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정유년(丁酉) 닭띠 새해는 2017년 2월 4일 00시 33분(양력. 입춘)부터 시작됨을 이미 소개했지요.

새해의 시작은 인월(寅月) 곧 음력 1월이 되며 양력 2월 4일 입춘부터이고, 하루 시작은 인시寅時(03:30 ~ 05:30)라는 것을 이해하시면 되지요. 寅은 오행으로 木이고, 뻗어 나아가는 나무의 성질을 닮았기 때문에 시작을 의미하지요. 또한 호랑이가 정글의 아침을 깨우기 때문에 ‘범띠’를 뜻하기도 하지요. 봄은 木이고 새싹이 움트는 용수철spring이라지요. 여름은 火로 태양sun의 summer, 가을은 金이고 떨어진다는 fall, 겨울은 水이고 차가운 물water과 관련이 있는 winter라지요.

<입춘 맞이와 3재三災 풀이>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가 있고(연재물 9회), 오늘은 신구간(新舊間)과 택일(擇日)에 대해 알아보시지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의 세시풍속 중 음력 정월(1월) 초순경을 전후해 지상의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있는 기간(2017. 1. 25 ~ 1017. 2. 1) 곧 신구간이라 하지요. 신구간은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 정도이라지요.

▲ 예전 탐라의 왕(성주)은 입춘에 나무로 만든 소를 끄는 의식을 통해 온 백성과 더불어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백성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위정자들의 그 마음가짐을 다시 보고 싶다. 일제 강점기에 없어졌던 이 풍습이 1999년 복원돼 오늘에 이른 것이 탐라국 입춘굿이다. 사진: 강정효 사진가 / 사진설명 : 한겨레신문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dica/729077.html

이 때 인간 세상을 관장하는 1만 8천여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한 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다고 하네요. 따라서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이사나 집수리 등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었다네요. 윤달, 윤년도 그러한 맥락에서 풍속들이 있지요.

제주 사람들은 또 이 기간을 이용하여 평소에는 극히 꺼리는 일들을 처리한다지요. 변소와 외양간을 고치고, 뒤꼍의 나무를 자르고, 묘소의 담을 손보며, 이사를 하고요. 특히 변소를 손보는 일은 반드시 신구간을 기다렸다가 한다네요. 신구간 기간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이사이라지요.

제주 사람들은 지금도 신구간 기간에 일제히 이사를 하는데, 미처 집이 비워지지 않으면 택일(擇日)한 날에 전기밥솥이라도 가지고 가서 밥을 지어 먹어야 하는 것으로 믿는다네요.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아궁이에 불을 피워서 밥을 해먹었다는데, 불씨 옮기기가 이사의 중요한 증표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신구간의 풍속은 대체로 가신(家神)들이 관장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지요. 울타리 안의 이곳저곳을 손보는 것은 가신들이 울타리 안을 관장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고 하네요. 한편 이사를 하는 것은 새로운 가신들이 관장하는 세계로 옮겨 가는 것을 의미한다지요. 신구간이 아니라면 이들 여러 신에게 제각기 의례를 행하여 고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해야 한다지요. 그러므로 여러 신들과 관련된 행위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시기인 신구간은 사람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주 지역은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서, 신구간 기간과 같이 아주 추운 날씨에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를 하지 않으면 탈이 날 염려가 있다지요. 이 때는 또한 농한기여서 일손을 구하기도 쉬웠다네요. 따라서 신구간 풍속이 지금까지 전승되는 데에는 제주 지역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요. 요즈음은 신구간 방이나 주택을 알아보신다면 구정 전후 10일씩 길게는 보름씩 보면 된다고 하네요(네이버 자료).

택일이라 하면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좋은 날(길일)을 선택하는 방법에는 1)합일 2)9일, 10일 길일 3)생기복덕일을 택일하는 등 열 가지도 넘지요. 궁합 볼 때와 마찬가지로(연재물 11회) 택일 보는 방법에 따라 길일도 될 수 있고, 흉일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것은 아니지요. 한번 재미로 해 보시지요.

오행에 상생상극(相生相剋)이 있듯이 천간 지지에는 합충(合冲)이 있지요. 먼저 합일(合日)로 택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구요.

예시 1)

2017년 2월 14일(양) 토요일에 결혼식을 한다고 했을 때 길인인가를 확인해 보시지요. 만세력을 보고 행사일의 간지를 찾아보면 정유년, 임인월, 임신일이지요.

日 月 年

壬 壬 丁

申 寅 酉

일지, 월지, 년지를 보면 申 寅 酉이지요. 이 세 글자가 서로서로 합충이 있느냐 없느냐를 아래에서 확인해 보면 寅申 충과 申酉戌 반합이 있네요. 합과 충이 동시에 있으니까 안 좋은 날이 되는 것이지요.

