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한겨레주주독자모임]
2006년 4월, 내(필자, 창간주주 이미진)가 만든 이 모임이 11년 째를 넘어섰다.
당시 주주센터 이동구에디터님과 홍세화선생님이 비행기로 날아오셔서 힘을 실어주셨다. 경주와 포항의 중간 지점인 안강, 아주 허름한 식당에 5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
"보수의 본향에서 너무 외로웠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말동무가 너무 그리웠다" "한겨레와 '빨갱이'를 연계시켜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너무, 너무, 너무 서로가 그리워 모인 이들이었다.
대다수 자발적 자생단체가 그렇듯 차츰씩 그리움이 식어갔다. 1년을 넘기면서 평균 열 명 내외가 모여 오늘에 이르렀다. 매월에서 격월로, 다시 매월, 모임 방식도 몇 차례 번복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일정에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매월 넷째 토요일로 정해졌다.
그 때 장년은 노년이 되어가고, 초등 저학년이던 아이들이 자라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들은 더러 결혼을 했고, 아이의 돌잔치를 한다. 한겨레 창간 당시, 숱한 역사적 굴곡을 생생히 보아 온 우리들 평균 나이는 50세 전후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 모임은 날로 젊어진다. 서른 후반과 마흔 초반이 잎 푸른 나무처럼 곁을 함께 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잎새처럼 젊음은 청정하며 성성하다. 무엇보다 바른 언론을 지향하는 것은 바른 정신의 소유라야 가능하다. 한겨레 정신답게 우리는 학력이나 재력, 사회적 명성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장삿꾼, 의사선생님, 농삿꾼도 모두 대등한 관계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반목 없이 다정한 관계다.
지난 4월 29일 모임에 귀한 세 분이 회원 가입을 했다. 잘 무장된 민주정신의 이타심으로 노란리본을 줄기차게 달고, 사드반대 푸른리본까지 더해 안강읍에서 당당히 버티는 이영식(62세)님, 동시집 '넌 어느 지구에 사니?'(2015년 문학동네) 출간과 더불어 아동문학가로 등단한 박해정(42세)님, 농촌의 미래를 맡겨도 좋을 튼튼한 체격의 농삿꾼 송해실(36세)님.
5월엔 각자 도시락을 지참하여 포항 죽장의 물 맑은 산그늘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새소리 가득한 자연과 더불어 우리는 성큼 푸르러지리라. 세대차 같은 거 훌쩍 뛰어넘어 달려와준 젊음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
우리 한겨레, 절대로 늙지 않는 불로초처럼 빛나는 눈을 크게 뜨고, 세상 모든 진실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동녘 끝자락 경주와 포항의 '한겨레바라기'들의 소망을 저버리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우리들의 정신이 깨어있는 한 한겨레도 생명을 머금을 것이다.
지난 해 9월 야유회와 10주년 기념 우리집 식사모임, 촛불집회 참석, 송년회와 올해 4월 모임 등 함께 묶은 사진들을 게재한다. 제때 기사를 못올린 이유는 조금 바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나의 게으름 탓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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