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당대에 무엇인가를 다 이루려고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겨우 점 하나를 찍고 갈 뿐이다. 그나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소한 개인사에 얽매여 살다가 점 하나도 찍지 못하고 간다.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며 찍어놓은 점들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것일 게다. 그러니 그 중 유명해진 한 사람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물처럼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이 역사다. 점과 점들이 모여서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화 같은 것이 역사다.

▲ 한 조각만으로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그림이 된다.

학자들은 당대에 무엇인가를 다 이루어 놓으려고 하지만, 공부하는 일 역시 이 세상에 살면서 겨우 아카데미라는 돌탑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가끔 뉴튼처럼 획기적인 돌을 쌓아올려서 돌탑의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많은 학자들의 공부를 기반으로 그것을 비판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기도 하며 함께 인류지성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태어나고 세상을 살다가 떠나간다. 
그렇게 면면이 이어지는 생명의 힘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러니 당대에 다 이루려 하지 말자.
아무리 써도 다 없어지지는 않는 생명의 힘이 인간의 힘이므로.
그러니 저 사람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런 불안이 독재를 만들었고 큰 힘을 쥐어주었으며,
그로 인해 뭇 생명이 희생당해왔다.

끊임없이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데, 노인들이 젊은이들의 자리를 빼앗고
수많은 악행을 일삼아온 70대 노인들이 권력을 쥐락펴락하며
심지어 70대 노인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것도 참 민망하다.
사실 노욕이라고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역사의 강물에 떠밀려서 흘러가는 것이
“억지로 하지 않는 것”임을,
그게 자연스러운 것임을 왜 그들은 모를까?

 

老子 6

 

谷神不死, 是謂玄牝.

우묵한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아

뭇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거든.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그래서 어머니는 천지의 뿌리라고 불리워지지.

綿綿若存, 用之不勤.

어머니가 세상에 낳아놓는 생명들은

계속 계속 이어져서 항상 있는 것과 같구나!

아무리 써도 다 없어져서 곤란할 일이 없구나!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도덕경’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약 5,000언(言), 81장으로 되어 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德經)'이라고 한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한다. 무위(無爲)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이고, 자연(自然)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편집자 주]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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