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 감과 단감이 한 나무에 열린다? 

어린 시절 시골에 자랄 때 감나무 접붙이기 하는걸 본 기억이 있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좁은 화단에 감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 그 감나무를 베어내고 단감 접붙이기를 해봤다. 좁은 화단에 커다란 감나무가 어울리지 않으니 실패해도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다.

팔뚝 굵기의 감나무 밑동을 톱질하여 베어내고 단감나무 접수를 꺾어와 세 개를 대목에 꽂았다. 흙으로 두둑이 덮어주고 비닐로 물 들어가는걸 방지했다. 어릴 때 기억으로는 지푸라기로 덮어주었지만 그때는 비닐이 없었고 지금은 지푸라기가 없으니 비닐로 대신했다. 궁금하여 자꾸 열어보고 싶은걸 참고 참다가 비닐을 걷고 흙을 조금 파해쳐보니 세상에 세상에나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날마다 덮인 흙을 조금씩 벋겨줘 새싹을 자연에 적응시켜 길렀다. 대목 하나에 접수 세 개를 접붙였는데 그중에 하나가 살아났다. 신기하고도 자랑스러웠다.

내가 접붙이기에 성공해 새로운 식물 개체를 만들어냈다. 3년이 되자 그 나무에서 탐스런 열매기 몇 개 열렸다. 본래의 감보다 단감을 닮은 크기도 모양도 단감이다. 가을에 그 단감을 따 깎아보니 한쪽은 검은 심이 들어간 단감인데 반쪽은 말끔한 일반감이다. 먹어보니 반쪽은 단감인데 반쪽은 떫다. 자연의 신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이리저리 이사 다니느라 까마득히 몇 십 년을 잊고 살았다.

 

자두나무에 자두가 열리는 건 당연한데 앵두꽃이 피고 살구도 열린다?

사과나무에는 붉은 사과 푸른색 사과 애기사과가 열린다?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와 정원에 이것저것 과일나무를 심었다. 어느 과일 농장에 구경을 갔는데 주인이 "이것 봐요, 복숭아나무에 살구가 열렸어요" 자랑이다. 복숭아나무에 당연히 복숭아가 주렁주렁 인데 중간의 한 가지에는 살구가 열려있다. 머리가 띵해진다. 망치로 머리를 되게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왜 이걸 생각 못했을까. 왜 잊고 살았을까. 신기해 하자 사과나무로 안내한다.

"이 나무는 한 그루지만 여기서 여덟 가지 사과가 열려요."

아직 어린 열매라 구별은 어렵지만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접붙이기라면 당연히 대목을 잘라내고 밑동에 접수를 붙이는 것이라 알았는데 가지접도 가능하구나. 그것도 한 나무 가지마다 여러 종류를.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 작년에 접붙인 자두나무에 앵두가 조그맣게 꽃봉오리를 맺었네요
▲ 자두나무에 자두꽃(연두색) 살구꽃(붉은색) 봉오리가 사이좋게 한나무에
▲ 자두나무에 자두꽃(연두색)

손꼽아 기다려 다음해 봄, 접수를 이것저것 구해왔다. 살구나무에 자두, 자두나무에 살구, 복숭아나무에 살구, 자두, 심지어 앵두도 붙였다. 사과나무에도 이 품종 저 품종 심지어 애기사과도 붙였다. 감나무에도 단감을 붙였다. 날마다 살펴본다. 본래의 나무보다 조금 늦게 접수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신기해 오는 사람마다 자랑이다. 어느 것은 새싹이 나오면서 꽃이 핀다. 살구와 앵두는 그해에 새 접수에서 열린 과일 맛을 봤다.

▲ .올해 자두나무에 네 종류를 붙였지요. (테잎으로 감은부분)

2년째가 된 올해 작년의 접수에서 여기저기 꽃이 맺혔다. 나무는 한 나무인데 가지마다 다른 꽃이 핀다. 올해에도 3년째 여러 가지 접수를 구해다 붙여 무슨 품종이 붙었는지 헷갈린다. 올해에는 사과나무에 배를, 배나무에 사과도 접붙이기도 도전해 봐야지.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 자두나무에 자두꽃(연두색) 살구꽃(붉은색) 봉오리가 사이좋게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윤여신 주주통신원  yyys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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