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지 3년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얼마전 한겨레 주주가 된 김상학 주주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바람과 물 그리고 땅 이야기

그 동안 옛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려는 순정을 여러 곳에서 살펴보았지요.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삶은 너무나 인간다운 자연스런 일이 되겠지요. 이것을 자연정신, 우주정신, 천지인 합일사상이라 하는 것이지요. 이 용어 안에는 인생살이뿐만 아니라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와 사상 철학이 담겨 있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구름잡기 식으로 막연히 생각하고 잘 모르지요. 어릴 때부터 자연과 인간 본성에 관한 우리 공부를 놓치고, 서양 사상 철학에 매몰되고, 그것조차도 먹고 살기 위해 주입식으로 접근을 해서겠지요.

예를 들면, 젖을 떼자마자 엄마와 이별한 아이가 40, 50, 60, 70대가 되어 친엄마를 만난 것이지요. 친엄마인지 아닌지 어리둥절하겠지요. 우리 공부를 만났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에 대한 공부인지, 미신적인 것은 아닌지 하고 홀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나의 본성을, 자연성을 잃은 것이지요. 태극기 안에 모두 들어 있는데 말이지요.

한국인이라면 김치 고추장 간장 된장을 먹지 않으면 뭔가 심정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요. 정신도 마찬가지겠지요. 한국인들이 교회나 성당이나 절에 앉아 외국인의 정신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유불선이나 기독교나 세계성을 띈 종교 사상 철학이지만 한국인이면 한국인의 얼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맛있게 먹어야 하는 것들이 아닐까요?

선진국이나 중국 일본 등 대부분 그들의 토종 정신음식을 먹고 힘을 내지요. 지금 이 나라 이 민족의 난맥상은 국력이 약하다보니 이 주체라는 기강이 무너진 데서 야기되고 있지요. 거기에다가 정치의 정통성과 기강이 무너져서 극도의 막장 혼란상에 이르고 말았네요.

아무튼 주체를 상실하고 내가 나를 모르기에 방황한다지요. 길을 몰라 헤매듯이...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에 속으며 꿈속을 살다가 일생을 마치게 된다지요. 역학 공부는 이렇게 자연을 알고(理法), 나를 아는(心法) 공부이지요. 또한 정신세계를 유현하고 심원한 우주적 인식으로 확장하는 무한 가능성의 공부가 되겠지요. 이런 의식의 바탕에서 바로 창의, 창조가 탄생하는 것이지요.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은 문자 그대로 바람과 물과 땅의 이치에 관한 학문이지요. 주역 8괘卦 - 천 택 화 뇌(天澤火雷), 풍 수 산 지(風水山地) - 중에서 앞 4괘는 양 陽에 뿌리를 두고, 뒤 4괘는 음陰에 뿌리를 두지요.

▲ 풍수지리학을 생활에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지관들이 들고 다니던 윤도(輪圖)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87924.html)

그래서 풍수지리를 대부분 묘터 자리와 관련을 시키게 되지요. 풍수산지가 곧 풍수지리가 되는 것이고, 삶이 양이라면 죽음은 음이니까요. 그런데 명당(明堂)은 사람이 살아가는 집터인 양택(陽宅)과 죽은 사람의 집터인 음택(陰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겠지요.

역학은 기학이고 태극원리이고 음양오행 철학이지요. 풍수지리학도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땅에 관한 자연 이치를 설명하는 이론이지요. 풍은 바람으로 기후와 풍토를 가리키며, 수는 물에 관한 모든 것을 가리키지요.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구별하여 인간의 운명과 연결시키는 생각이 풍수사상이네요.

풍수의 기본원리는 도참사상(圖讖思想)과 결합하여 깊은 믿음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데 땅 속에는 꿈틀대는 정기(精氣. 生氣)가 있다지요. 이것은 인간 몸속의 피처럼 일정한 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이를 타고난 사람은 복을 받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지요. 이것이 뭉친 곳(혈穴)에 집을 지으면 가운이 뻗쳐 대대로 번창하며, 도읍을 정하면 나라가 번성하고, 조상의 무덤을 쓰면 위대한 인물이 태어난다고 하네요. 즉 집터나 마을터, 무덤 자리의 좋고 나쁨이 인간의 길흉화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요.

