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읽는 조정미 도덕경 <2>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생긴 사람, 예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좋고 아름답다는 것을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면 너무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그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에 마음이 아플 지경입니다. 그러다가 조금만 살이 찌거나 나이가 들어보이면 가차없이 아웃됩니다.

물론 재능은 있는데 예쁘지도 않고 잘 생기지도 않은 스타들도 성공하는 법이 있습니다. 착한 이미지를 가지는 겁니다. 누군가를 배려하고, 돕고, 똑똑하고, 마음을 잘 나누는 모습들이 그들의 이미지인 거죠. 그런데, 그런 이미지로 포장된 스타들이 음주운전을 했거나 술집에서 싸움이라도 하면 끝이죠.

게다가 요즘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재능있고 착하기까지 해야 살아남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 안에 감금된 그들도 인간인데, 참다가 참다가 어느 순간에 어떻게 터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 본래의 나와 꾸며진 나. 이 두 가지는 모두 나 자신인데 간격이 커질 수록 리스크는 높아진다.

상업적 방송과 천민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착함"과 그 이면을 그 오래 전에 노자는 꿰뚫고 있었네요. 아니, 어쩌면 인간이라는 사람들의 특성인지도 모릅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하고, 좋은 것만 탐하는 것은 현대 미디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던 일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구분하고, 탐닉하고 추어 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스타를 만들고 탐닉한 후에 언젠가는 그 자리에서 끌어내립니다. 연예계의 스타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 왔습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세상. 정치도 마찬가지겠죠. 대선 철만 돌아오면 갑자기 대선주자들이 거론되기 시작하는데,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가끔은 참 당황스럽습니다. 연예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별들의 전쟁, 용들의 전쟁입니다. 대선후보별로 지지율이 계속 통계처럼 나오는데 그냥 지금 당장 인기가 있든 없든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만들어낸 인기에 휘둘리기보다는 그동안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제대로 할 일을 해온 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10년동안 유엔총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기 몫을 제대로 못한 사람이 조국을 위해 불사르겠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은 전혀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억지로 이상한 정책 만들어서 우겨대지 말고, 말없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정치인. 인기를 바라고 하는 이상한 코스프레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혹여 일하다 떡고물이 생길 것 같아도 자기 주머니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정직한 정치인들이 이 나라를 끌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이상적이죠? 그래도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무리하게 강조해봅니다.

또한 노자는 말합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랑하지 말라고. 그리고 무슨 공을 세우더라도 머무르려 하지 말라고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공화국에 영구집권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10년을 도둑질해가서 쓰레기같이 해먹었으면 당연히 이번엔 정권교체 해야 합니다. 이번에 정권교체에 성공해서 10년쯤 눈부시게 잘 한다고 해도 그 다음에는 또다른 정권교체가 필요할 겁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그 시점의 보수 진영이 지금처럼 쓰레기 같지 않기를, 진정한 합리적 보수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진보진영 앞으로 더 성장해서 제대로 자기 색깔을 가진 유능한 정당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덕경 2장>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세상사람들은 모두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
사실은 흉측할지도 몰라.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착한 것을 착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야.
실제로는 착하지 않을 수 있지.

故有無相生,
그런 까닭에 있음과 없음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難易相成,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은 섞여 있어야 하고
長短相較,
길고 짧은 것은 서로 키재기를 하고
高下相傾,
높고 낮은 것은 자리가 서로 바뀌며
音聲相和,
소리와 울림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前後相隨.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르는 것이지.

是以聖人處無爲之事,
이 때문에
성인은 무슨 일이든 억지로 하지 않으며,
行不言之敎.
말 없이 가르치지.
萬物作焉而不辭,
새로 태어나는 것들에게도 별 간섭하지 않아.
生而不有,
혹여 뭐가 생겨도 소유할 생각이 없어.
爲而不恃.
뭔 일을 하더라도 자랑 따윈 하지 않으며,
攻成而弗居,
성공을 하더라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아.

夫唯弗居,是以不去.
그래서 굳이 떠날 필요도 없는 거야.
어디에도 안주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도덕경’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약 5,000언(言), 81장으로 되어 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德經)'이라고 한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한다. 무위(無爲)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이고, 자연(自然)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편집자 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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