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 한겨레 주주가 된 김상학 주주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잠시 8괘를 살펴보면 1건천, 8곤지는 역의 문, 우주의 근거, 만물의 부모, 모든 괘의 바탕이며 음양의 원질이 되지요. 1건천은 양, 용, 하늘, 남자로서 부동의 근본이고, 8곤지는 음, 암말, 땅, 여자가 되는 것이지요. 3리화, 6감수는 우주의 근원이고요. 2태택, 4진뢰, 5손풍, 7간산은 자연 현상을 말하지요. 따라서 주역 64괘 중에 중천건괘(1)와 중지곤괘(2)는 천지 부모괘라고 하지요. 이 두 부모괘를 잘 이해하면 62개의 나머지 괘는 좀 더 쉽게 접근을 할 수 있지요.

이제 64괘를 하나씩 알아보려 하는데, 먼저 첫 번째 괘인 중천건=건위천괘(1)를 소개하지요. 모든 64괘들에서 괘사, 효사는 궁중과 개인사에 관해 점치는 사람(卜史)들의 점친 내용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지요. 그래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면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 같이 들리지요. 그 말 자체에는 너무 비중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또한 단전, 대상전, 소상전들도 이 점사들을 해설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막연하하게 느껴지지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래 <건괘 이야기>에서처럼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겠지요. 그리고 <주역> 주석서를 보면서 음양오행 이치 곧 태극 원리를 함께 공부해 나가면 재미도 있고 많은 도움이 되지요. 그러면 숭엄 웅장한 우주 천지 자연의 북소리와 교향악이 들려오지요.

☰                                                                       ☰ <1.중천건 重天乾>

♠괘사(卦辭)

乾은 元코 亨코 利코 貞하니라                                         

건   원   형    이   정

건괘의 덕은 한없이 크고 널리 형통함을 상징한다. 임하는 자세가 바르고 곧아야 이롭다.

♠단전(彖傳)

彖曰 大哉라 乾元이여 萬物이 資始하나니 乃統天이로다                    

단왈 대재   건원     만물   자시       내통천

雲行雨施하야 品物이 流形하나니라                                      

운행우시     품물   유형

大明終始하면 六位時成하나니 時乘六龍하야 以御天하나니라                 

대명종시     육위시성      시승육룡     이어천

乾道變化에 各正性命하나니 保合大和하야 乃利貞하니라                     

건도변화   각정성명      보합대화      내이정

首出庶物에 萬國이 咸寧하나니라(단전)                                   

수출서물   만국    함녕

건의 크나큰 양기는 그 무엇도 따를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만물은 그 힘을 받아 창시된다. 그러기에 건은 천도를 통어하는 근원인 것이다. 구름이 하늘을 날고, 비가 대지를 적셔, 만물의 형태가 형성된다. 건의 도는 잠복에서 비약에 이르는 만물 시종의 전과정을 밝힌다. 그리고 육효에 의하여 시점이 명시된다. 건은 곧 여섯 양의 기운을 구사하면서 천도의 변화에 부응한다. 건의 도는 변화하고 작용하여 이루어진 모든 만물의 품성을 바로 잡아 준다. 그리하여 만물은 천지간의 위대한 조화에 보전되고 부합되어 바르고 곧은 영원성을 유지한다. 건도의 표상인 군주가 만민에 군림할 때, 천하는 태평하게 다스려지는 것이다.

♠대상전(象傳)

 象曰 天行이 健하니 君子以하야 自彊不息하나니라                       

상왈  천행   건     군자이     자강불식

하늘의 운행은 강건하여 일순도 쉬는 일이 없다. 군자는 이 괘상을 거울 삼아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않고 노력한다.

