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흔들리는 한반도지배전략

미국의 흔들리는 한반도지배전략

▲ <미국의 소리방송>에서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마침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일단, 미국 내 반북정치세력들의 소원을 풀어준 것처럼 보인다.

미국 내 반북정치세력들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을 해야된다고 가장 목소리를 높혔을 때가 2014년 소니픽처스해킹 사건 때였다. 해킹의 근거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막무가내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밀어붙혔다.

그들은 이어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이른바 '김정남 VX암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목소리를 높혔다. 북한이 타국에서 저지른 자국민 살해사건이기 때문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할 수 있는 결정적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6월 북한에서 석방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도 그들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연계시켰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이처럼 그간 미국 내 반북정치세력들이 벌여온 반북활동에 대해 인정을 해주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은 사실,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입법사항이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사항이다.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간단하게 테러지원국 명단에 넣을 수 있으며 뺄 수 또한 있는 것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는 나라가 받게 되는 제재는 총 4가지다. 무기 수출과 판매 금지, 군용이 될 수 있는 민간 물자의 수출 금지, 해당국에 대한 미국의 대외 경제원조 금지, 다양한 금융 및 기타 분야 제재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이 확인된다. 대충 보아도, 북한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들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이미 이중·삼중 제재 망에 둘러싸여있는 북한에 해당되는 대목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는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조치라는 것을 단번에 보여준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일까?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법적이라고 판단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 공격 지시를 받더라도 거부할 것"

이 놀랄만한 발언은 18일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 안보포럼에 참석한 존 하이튼 미 전략 사령관 입에서 나왔다. 4일 전 청문회에서 로버트 켈러 전 전략 사령관이 했던 발언과 똑 같은 내용이다. 트럼프의 핵무기사용 권한에 제동을 가하려는 움직임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터라 단연 톱뉴스였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하는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확히 드러내준다. 제아무리 통제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는 트럼프라고 하더라도 북한과의 전쟁은 엄두도 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렇게 군인수장들이 연달아 나서서 확고하게 쐐기를 박아놓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의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트럼프의 판단이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력 완성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과 맞물릴 경우 상식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 밖에 없다. 대화 즉, 평화다. 트럼프 보다 북한을 잘 아는 전직고위관리들을 비롯해 수많은 대북전문가들이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것들이다. 지난 94년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파괴하려던 계획까지 세웠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북한과의 협상에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로버트 갈루치, 최근 들어 가장 합리적인 대북전문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조웰 위트 등이 대표적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쌍중단이나 쌍궤병행론 역시 현실성이 없기는 해도 대화를 통한 평화라는 점 때문에 궤를 같이 하는 것들이다.

북미대결전의 역사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구도 속에서 전개되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비현실적 판단이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단순한 구도가 복잡하고 다난하고 장기적인 북미대결전의 실체와 본질 그리고 전망을 밝히는 데에 적절한 패러다임이 아니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그간 북미대결전의 역사는 북미대결전의 구도가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라 전쟁이냐 평화냐 긴장이냐라는 삼각함수로 구성되어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북한과는 전쟁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대화를 해서도 안되며 다만 줄기차게 긴장으로 가야한다는 것에 쐐기를 박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다. 미국이 오랫동안 구사해오고 있는 대한반도지배전략의 정수다. 미국에 있어서 한반도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 평화 또한 있어서도 안된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긴장이다. 일반적인 긴장이 아니라 보다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긴장이 한반도를 지배하려는 미국에게는 있어야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결국, 한반도지배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한반도지배전략이라는 것은 추상이 아니다. 고리타분한 원론도 아니다. 매우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시키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요구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사회 평화세력들의 우리민족끼리의 행보를 어떤 경우에도 저지할 수가 없게 된다.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해 트럼프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다는 문재인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정작 트럼프가 신뢰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구체적으로는 문재인의 남북관계 개선 행보를 미리 가로막기 위해 하게 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그러나 트럼프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사실, 매우 낮은 수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시켜 한반도지배전략을 공고히 하려는 트럼프에 맞설 힘을 우리민족은 이미 갖춰놓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의 몇 가지 지표를 공개적으로 제시를 했었다. 사진자료를 통해 보여준 전략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북극성3형과 ICBM화성-14형 그리고 리용호 외무상이 미 심장에서 언급한 ‘태평양상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등이 그것들이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다른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북한의 전자기파, EMP 공격이 그것이다. 울시는 20일에도 ‘미국의 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위성에 탑재한 핵무기를 100마일 상공에서 터뜨려 EMP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리적 핵타격 보다 훨씬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말을 첨언하면서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08년 처음으로 테러지원국 지정을 당했던 때와는 다른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한국의 국민들 역시 옛날의 한국국민들이 아니다.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을 때 이용했던 1987년 김현희KAL기 폭발사건을 비롯하여 2010년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천안함사건 그리고 미국의 반북세력들이 북한의 테러로 규정하는 2014년 소니픽처스해킹사건과 '김정남 VX암살 사건' 등에 대해 한국국민들은 근본적인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국민들은 더구나 지난 해 촛불혁명을 전개했던 국민들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한반도지배전략을 공고히 하려고 과거처럼 제아무리 별 수를 쓴다하더라도 우리민족끼리의 대세는 결코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북미대결전이 극강으로 치닫고 있는 현 시기 우리민족끼리는 분명, 너무나도 빛나는 보검인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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