, 잘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물바람 숲'은 자연 생태 환경의 자료 창고이지요. 오늘 남원 마을 숲 기사를 읽었는데 그 곳을 다녀 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월호’식이 이 나라 사람들의 삶의 양식인 이 슬픈 땅에서 한겨레의 길을 수호하시느라 힘드시겠지요? 감사합니다. (중략)

창간호부터 한겨레 구독자 김상학입니다. 시골구석에서 한겨레신문을 구하러 시내 지국까지 오갔던 시절이 있었지요. 너무 감격스럽고 신나고 기쁜 일이었지요. 스크랩을 해 가며, 밑줄을 치면서 공부를 했었지요. 지금도 진행이지만요.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현실, 역사인식, 인간적, 문화적 통찰이라는 이 의식의 사상(四象) 집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민주, 정의, 상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지지하자. 왜, 몰상식한 자들을 지지하는가? 우리 자신들이 바로 세월호 공범자들이고, 기회주의적 위선자로 사는 이 사회의 대다수 주류 인생들. 한 마디로 '향원' 무리배들. 여기에 대해 대화 토론도 하고요. 세월호 이후 분노를 삭이느라고 조토마와 한토마에 ‘장발장’으로 부족한 글도 올리고요. 뒤에서나마 후원도 하고요. 그저 송구할 뿐입니다.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영서대학교와 몇 군데 교육원에서 동양 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부탁해 놓았지요. "내 죽어도 한겨레 자동이체는 그냥 두라"고요. 신문지 값이 아니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의무금 이라고요. 더 이상 치장 인사 말씀드려 무엇하겠습니까. 오래 전부터 기자님들과 사외 글 쓰는 분들에게 인사의 글이라도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많이 늦어졌습니다. 인간의 가치가 있는 길. 지난하지만 꼭 가야할 길. 한겨레의 길! 좋은 글 쓰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올 여름에는 글이 두서가 있든 말든 감사의 글을 보내자’ 하고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사무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만드세요.'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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