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한자는 뜻글자이면서 수 천 년 동안 사용하다보니 그 시대 그 민족의 문화 특성과 문법이 묻어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하나의 글자를 보면 거기에는 적어도 아홉 가지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평소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이것은 철학을 하는 기본 관점이 된다고 할 수 있지요. 철학은 사유이고, 그 사유가 언어로 나타나고, 언어는 철학의 시발점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언어의 본래 의미인 어원(語源)을 알아보면서 한자에 접근해 보면 바른 뜻을 정확히 알 수 있겠지요.

1. 사람 인, 타인 인 人

 1) 갑골문 어원으로 볼 때는 옆에서 본 사람 모습을 본뜬 상형자라 하지요.

 2) 속설(俗說)에서는 사람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의 글자라고 풀이 하면서, 사람 은 서로 의지해서 살아야지 홀로는 살 수 없다는 인간의 사회성을 뜻하는 글 자로 해설하기도 하지요. 같은 선에서 남과 여, 양丿(삐침)을 음乀(파임)이 받 쳐 주고 있는 글자의 모습이라고도 하고요.

한자는 이렇게 본래의 뜻과는 다소 다르게 여러 가지로 해석을 하기도 하지요. 그것이 한자가 가지는 마력이지요. 때문에 이런 해석들을 한자의 특성상 틀린 해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2. 어버이 친, 친할 친 親

1) 갑골문 어원에서 본래 의미를 살펴보면 왼쪽의 立과 木(未) 곧 ‘진’은 나아갈 진進과 통하여 ‘나아가 이르다’의 뜻으로 ‘나아가 돌보다見, 가까이 하다’의 뜻을 나타낸다고 하지요.

2) 속설에서는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자식이 날이 저문데 왜 오지 않나를 보 고 있는見 간절한 어버이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하지요.

3. 사랑 애 愛

1) 갑골문에서는 회의자로 기旡 + 심心, ‘旡는 머리를 돌리어 보는 사람’을 본 뜬 상형자로 돌아다보는 마음의 모양에서 ‘어여삐 여기다’의 뜻이고, 쇠夊는 발의 상형자로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향해 가서 미치다’의 뜻을 나타낸다지 요.

2 )속설에서는 흔히 자식을 감싸 안은 사랑으로 ‘손톱爫(조)으로는 덮어冖(멱) 감싸고 마음心(심) 속에서 서서히攵(치) 일어나는 사랑’으로 해석을 하기도 하 지요. 또한 마음(심心)을 주고받는(수受) 사랑이라고도 하지요.

▲ 효는 자식(子)이 늙으신 어버이(老)를 업고 있는 형상

(사진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1888.html)

이와 같이 갑골문에서 뜻하는 본래 의미와 함께 속설(俗說)에서 여러 가지로 해설되는 의미까지도 참고해 보면 공부하는데 좋겠지요. 어린 학생들에게는 속설에서 말하는 재미있는 해석을 안내해 주면 한자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겠지요. 속설에서는 얼마든지 우리식 한자 교육을 하기 위해서 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훗날 꼭 자전(字典)을 확인해서 갑골문에 드러나는 본래 의미인 어원(語源)를 알아보아야 함을 당부해 주어야 하겠지요.

 

<부수 31 ~ 40>

 

 

 

<글자 뜻(字意)>

 31. 에울 위. 에운 담. 큰 입구 - 성벽 등으로 사방 둘레를 에워싼 선에서, 에 워싸다, 두르다의 뜻을 나타냄. 부수로서 둘러싸다, 둘레, 두르다의 뜻을 포함 하는 문자가 이루어짐. 속에, 구口보다 크다 하여 큰 입구로 이름. 에울 위圍 의 본래 글자.

32. 흙 토 - 토지의 신을 제사 지내기 위해서 기둥꼴로 굳힌 흙의 모양을 본 떠, 흙의 뜻을 나타냄. 사 社의 본래 글자. 싹이 돋아나는 땅을 나타내어 흙 이라 함.

33. 선비 사 - 일종의 큰 도끼의 상형으로 큰 도끼를 가질 만한 남자의 뜻을 나타냄. 부수로서 남자의 뜻을 포함하는 문자를 이룸.

34. 뒤져올 치 - 아래를 향한 발의 상형으로 내려 가다의 뜻을 나타냄. 천천히 걸을 쇠夊와 동일어 이체자(異體字)임.