▲ 선비들이 부채에 달아 몸에 지니고 다니던 윤도(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87924.html)

이상의 이야기는 인간이 하늘님과 상제님, 신과 천명에 종속되어 있을 때의 생각과 행위들이겠지요. 점 행위도 그러하고 묏자리 쓰는 것도 그러하고... 지금은 인지의 발달로 인간중심 철학을 탐구해 냈지요. 때문에 자신이 주체적 자발적 우주의 주인공으로 살아야겠지요. 그러나 옛 사람들의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까지도 무시하면 안 되겠지요.

다음 세 가지 용어는 풍수지리학의 핵심이지요.

1) 장풍득수(藏風得水) - 풍수. 바람은 거두어 저장하고 물(생기)을 얻는다.

2) 동기감응(同氣感應) - 같은 핏줄은 서로 감응한다. 서로 같은 기운을 느껴 그 결과, 반응을 보이는 것

3) 장자 승생기야(葬者 乘生氣也) - 장사 지내는 일은 생기를 타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명당자리에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면 그 기운이 후손에 감응되어 좋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네요. 그런데 먼저 명심해야 할 점은,

첫째, 풍수지리학은 현대적 의미로는 ‘자연 조경학’이라는 관점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둘째, 조상들의 묘터자리와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발복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겠지요.

현대는 대부분 화장을 하고 납골당을 이용하고 수목장도 하지요. 그리고 천장(天葬), 풍장(風葬), 조장(鳥葬), 수장(水葬) 등등이 있지요. 심지어 인도인들은 시신을 ‘시다림尸茶林’이라는 숲에 짐승들의 먹이로 시신을 데려다 놓는다네요. 그러면 천상의 좋은 곳으로 간다는 믿음이지요. 세계의 장례 문화에 대해 검색해 보면 그대로 드러나지요. 장례 예식뿐만 아니라 관혼상제 등등이 그 나라와 민족의 풍습과 문화인 것이지요. 풍습과 문화라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인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해 볼 때 명당 묏자리가 후손들의 발복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미개하고 허무맹랑한 짓인지 알 수 있지요.

명당은 바람이 숨바꼭질을 하고, 앞쪽으로 물이 흐르는 양지 바른 곳이면 되겠지요. 그 곳이 좋은 집터이고 묏자리이겠지요. 이런 곳에 살면 건강 생활에 좋고, 또한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마음이 편하고 그래서 일을 잘 할 수는 있겠지요. 이것이 氣가 미치는 것이라면 氣의 영향이 될 수 있겠지요. 느낌, 기분과 분위기도 氣이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마다 정성을 다 하는 것이겠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활 속에서 정성과 공경을 다 하는 사람들은 좋은 일이 따르는 인과의 이치가 적용된다고 보아야겠지요. 지성감천의 기가 동기감응을 하여 후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있겠지요.

우리나라의 시골 마을들은 남향으로 마을 앞 쪽으로는 물이 흐르지요. 대부분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인 것이지요. 이 자체가 명당자리들이지요. 이런 마을 뒷산에 묘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명당자리에 모신 것이지요. 아직도 명당 묏자리와 발복을 연결시켜 길흉화복에 얽매인다면 망상에서 허덕이는 슬픈 인생이 되겠네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국토가 협소한 나라이지요. 살아서도 지구 자연을 많이 오염시켜 놓았는데 죽어서도 묏자리를 차지하고서 무얼 할까요? 지금 불교계에서는 화장을 하고서도 돌탑으로 납골당을 설치해서 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곳도 있지요. 그렇게 천년만년 지탱해서 어쩌자는 것일까요? 대단한 사업으로 수익성이 있다고 하는데 슬픈 현실이네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우리 모두 장기 기증도 하고, 해부용 시신 기증도 하고, 화장을 해서 모두가 천당과 극락에 가서 만나자고요!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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