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미화원 아줌마들 교복입고 합창대회 무대에 서다

소녀같은 미화원 최미자씨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메트로 환경이라는 회사에서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미화원입니다.

저희 회사는 직원 수가 약 1700여명 정도 되는 큰 회사입니다. 저희 부서는 남자 4명, 여자 14명 총 18명이 근무 하고 있습니다. 비록 청소를 하지만 회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동료들과 즐거운 직장생활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는 서울시에서 후원하고 '화장실문화시민연대'에서 주최한 제1회 공중위생관리인 합창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합창단 이름은 '해피바이러스'입니다.

행복한 바이러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 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단원들은 총 12명, 남자 1명과 여자 11명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단원들은 대부분  60대입니다. 우리가 부른 노래는 '나는 못난이'였습니다. 

청소일 하는 틈틈이 점심시간을 쪼개어 노래 연습하면서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일하면서 의견차이가 나서 조금씩 토라져 있다가도 노래 연습할 때는 서로 손잡고 웃고 떠들며 보낸 시간들이 다시 한 번 그리워집니다.

합창단복은 옛날교복을 입었습니다. 60대 아줌마들이 교복을 입고 노래 부르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비록 합창대회에서 기대했던 상은 못 탔지만 두고두고 들춰봐도 미소를 짓게 하는 아름답고 소중한 멋진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런 추억거리가 생겨서 단원들은 너무 좋아합니다.   

그 옛날 교복입고 학교 가고 싶어도 가난해서 포기했고, 어느 집은 부모님께서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교복 입고 학교 가는 학생들 뒷모습을 부러워서 지켜보셨던 분들이 교복을 입고 노래했으니 가슴이 얼마나 벅찼겠습니까?

나이 예순이 넘어 교복을 입고 서울시청 합창대회 무대에서 노래 부른 것이 너무너무 꿈만 같았다고 지금도 합창대회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시는 동료도 있답니다. 평생 한을 나이 예순이 넘어서 푼 것 같다고 좋아하네요. 우리 아주머니들 멋지죠? 

저는 2004년 유방암 2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3주에 한 번씩 항암치료 8번 받고 방사선 치료는 30여 번을 받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단 생각도 수도 없이 했어요. 제발 아침에 눈뜨지 말고 조용히 가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기도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정말 이를 악물고 직장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픔과 고통을 잊으려고 남보다 더 열심히 쓸고 닦고 청소에 몰두 했습니다. 남에게 환자라는 표 내지 않으려고 겉으로는 밝은 표정 짓지만 혼자 있는 곳에선 수도 없이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지금은 완치 판정도 받았어요. 아픔을 잊으려고 내 몸을 열심히 움직이다보니 병도 자리를 못 잡고 도망쳐 버렸나 봅니다. 

청소 미화원 하면 아직도 무시하고 깔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들은 우리 직업에 대해 한번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저는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일이 좋습니다. 일을 하게 해준 회사가 좋습니다. 저희 회사가 바라는 대로 재해 없는 안전한 직장, 편견 없는 즐거운 직장을 저희들 스스로가 만들어 가고 있답니다.

이만하면 저희 회사 멋진 회사죠?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우리가 불렀던 ‘딕훼밀리’에 ‘나는 못난이’ 한 번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석락희 주주통신원은 현재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주)서울메트로환경 대표이사(사장)로 근무하고 있다.

편집 : 김미경, 박효삼 편집위원

석락희 주주통신원  sth195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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