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 욕구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생존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인정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가지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생존 욕구와 안전 욕구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단계를 지나게 되면 공동체에 소속되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갈구하게 되고, 그 다음으로는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거나 존경 받기를 바라게 된다.

공동체에 소속되지 못하는 현상, 즉 왕따를 당하게 되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필사적으로 또래집단에 소속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잘 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게 된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회사라는 곳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이다.

소속의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이 된다. 그것이 일진이건, 범죄조직이건, 게임길드건, 일베라 할지라도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소속된다. 결국 문제는 그 다음단계다. 소속된 조직 안에서 인정받기를 갈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인정받길 원하며, 직장인들은 동료들과 상사에게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오죽하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베스트셀러가 존재할까? 솔직히 서글프기까지 하다. 조련사의 칭찬 한 마디에 고래는 좁은 수조에 갇혀 사는 자신의 상황마저 망각한 채 춤까지 추고 있다. 고래 역시 인정 욕구에 시달리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학생이나 부하직원이 인정 욕구가 강할수록, 칭찬에 갈급할수록, 선생들과 상사들은 그것을 적절히 활용한다. 그런 권력구조를 기반으로 수많은 교수들이 석박사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으며, 회사라는 곳에서도 '총애와 미움'으로 빚어지는 착취구조는 너무나 만연되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착취구조를 이용하여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던 인분교수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이다. 교수를 대신하여 폭력을 가하는 조교들이나 맞고 있는 피해자나 모두가 비틀리고 망가졌다.

사랑을 받을 땐 너무 달콤하겠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돌아오는 미움은 너무나 가혹하다. 그건 한끗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회사에선 중간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나 보다. 잘해도 타겟이 되고 못해도 타겟이 되니 말이다.

이런 우리들을 향해 노자는 윗분들로부터 사랑을 받든 미움을 받든 놀란 듯이 하라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좋은 사례가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에 나온다. 주인공인 복녀가 왕서방네 감자밭에 일을 하러 나갔는데, 정작 감자를 캐서 돈을 버는 일보다 왕서방에게 몸을 파는 일이 쏠쏠하였다. 게다가 수많은 여자 일꾼 중에서 특별히 선택을 받았으니 그 얼마나 으쓱할 만한 일이었겠는가? 더욱이 품삯도 듬뿍듬뿍 받아갔으니 말이다.

결국 복녀의 비극은 왕서방 사랑이 변하여 중국 여자를 사오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 관계를 질투하여 낫을 들고 들어갔다가 결국 복녀는 죽고 만다. 이 과정을 다 알면서도 돈 벌어오는 마누라를 잘 활용하던 복녀 서방은 왕서방이 불러온 의사의 사망진단서에 도장을 찍어주고 돈을 받고는 사건을 종결시킨다. 그렇게 복녀는 죽었다.

▲ 윗사람으로부터 특별한 총애를 받는 것이 특별한 미움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에 청춘을 허비하고 노인이 된다

그러니,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남이 나를 인정을 하는지 마는지 이런 것들에 너무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알아주건 말건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자신이다. 나는 매년 작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는지 체크하곤 하는데, 참 어줍잖아 보이는 것들도 목록에 들어 있다. 예를 든다면 '작년까지는 공과금을 항상 연체를 했는데 올해부터는 기한을 지켜서 연체료를 내지 않게 되었다'라든가, '작년까지는 설거지를 한 후에 음식 쓰레기를 그때그때 치우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그때그때 치우게 되었다' 라든가. 권력있는 유명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것보다, 내 스스로가 이렇게 사소한 것을 놓고 나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일이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도 가깝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그 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한다. 노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자기 몸처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자기 몸처럼 천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부탁할 수가 있다고.

 

老子 13 章

 

寵辱若驚,

윗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든

미움을 당하든 항상 놀라운 듯이.

貴大患若身.

혹여 큰 근심거리가 닥치더라도

내 몸과 같이 소중하게.

 

何謂寵辱若驚?

사랑을 받든 미움을 받든

놀란 듯이 하라는 소리가 뭔 소린겨?

寵爲下,

한때 사랑을 받아도

언젠가는 변하여 미움이 되니까.

得之若驚, 失之若驚,

그런 까닭에

얻어도 놀란 듯이

잃는다 해도 놀란 듯이.

是謂寵辱若驚.

그래서 사랑을 받든 미움을 받든

놀란 듯이 하라는 것

 

何謂貴大患若身?

큰 근심거리를 내 몸처럼

소중히 여기라는 것은 무슨 얘긴겨?

吾所以有大患者, 爲吾有身.

지금 나에게 큰 근심이 있는 것은

내 몸뚱이가 여즉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지.

及吾無身, 吾有何患!

내 몸이 없어지는 일이 생긴다면

무슨 근심거리가 있겠어?

 

故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그런 까닭에 자기 몸처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천하를 맡길 수 있고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

자기 몸처럼 천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부탁할 수가 있는 법이지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내_마음대로_읽는_노자_도덕경, #미친척_하고_시작해_본다, #왕필이_겨우_스물세살에_뭘_알았으려나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