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를 받고 취재하러 간 제중원약국은 서대문구청이 바라다보이는 동신병원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겉보기에 오래된 약국처럼 보였다. 할 말이 많은 창간주주라 하니 기대되었다.

▲ 제중원약국 정문

방문하기로 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운동복 차림을 한 사람이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점심 때라 청소부가 손님이 드문 시간에 유리창을 닦고 있구나 생각하며 앞의 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알리니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잠시 후 유리 닦던 일을 마치고 내 앞에 나타난 분이 청소부가 아닌 제중원약국 대표님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 대표 김진수 창간주주

대표님은 내가 한겨레 온 주주통신원이라고 소개하는데도 한사코 ‘대기자님’이라고 불러주어 무척 쑥스러웠다, 나는 취재가 익숙지 않아 어색하고 쑥스러웠다. 대표님도 쑥스러워하였지만 오랜 말동무가 필요했던 걸까? 마음을 열고 금새 친해진 사람처럼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표현해 주셨다.

김진수(72세) 정영숙(69세) 부부는 열렬히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한겨레 애독자고 대표 김진수님은 창간주주다. 몇 차례에 걸쳐 한겨레 주식을 사신 이야기를 들려주어 한겨레에 크나큰 애정을 가진 분임을 알게 되었다.

제중원약국은 김진수 주주님과 대표약사 아내 정영숙님, 또 한 명의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다. 42년째 한자리에서 약국을 경영한다고 해서 대표님 건물인가를 물었더니 세를 얻어 운영한다며 만약 내 건물이었다면 한겨레 주식을 더 보유했을 거라고 농담하듯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어떻게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임대가 가능했는지 물으니 건물 주인과 형제처럼 지낸단다. 두 분이 한결 같이 함께해온 그 마음이 느껴졌다.


한겨레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냐고 질문하니 “모난 돌이 깨지는 것처럼 너무 잘 하려고 하면 잘 되지를 않는다, 특종 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신문이 돼주었으면 한다.”
활자가 인터넷에 밀리는 세태에 활자신문은 음식에 비교하면 육수 끓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 과정을 모두 거쳐야 진정한 맛이 난다. 신문에서 칼럼이나 시사기사를 읽을 땐 쏠쏠한 재미를 느낀다는 말씀도 해주신다.

약국 곳곳에 한겨레신문을 쌓아놓고 어디서든 손쉽게 꺼내보며 틈틈이 정독한다고 한다. 정영숙 약사님도 친구들 모임에 가면 한겨레를 이야기 하는 진보의식을 가진 분이다. 무척이나 한겨레를 사랑하는 분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

▲ 곳곳에 비치된 한겨레신문


근간에 한겨레신문이 읽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 하는가? “공감대 지수가 떨어진다“고 답을 주셨다.

김진수 주주께서는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으며 둘 다 대학에 재학 중이다. 아내를 영원한 동무라 여기고 일과 후에는 오붓하게 소주를 마시며 함께 노년을 즐긴다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친구도 아니고 ‘영원한 동무’라고 표현한 말이 어쩐지 나를 찔리게 하니 야릇한 마음이다.

자녀들에게 주주로 참여 하도록 권유해 보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우선 한겨레신문을 읽어 보도록 권하고 차차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하겠단다.

좌우명을 ‘자기만족’이라고 정하고 사는 김진수 주주님은 자기만족적 삶을 사는 가운데서 생활의 지혜가 나온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 속에 세상을 살아가는 주주님의 특별한 소신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진수 주주님은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참가하는데 고향친구들이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다고 15명이나 상경한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단다. 친구 잔치에는 부조금만 덜렁 보내고 참여 하지 않는 친구들이 태극기집회에 올라오는 것을 못내 못 마땅하게 여기신다. 70이 넘은 나이에 보수와 진보의 뚜렷한 차이를 겪고 살아야 하다니!

70이 넘어 일하려니 매우 힘들다고 하신다. 주변에 큰 병원이 있어 처방전을 갖고 칮아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고혈압, 당뇨, 갑상선 등 3-4개월 혹은 6개월 치 약을 조제하다보면 처방 시간이 길고 약품 종류도 많아서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약국 경영을 쉽게 생각 하는데 처방에서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니 힘이 든단다. 세상엔 정말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영숙 약사님은 아직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꿈을 가지고 계셨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호스피스와 면역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소망을 말할 때는 소녀 같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대표약사 정영숙님.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

한겨레신문이 특종보다는 열심히, 꾸준히 하는 신문이 되었으면 하고 재차 당부 하셨다.

나오면서 명함을 달라고 하였더니 제중원약국 조제봉투를 내민다. 이렇게 소박하게 사는 모습을 마음에 담고 나오는 길.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명함 대신 받아든 제중원 처방약봉투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2동 274-83 TEL) 394-0909, 396-1190

 

편집: 양성숙 부에디터

최호진 주주통신원  chj1959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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