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드러나지 않는데 곳곳을 적셔주고 생명을 틔우는 물 같은 사람이 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으면 도와주고, 아픈 사람 잘 돌보는 사람들. 앞으로 나서서 일해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나는 그런 거 싫어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럴 기회가 되면 맡겨진 역할을 잘 감당하는 사람.

그 분들의 속성을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단 자신의 일상생활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밖으로 나돌면서 허세부리는 대신, 자기 것을 잘 챙긴다. 아침 출근길에 꼭 사먹는 음료가 있는가 하면, 오후 4시에 먹으려고 챙겨두는 간식이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가 물 흐르듯 잘 되기를 바래서 은근히 뒤에서 조종을 한다. 앞에 나서는 일은 엄청 싫어하는데, 어쩔 도리 없다 싶을 땐 본인이 나선다.

나쁜 일은 절대 못하기 때문에 큰 돈은 못 버는데 큰 실패도 하지 않는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깊어서 너무 많이 생각하다가 혼자 힘들 때도 있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대놓고 하려면 몇날 몇일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위인들이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은 믿음이 간다. 사실을 부풀리는 법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타이밍이 절묘하다. 눈치 없다는 소리는 절대 안 듣는다.

이런 친구들이 곁에 있으면 참 든든하다.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덕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무슨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물어보면 딱 좋다. 그들의 판단은 적어도 매우 낮은 리스크를 가졌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좋은 조언자이다. 그렇지만 노자는 물이 “도(道)”에 가깝다고 했을 뿐, 길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물 같은 사람, 주변을 이롭게 해준다.

 

老子  8 章

 
上善若水.
최고의 선함은 물과 같은 것 
水善利萬物而不爭,
물은 선하기에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아. 
處衆人之所惡,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살기 때문에 
故幾於道.
거의 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居善地,
좋은 땅에만 머무르고 
心善淵,
그윽한 연못처럼 마음을 쓰고 
與善人,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言善信,
도다운 믿음이 묻어나게 말을 하고 
正善治,
다스림에 있어서는 올바름으로 하고 
事善能,
탁월한 능력으로 일을 감당하고 
動善時.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때를 잘 맞추니 
夫唯不爭, 故無尤.
그래서 다툼이 없는 것이지! 
그래서 허물이 없는 것이지!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