예시 2)

2017년 2월 15일(양) 일요일에 결혼식을 한다고 했을 때 길일인가를 확인해 보시지요. 만세력을 보고 행사일의 간지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지요.

日 月 年

癸 壬 丁

酉 寅 酉

일지, 월지, 년지를 보면 酉 寅 酉이지요. 이 세 글자가 서로서로 합충이 있느냐 없느냐를 아래에서 확인해 보면 합충이 없네요. 그러면 보통으로 괜찮은 날이 되지요.

 

<천간 지지의 合>

천간 합 : 甲己 土, 乙庚 金, 丙辛 水, 丁壬 木, 戊癸 火

지지 육합 : 子丑 土, 寅亥 木, 卯戌 火, 辰酉 金, 巳申 水, 午未 火

지지 삼합 : 申子辰 水, 亥卯未 木, 寅午戌 火, 巳酉丑 金

지지 방합 : 寅卯辰 木, 巳午未 火, 申酉戌 金, 亥子丑 水

 

<천간 지지의 冲>

천간 충 : 甲庚 沖, 甲戊 沖, 乙己 沖, 乙辛 沖, 丙庚 沖,

丙壬 沖, 丁辛 沖, 丁癸 沖, 戊壬 沖, 己癸 沖.

지지 충 : 子午 沖, 丑未 沖, 寅申 沖, 卯酉 沖, 辰戌 沖, 巳亥 沖

 

<판정>

1) 합이 있으면 길일.

2) 합충이 없으면 보통. 괜찮음.

3) 합이 없고 충이 있으면 흉일.

4) 합과 충이 동시에 있어도 흉일.

4) 3합이 되고 원하는 날이면 대길일.

 

두 번째로 9일, 10일은 손(損)이 없어 이사 가기 좋은 날이라고 하지요.

1) 동쪽으로 이사하면 안 좋은 날 - 1. 2 일

2) 서쪽으로 이사하면 안 좋은 날 - 3. 4 일

3) 남쪽으로 이사하면 안 좋은 날 - 5. 6 일

4) 북쪽으로 이사하면 안 좋은 날 - 7. 8 일

5) 손(損) 없는 날 - 9. 10 일

※방향은 현재 사는 곳에서 볼 때이고, 날짜는 모두 음력으로 봄.

자연수 9는 양수로 가장 강한 양기(陽氣)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귀신 잡귀(陰氣)가 붙을 수 없다고 하고, 10일은 다시 1이 되기 위한 수로 잠시 통일을 하고 쉬고 있는 수이지요. 역시 모든 신들이 쉬기 때문에 해(害)가 없는 날로 본다는 것이지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믿을 거리가 못 되는 ‘전설 따라 삼천리’이네요. 어디 날이라는 것이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이 있을까요? 행사가 있는 날에 비가 안 오면 제일 좋은 날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런 택일과 3재 등등 모든 역술들은 하늘의 때에 순응하고(순천시順天時), 땅의 이치에 따르려는(종지리從地理) 순종지덕(順從之德)의 삶이지요.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려하는 옛 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로 생각하면 되겠지요. 다시 말하면 옛 사람들은 자연을 절대 신앙했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려했던 성스러운 자연 사상인 것이지요. ‘맞느냐 틀리느냐, 미신이다 아니다’라는 생각은 지나친 생각이겠지요. 천지인 합일(天地人 合一) 사상인 것이지요. 이 점을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인생이란 것이 자기 생각에 속으며 꿈속을 헤메다가 허망하게 마친다고 하지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그런데다가 오늘날에도 이런 망상과 의식의 그림자에 싸여 인생을 허비한다면 안 되겠지요. 꿈속에서 또 꿈을 꾸며 사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산다면 너무도 가련하고 억울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입춘행사도 새해를 시작하면서 무사안녕(無事安寧)과 초복척사(招福斥邪)하는 미풍양속으로 보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또한 모든 역술들은 역학이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해서 자연 재해와 병고액난이 많았던 시절에 자신을 돌아보고 근신하면서 살라는 생활의 교훈으로 삼았던 것이겠지요.

옛날에는 어떤 놀이와 여가 생활이 없었고 그래서 무미건조한 생활에 조미료가 되어 주었던 것이겠지요. 지금은 자칫 잘못하면 하루하루가 흉일, 3재일이 아닌 날이 없지요. 아침에 나갔다가 집에 무사히 돌아와 앉았다면 이것이 정말 감사할 일이 아닐까요? 항상 자신을 돌아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생활이 바람직하겠네요(연재물 9회).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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