♠효사(爻辭)

初九는 潛龍이니 勿用이니라                                           

초구   잠룡    물용

九二는 見龍在田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이    현룡재전     이견대인

九三은 君子-終日乾乾하야 夕惕若하면 厲하나 无咎리라                     

구삼   군자 종일건건    석척약     여     무구

九四는 或躍在淵하면 无咎리라                                         

구사   혹약재연     무구

九五는 飛龍在天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오   비룡재천     이견대인

上九는 亢龍이니 有悔리라                                              

상구   항룡    유회

用九는 見群龍호대 无首하면 吉하리라                                   

용구   견군룡     무수    길

초구 - 물속에 잠겨 있는 상태의 용이다. 보다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라.

구이 - 땅위에 나타난 상태의 용이다. 뛰어난 인물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구삼 - 군자는 종일토록 꾸준히 노력하고, 저녁에도 반성하고 근신하는 경우 아무리 위급한 경지에 처한다 해도 탈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구사 - 날아 솟았다가 다시 못 속에 잠겨 있는 용의 상태이다.

구오 - 나는 용이 하늘에 이르렀다. 용이 하늘에 이르게 되었음을 뛰어난 인물의 지도 결과이기 때문이다.

상구 - 절정에 이른 상태의 용이다. 회한이 있으리라.

용구 - 무리를 이룬 용이 구름 속에 그 머리를 감추고 있음을 본다. 이렇듯 자신을 내세워 과시함이 없이 태도를 취하여야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 경복궁 사정전 내부 용문양 (한국학중앙연구원)

♠상전(象傳)

초구 - 潛龍勿用은 陽在下也오(잠룡물용 양재하야)

구이 - 見龍在田은 德施普也오(현룡재전 덕시보야)

구삼 - 終日乾乾은 反復道也오(종일건건 반복도야)

구사 - 或躍在淵은 進이 无咎也오(혹약재연 진 무구야)

구오 - 飛龍在天은 大人造也오(비룡재천 대인조야)

상구 - 亢龍有悔는 盈不可久也오(항용유회 영불가구야)

用九는 天德은 不可爲首也라(용구 천덕 불가위수야)

초구 - 가장 아래 자리(위位)에 있는 양이기 때문이다.

구이 - 은덕을 천하에 널리 미침을 말한다.

구삼 - 수도의 반복을 의미한다.

구사 - 전진을 결행한다 해도 탈을 없으리라. 전진의 순조로움을 뜻한다.

구오 - 용이 하늘에 이르게 되었음을 뛰어난 인물의 지도 결과이기 때문이다.

상구 - 만족한 상태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구 - 하늘의 덕은 자신을 내세워 과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乾卦 이야기>

 건괘의 중심 인물은 효사의 군자君子와 대인大人인데, 이는 곧 문왕을 가리키며, 주제는 문왕의 일생이라지요. 건괘는 용龍을 소재로 하여, 문왕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요약하여 기술하였다네요.

즉, 文王의 좋은 출생 배경(卦辭) → 나서지 않고 힘을 기름(初九) → 많은 인재들이 귀속함(九二) → 유리옥에 갇혔다가 풀려남(九三) → 때를 얻어 도약함(九四) → 천하의 민심을 얻고 명성을 떨침(九五) → 죽음 → 순조롭게 맏아들 武王에게 왕위가 계승됨(用九) 등의 내용을 순서대로 기술한 것이라지요.

건괘는 周나라 文王의 일생의 행적을 기술한 고사이며, 괘사 ‘元亨利貞’은 곧 문왕이 좋은 배경 속에서 태어난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이지요. ‘원형’은 크게 길하다(大吉)와 같은 말이니, 이는 곧 문왕을 찬양한 말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아래에 이어지는 모든 효사는 모두 문왕의 일생의 행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이라지요. 효사를 보면

初九는 문왕이 서백西伯이 된 후, 은왕의 포악한 정치를 배경으로, 나서지 않고 물러나 조용히 힘을 기르고 있었던 시기를 기술한 것이고,

九二에서 용과 대인은 문왕을 가르키며, 문왕이 활동하고 있을 때 많은 인재들이 문왕을 찾아 와 귀속한 사실을 기술한 것이고,

九三에서 군자는 문왕을 가르키며, 문왕이 유리옥里獄에 갇혀 하루 종일 근심하고 밤에는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아, 위태로움에 처해 있으나 마침내 풀려나서 허물이 없게 된 것을 기술한 것이고,

