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간다. 방문자로서 한국에 갈 때면 그때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느낀다. 우선 한국사회는 항상 바쁘고 빠르게 흘러간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어떤 물줄기가 독특한 모습을 보이며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매년, 매달 혹은 매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심을 갖는 것이 바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갔을 때 제 1의 물줄기는 당연히 위정자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곧 다가올 대선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은 형이라 부르지만 군 시절에 같이 일했던 선임 장교를 만나러 국방부에 갈 일이 있었다. 그날이 마침 박근혜가 구속되던 날이었다. 삼각지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왔더니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었다.

‘천안함 7주기, 당신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한국당

그게 그렇게 보기 싫을 수가 없었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곳인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종북세력에 사주 받았다고 하며 박근혜 탄핵을 두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울부짖던 곳 아닌가? 세월호도, 탄핵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처럼 조장하고 3년 전의 세월호는 언급조차 하기 싫어하면서 7년 전의 천안함을 잊지 말자고 하니 그 뻔뻔함에는 쓴웃음조차도 아까웠다.

천안함에서 죽은 그 군인들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군 생활 중이어서 그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밤늦게 걸린 비상, 전투준비태세로 완전군장을 하고 몇 주 동안 전투복을 입고 생활하고 취침했다. 징병제 국가에서 나는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장병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안보에 대한 경각심과 무서움도 크게 느꼈다.

자유한국당에서 천안함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은 보수집단의 애국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표를 잃지 않기 위해, 보수표의 결집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이든 바른정당이든 자기들이 서로 보수의 적통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과연 진정한 보수일까?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는 아주 쉽다. 자신과 의견을 달리 하는 자, 특정 지역에서 온 자는 빨갱이로 몰아붙이면 된다. 자신들의 흠이 드러날라치면 북한문제로 주제를 돌려 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왔음을 강조하면 된다. 이렇게 북한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랄 노인들의 표를 손쉽게 얻는 것이다. 박근혜가 구속되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천안함을 들먹이는 것도 그것 아니면 자신들의 표를 구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공포를 확산시키고, 북을 반복적으로 들먹이며 몇 십 년간 쉽게 당을 이끌어온 대한민국 보수당은 발전이 없었다. 친일파 후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면서 국민을 쉽게 기만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을 수십 년 보아온 우리 국민들은 한국의 정치판이 더럽다고 생각했다. ‘그 놈이 그 놈이지’ 전략에 휘말려 정치판에 무관심해졌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박근혜 같은 대통령을 뽑게 했고 홍준표 같은 대통령 후보가 나오게 했다.

박근혜가 탄핵된 이틀 뒤 명동에서는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를 보았다. 그 많은 보수라는 사람들의 외침을 보면서 현실을 보려 하지 않는 귀 막고 눈뜬 장님이라 생각하니 솔직히 청년층에 속하는 나는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 동안 보수당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천안함 얘기를 들먹이는 것도, 세월호에 대한 망언을 쏟아내는 것도 결국 목적은 똑같다. 순수하지 못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려 함이다.

격동기를 겪어보지 않은 내가 가지게 된 짧은 견해로는 대한민국의 보수는 정화능력이 없는 정수기와 같다. 자기반성과 쓴 소리 할 줄 모르는 집단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해지며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대한민국의 ‘보수’라는 것에 굉장히 실망했으며 홍준표 같은 사람을 후보로 내는 것을 보며 대한민국의 보수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아직 멀었고, 국민의 정치적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도 여전히 크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바른정당이라는 또 다른 보수가 존재하기는 하나 신생아와 같아서, 기회주의자들인지 진정 보수다운 보수들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아직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보수는 더 아프다.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선 여러 가지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듯, 정치가 건강해지기 위해선 진보와 보수 모두 중도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 한쪽이 너무 썩어있는 상태에서는 둘 다 같이 욕먹고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는다. 진보는 죄도 없이 더러운 보수의 반대편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보수가 좀 더 자정능력을 갖고 빨갱이와 안보라는 무기 말고 좀 더 진정한 보수의 무기를 갖고 경쟁을 해야 대한민국이 덜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자유한국당이 온라인에 띄운 대통령선거 홍보물(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다음번에 한국에 갔을 때는 어떤 분위기일지는 모르겠으나 ‘헬조선’이라는 말보다는 ‘더불어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 선관위 "자유한국당 '인공기 홍보물'은 위법"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93433.html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한결 주주통신원  davesens223@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