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째 찾아온 애기범부채

3년 전 우연히 이 꽃이 내게로 와서 피었다. 흡사 볏잎같은 모양의 풀이 다른 화분의 빈 틈에서 자랐다.

무심코 뽑아버리려다 아무래도 풀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 어느 날 아주 새초롬 어여쁜 꽃이 실낱 같은 대궁 끝에 매달려 피었다. 참으로 기이하고 경이로웠다. 올해는 더욱 많은 꽃이 피고 진다. 한 달에 서너 번 물만 주는 내게 이다지 아름다운 선물을 주다니 너무 큰 감격으로 가슴이 벌렁거릴 지경이다.

이렇듯 너무나 우연한 선물은 다분히 교시적이다.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게하고, 더 잘 살아야겠단 각오도 다지게 만든다. 늘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은 내게 과분한 선물이어서 스스로 참회의 시간을 갖게 만드는 이 꽃들은 우연보다 필연적 관계가 되었다. 

 

그 때 내가 살았던 시골은 새가 유난히 많았던 마을이었고, 2층의 야외에 두었던 화분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새가 나에게 준 선물은 또 있었다. 바로 도라지 4포기. 지난 겨울 마당가 화분에 두어서 얼어죽었겠거니 했는데 지금 싱싱한 새싹을 쑥쑥 올리고 있다. 밭에서 자라는 도라지에 비해 키도 작아 볼품 없지만 흰색과 보라색 꽃은 아주 곱게 핀다. 

애기범부채와 도라지는 3년 째 나와 더불어 사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지난 해 올린 기사를 보고 씨앗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아주 자잘한 까만 씨앗을 받아 뿌려놨지만 통 싹이 안 난다. 야생화인 이 꽃은 인위적인 생산방법을 거역하는 것 같다. 작년에 찍은 도라지꽃을 기사에 올리지 못해 미안했는데 올해는 잊지 않고 세상에 보이리라. 

▲ 애기범부채

 

편집: 양성숙 부에디터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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