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출신 현직 의사들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고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의대 동문 365명은 1일 '서울대 의대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서울대병원에 붙였다. 지난 9월 30일 서울대 의대 재학생들이 올린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에 대한 답변이다.

[관련기사 보기] 기자들을 향한 외침 : 백남기님 사인은 '외인사'다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05

현직 의사들의 서명이 붙은 대자보는 이날 오후 4시 45분 경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고 백남기님 빈소 입구, 후배들의 호소문 옆에 붙어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란 제목의 답글이다.

 왼쪽이 후배들의 부름, 오른쪽이 선배들의 답글

 

대자보로 붙은 응답글 전문을 소개한다.

서울대 선배들의 응답 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이 후배들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지난 9월 30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102인이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와 관련하여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의과대학 학생들의 부름에 저희 동문들은 선배 의사의 책임감으로 다음과 같이 응답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저희 동문들은 최고의 교수님들과 선배들로부터 의술을 배웠다는 자부심을 안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해왔습니다.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중심병원에서 배운 경험은 저희들의 자긍심이였고 기쁨이였습니다. 그리고 자긍심의 바탕에는 무엇보다 환자를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고 근거원칙에 기반하여 진료에 매진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들의 전문성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우리의 믿음을 의심하게 합니다. 후배들이 지적했듯이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원칙에서 어긋납니다.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면 '외인사'로 작성하도록 배웠습니다. 이에 따르면 외상으로 인한 급성 경막하출혈이 원인이 되어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하더라도 병사가 아닌 외인사가 됩니다. 또한 심폐정지는 사망에 수반되는 현상으로 사인에 기재할 수 없습니다. 최고의 공신력을 가진 기관일수록 이러난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학생들에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원칙을 가르치는 곳이고,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병원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서울대학교 병원이 국가중심병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짊어지고자 최선을 다해왔다고 믿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어렵게 쌓아올린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 간절히 청합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역사를 이어온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소명의식으로 학생들과 동문들의 부름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요. 서울대학교병원이 지켜왔고 앞으로 지켜야할 가치를 기억해주십시요. 저희 동문들도 그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2016년 10월 1일(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 365인

편집 :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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