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6월 28일 수요일 늦은 7시, 경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 2층 민주노총 경주지부 회의실에서 경북노동인권센터(가칭) 창립 준비를 위한 발기인 회의가 있었다.

경주시의 민주노총 분야별 지부장, 한국농민협회, 환경연합, 전교조 대표, 언론사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서울과 대구의 민변, 경북대와 대구대, 대구과학대의 교수님, 대구와 경북의 노무사 등 약 80여 명이 이른 더위를 떨치며 모였다.

경주와는 각별한 인연을 가진 권영국 인권변호사가 변화의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구조화되어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 특권과 반칙, 그로부터 파생되고 있는 각종 부조리한 관행과 문제들을 성찰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대중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부조리와 불평등을 걷어내고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루어낼 때 비로소 사회개혁은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 작은 남자의 큰 포부는 근년에 들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 십 년 한결같은 소신과 신념은 그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신뢰로 쌓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대구경북의 사회정치적 보수성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중략) '경북노동인권센터(가칭)'는 지역 현안 문제들에 대한 참여와 연대를 기본활동으로 하고, 법률사무소와 연계하여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상담과 변론 등 다양한 법적 조력도 함께 진행하고자 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우렁차게 정의를 외치던 이 사람으로 인해 경북과 경주의 변화가 작은 소용돌이로 시작될 기미가 보인다.

물결은 동심원으로 번지게 마련이다. 늘 변화를 두려워하는 수동적 보수성에서 능동적 자발성을 발견해내는 일은 무척 의미가 깊다.   

노동, 농민, 인권, 환경, 청소년, 여성, 장애, 이주민, 평화, 통일, 중소영세상공인, 복지, 지방자치 등 광범위한 사회문제 등을 함께 고민하고 개선지원하며 연대할 계획이다.

7월에는 모든 분야에 걸친 인권 관련 자문과 상담을 위한 법률사무소도 경주에서 개소한다고 한다.    

세상에 그저 오는 일은 없다. 5년 임기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마구 달라지지는 않는다. 더구나 너무 견고한 적폐들이 쌓여서 화석화가 된 우리 사회다. 어느 시의원의 말처럼 바닥부터 천정까지 빠짐없이 철저히 부패했다는 한탄의 현실이다. 아예 부정과 비리가, 도덕이나 윤리처럼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날이갈수록 무감각해진다.

소수의 가진 자가 휘두르는 패권주의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한다. 다수의 시민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 기류는 후대에까지 대물림되는 게 뻔하다. 불의 앞에서 저항하지 않으면 스스로 노예의 길을 자처하는 것이다. 개선은 곧 발전이다.  

편집: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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