35. 천천히 걸을 쇠 - 아래를 향한 발자국의 모양으로, 가파른 언덕을 머뭇머 뭇 내려가다의 뜻을 나타냄. 부수로서 대체로 자형의 발 부분에 옴.

36. 저녁 석 - 달이 반쯤 보이는 모양을 본 떠, 저녁의 뜻을 나타냄. 갑골문은 월月의 자형과 같아, 밤의 뜻을 나타냈음. 부수로서 밤에 관한 문자를 이름.

37. 큰 대 - 두 팔, 두 다리를 편안히 한 사람의 모양을 본떠, 크다의 뜻을 나 타냄. 대大와 태太는 종종 통용함. 부수로서 사람의 모습이나 크다의 뜻을 나 타내는 문자를 이룸.

38. 여자 여 - 두 손을 얌전히 포개고 무릎을 꿇는 여성을 본 뜬 모양. 여자의 뜻. 여女를 의부(意符)로 하여 여러 가지 여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문자나 여 성적인 성격 행위 남녀 관계 등에 관한 글자를 이룸.

39. 아들 자 - 머리 부분이 크고 손발이 나긋나긋한 젖먹이를 본뜬 모양으로, 아들, 자식의 뜻을 나타냄. 또 차용하여 십이지의 제일 첫 번째, 쥐의 뜻으 로도 쓰임. 부수로서, 자를 의부(意符)로 하여 여러 가지 아이에 관한 문자나, 낳다, 늘다의 뜻을 포함하는 글자를 이룸.

40. 집 면. 갓 머리 - 맞배지붕을 본뜬 모양으로, 지붕 집의 뜻을 나타냄. 음형 상(音形上)으로는 면과 통하여 덮어 가리는 것. 지붕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 됨. 부수로서 갓머리라 이름. 宀을 의부(意符)로 하여, 여러 가지 가옥이나 그 부속물, 집안의 상태 등에 관한 문자를 이룸.

 

<참고자료> 구갑수골문(龜甲獸骨文)

갑골문은 1899년(청나라 광서제 25년)에 국자감 제주(祭酒)였던 왕의영이 병으로 몸져누웠을 때, 뜻밖에도 약재 속에서 문자가 새겨진 뼈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하기 위한 약재로 하인이 용골(龍骨)을 구해 왔는데, 제자 유악이 그 뼈를 살펴보고 왕의영에게 알리게 됨. 그는 직업적인 민감성을 발휘하여 추적한 결과 은허殷墟에서 샀음을 알아냄. 이 일을 계기로 갑골문은 의학원에서 문학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용龍은 가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龍骨이 존재한다는 것은 허구일 수밖에 없었고, 사실은 흙 속에서 캐낸 동물의 오래된 뼈에 다름 아니었다.

왕의영은 북경에 시내에 있는 달인당이라는 한약방에서 이런 뼈를 사다가 달이는 과정에서 우연히 날카로운 칼로 새긴 듯한 기호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더 많은 용골을 사들여 고문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 기호들이 거북의 껍질이나 짐승의 뼈에 점복의 기록을 새긴 중요한 사료이자 한자의 초기 자체(字體)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출토된 거북의 껍질과 짐승의 뼈는 10만 점이 넘었고, 문자의 수는 4,000여 개에 달했다. 문자의 시스템으로서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던 갑골문으로 기록된 복사(卜辭)의 내용은 왕조와 사회의 구조를 비롯하여 종교와 역법, 농업, 지리 등 여러 분야에 두루 걸쳐 있었다. 때문에 문자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됐고, 그 뒤를 이은 문자 시스템과의 비교를 통해 중국 문물의 변천과정을 해석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갑골문자는 중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문자라고 한다. 商상나라 사람들은 이 글자를 소의 견갑골이나 거북이의 배 위에 새겨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대략적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 내지 3,500년 전인 상나라 말기로 추정된다.

5,000여자의 갑골문 중에서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1,000여 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갑골문자 중에 형성자의 비중은 30%가 된다고 한다(진秦나라의 소전小篆 단계에 이르면 87. 39%로 폭발적인 증가가 있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갑골문자가 문자의 조합 단계에서 성숙된 말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으로 보아 갑골문이 최초의 문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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