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스님이 3일 초파일을 맞아 거처하고 있는 월악산 보광암에서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을 거행했다. 이번 법회는 종단에서 제적 된 후 수원 행궁 거리법회에 이어 열린 두 번째 법회다. 단지불회 근본도량인 보광암에서 명진스님은 "4년만에 다시 부처님 오신 날 법회를 하게 되어 만감이 교차한다"며 법문을 열었다. 

▲ 월악산 보광암 마당에서 법문하시는 명진스님
▲ 법회에 참석한 사대부중을 위한 명진스님의 축원

"남 욕만 하다가 모처럼 염불도 하고 정식으로 법회 예식을 올리자니 4년전 이 자리 법회에서 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날이 아니고 부처님이 우신 날이다라고 한 기억이 난다. 사실 조계종단 돌아가는 꼴이나, 세상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서 부처님은 지금도 울고 계실 것이다. 지난 주말 화려한 연등 축제 행렬이 종로 일대 도심을 누볐지만 등을 밝힌 이유가 내 몸을 태워서라도 세상의 어둠을 밝히겠다는 것인데 부자 등은 다 꺼지고 가난한 사람들의 등만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꼴이다."

▲ 법회 참석불자들이 명진스님께 법문을 청하는 청법가를 부르고 있다.
▲ 봉은사 주지 시절부터 사회를 도 맡아 온 전 kbs 성우 길나영씨. 현재 프리랜서 활동 중...
▲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 예식...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탄생하실때 제석천황등의 신들이 천계에서 가져온 오색향수로 아홉마리 용이 부처님을 목욕시켰다는 탄생설화에 근거한 것 임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의 의미가 화려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얻기 위함인데 우리 인간의 욕망과 집착은 불을 향해 죽을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이 욕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형번호 503번을 달고 감방에 있는 박근혜와 그의 공범 최순실이다. 대통령까지 올라갔던 박근혜의 끝없는 욕망이 악업을 지었다. 더 어리석은 것은 지금도 503번은 자기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불교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자아도취에 빠져 세상을 어리석게 살고 있지는 않는가? 박근혜, 최순실 같지는 않는지? 나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그렇기에 끝없이 묻고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하며 살아야 한다. 저 유명한 소크라테스도 '내가 나를 모른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부처님도 오랜 고행끝에 어느날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서 알 수 없는 물음과 끝없는 번뇌속으로 몰입해 들어가 깨달음을 얻으셨다.

총무원장 자승이 욕망에 가득차서 세간 권력을 누리려고만 하는데 그 잘못을 지적하는 나를 제적하고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맘이 편치 않을 것이다. 조계종의 적폐 원흉은 자승으로 본다. 적폐의 대상인 권승들에 의해 제적을 당해서 괴로울 일이 없다. 부처님 오신 날 이렇게 햇살 좋은 마당에 앉아 초파일 법회를 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세월호 유가족 분들과 용산 참사 가족분들이 지난번에도 오셨는데 다른 여러분들이 또 오셔서 기쁘다. 한국 근대사에 기록될 최고의 참사로 마음의 슬픔이 거둬지지 않았을 터인데 이렇게 제 법회에 오신 것이 제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드린 것이 있기 때문이라면 부처님 앞에 큰 공덕을 짓게 되어 기쁘다."

▲ 세월호 유가족 네명 참석... 다영아빠 김현동씨,민성아빠 김홍열씨,민정아빠 깁병준씨, 창현아빠 이남석씨...
▲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 따님과 외손녀
▲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 신학림 전 미디어오늘 대표
▲ 아이들에게 책 사인 중...

 

명진스님은 "마지막으로 세상 당부를 더 하자면 사드배치 문제는 남과 북이 다 망하자고 하는 짓이다. 권력자들이 끝없는 어리석음으로 나라를 망치게 하는 일에 죽자고 덤빌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투표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꼭 투표하고 남들에게도 독려하자"고 법문을 마쳤다. 

▲ 두평 남짓한 작은 법당에서 불자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차 끓이는 다기외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명진스님의 거처가 소박하기 그지없다.
▲ 보광암 암자 옆 작은 약수터...
▲ 월악산 입구에 있는 신륵사 기도암자엔 국보 신라시대 3층 석가탑이 있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이요상 주주통신원  yoyo0413@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