九四는 문왕이 유리에서 풀려난 후의 고사를 기록하였으며, 문왕이 바야흐로 있을 곳에서 뛰어오를 때를 만났으니, 허물이 없다는 것을 기술한 것이고,

九五에서 대인을 만나 보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문왕이 훌륭한 정치를 베풀고 있으니, 사람들은 문왕을 만나 도움을 받으면 이롭다는 말이고,

上九는 문왕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네요. 끝까지 올라간 용은 문왕의 죽음을 상징한 것이고, 뉘우침이 있다는 것은 문왕을 보필輔弼하고 있던 신하와 백성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을 나타낸 말이고,

用九는 끝까지 올라간 용이 사라지자 여러 용들이 출현 하였는데 그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용이 없으니 길하다는 말이며, 이것은 곧 무왕의 왕위 계승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네요.

 ※ 참고 - 양의 효가 여섯 개를 여섯 마리 용(六龍)에 비유함.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지방에서는 용을 숭상하고, 많은 축제에 용을 앞장서게 하는 것은 주역에 근거해서 유래가 된 것임.

초구 - 潛龍(잠룡). 구이 - 見龍(현룡). 구삼 - 鷄龍(계룡)

구사 - 躍龍(약룡). 구오 - 飛龍(비룡). 상구 - 亢龍(항룡)

<8괘> 21회 연재물에 있음

☰ 일건천 건삼련(一乾天 乾三連) - 1건천의 건은 세 줄이 연결됨.

☱ 이태택 태상절(二兌澤 兌上絶) - 2태택의 태는 위가 끊어짐.

☲ 삼리화 리중절(三離火 離中絶) - 3리화의 리는 중간이 끊어짐.

☳ 사진뢰 진하연(四震雷 震下連) - 4진뢰의 진은 아래가 연결 됨.

☴ 오손풍 손하절(五巽風 巽下絶) - 5손풍의 손은 아래가 끊어짐.

☵ 육감수 감중연(六坎水 坎中連) - 6감수의 감은 중간이 연결됨.

☶ 칠간산 간상연(七艮山 艮上連) - 7간산의 간은 위가 연결됨.

☷ 팔곤지 곤삼절(八坤地 坤三絶) - 8곤지의 곤은 세줄 모두 끊어짐.

-<주역의 짜임> 25회 연재물에 있음

1.괘사(卦辭) - 64괘에 대한 풀이. 주나라 문왕이 썼다고 함.

2.효사(爻辭) - 384효에 대한 풀이. 문왕의 아들 주공이 썼다고 함.

3.용구(用九) - 64괘 중에 건괘에만 있음. 용육(用六) - 곤괘에만 있음.

 

-10익翼. 10전傳

1.단전(彖傳 上) - 64괘의 괘사 중에 상경 30괘(1~30)를 풀이한 것임.

2.단전(彖傳 下) - 64괘의 괘사 중에 하경 34괘(31~64)를 풀이한 것임.

3.상전(象傳 上) - 64괘의 대상전 중에 상경 30괘와 소상전 180효에 대한 풀이.

4.상전(象傳 下) - 64괘의 대상전 중에 하경 34괘와 소상전 204효에 대한 풀이.

  1)대상전(大象傳) - 단전을 더 풀이함.

  2)소상전(小象傳) - 효사를 더 풀이함.

5.문언전(文言傳) - 건문언전과 곤문언전만 있음. 건과 곤은 천지부모 괘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더 풀이함.

6.계사전(繫辭傳 上) - 주역의 사상 철학이 가장 잘 용해가 되어 있다고 함.

7.계사전(繫辭傳 下) - 주역의 사상 철학이 가장 잘 용해가 되어 있다고 함.

8.설괘전(說卦傳) - 64괘에 대한 해설

9.서괘전(序卦傳) - 64괘의 순서에 대한 해설

10.잡괘전(雜卦傳) - 부족한 내용을 간단히 추가함.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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