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고조선2 환웅이라는 이름의 반역자

古記云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昔有桓因{謂帝釋也}   중화[昔]가 환인桓因{제석帝釋을 말한다.}을 첩[有]으로 삼았으니

庶子桓雄           서자 환웅桓雄은

數意天下貪        하늘[天]을 기억Renaissance[意]하게 하고 탐욕[貪]을 하사[下]하여

求人世           인간세상[人世]을 구求하리라 계획[數]하였다.

父知子           아버지는 아들을 교육[知]하면서

意下視三危太伯   패션쇼[視]를 베풀어[下] 거듭[三] 퀸카[伯]를 폐기[危]하고 출시[太]하면

可以弘益人間     가히 모방[以]하리니 人間(우아함)을 유행[弘]시켜 

                人間(헐뜯기)을 업그레이드[益]하자 계획[意]하다가

乃授天符印三箇    마침내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遣往理之          한물간 것[往]을 폐기[遣]하며 다스리게 하였다[理之].

(통론: ‘고기古記’에는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환인桓因(제석帝釋을 말함)의 서자 환웅桓雄이 있었는데 자주 천하를 다스릴 뜻을 품어 인간세상을 탐내고 있었다.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산三位太伯山을 내려다보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 하여 마침내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인간세계를 다스리게 하였다.)

 

雄率徒三千           환웅은 추종자 3000명을 거느리고

降於太伯山頂神壇樹下  태백산太伯山 정상의 신단수神檀樹 아래로 내려와

{卽太伯今妙香山}       {태백太伯을 죽이면[卽] 묘향산妙香山을 부활[今]하리라.}

謂之神市             신시神市(신의 도시)를 (인간의 도시로 바꾸고자)교육[謂]하였으니,

是謂桓雄天王也        그를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일컬었다.

將風伯雨師雲師而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가

主穀主命主病主刑主善惡 왕[穀]과 명命, 병病, 형벌, 선악을 주재하는 것을 척결[將]하매,

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   범인凡人들이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재하며

在世理化時有          세속[世]을 좇아[在] 교화[化]를 비판[理]하여 유有의 씨를 뿌렸다.

(통론: 환웅桓雄은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 아래로 내려왔다.{곧 태백산太白山은 지금의 묘향산이다.} 그 곳을 신시神市라 이르고 그 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고 이른다. 그는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식·수명·질병·형벌·선악 등을 주관하고, 모든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敎化하였다.

 

여태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신화는 무엇인가? 환인이 '홍익인간'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서자 환웅을 태백산으로 내려보낸다. 환웅은 신단수 아래에 신시神市를 열고 인간의 모든 일을 주관한다. .......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이러한 구호는 어느 지도자가 내걸 수 있는 슬로건이다. 그 공허함은 환웅이 신시를 열고 인간의 만사를 주재하였다는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늘의 아들이 강림하여 만사를 주재하며 인간을 구원한다는 이야기는, 기독교에도 불교에도 유교에도 있는 너무나 상투적인 서사다.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메시아'가 어떤 모습인지 영화 <아바타>를 보자.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인들은 강력한 화력을 탑재한 전투기를 타고 우주원정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아직 과학문명에 이르지 않는 나비Na'vi족이 사는 판도라 행성. 전직 해병대원인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프로그램이라는 훈련을 받고 ‘나비족’사회에 침투하여 그들을 회유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니, 나비족의 눈으로 보면 제이크는 하늘에서 강림한 화신avartar이다. 그렇다면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하늘에서 강림한 화신avartar’들은 인간의 곳간을 털어가는 신들(지배계급)의 앞잡이가 아닐까? 그러나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라는 화신도 있었음을 생각하라. 나비족 사람들의 환심을 사며 원정대의 원격조정에 따라 치밀한 작전을 수행하던 제이크는 점차 원주민 여인 네이티리를 사랑하게 되고, 결국 나비족의 전사가 되어 지구인원정대의 공격에 대항하는 결사항전을 주도한다.

그러면 환웅은 어떤 아바타인가?

신전에 충성하는 아바타가 아니라 하늘의 아버지(神)를 배반하고 땅의 인간을 도운 반역의 아바타였다.

환웅은 어떻게 인간을 도왔는가?

신이 주관하던 360여가지 일들을 인간 스스로 주재하게 하였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가져다주었다면 환웅은 '주체'를 가져다 주었으니, 광개토왕비에서 유리왕이 '자치[治]를 응원'하였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제 몇 가지 디테일을 짚어보자.

'석昔'은 '옛날'의 아니라 영원한 중화의 神이다. 「서경書經」 ‘요전堯典’ 첫 구절에 “중화가 요堯에게 장가를 들었다[昔在帝堯]”하였으니, 일연은 “중화가 중화의 울타리를 넘어 불가의 여인 환인桓因을 상대로 첩질[有]하였다[昔有桓因]”라고 조롱한 것이다. 왜 佛家를 기웃거리는지는 20화에서 '승려의 옷을 입은 선비' '도사의 옷을 입은 선비'이야기에 암시하였으며, 열하일기 '속재필담'은 3명의 부인(유교 불교 도교)과의 사이에 8명의 아들(팔기군)을 낳은 비치라는 이름의 수재상인이야기로 상습적으로 여인을 겁탈하는 중화를 풍자한다.

환웅이 서자라는 점은 주몽과 마찬가지이며, 앞으로의 반란을 암시한다.

"하늘을 기억하게 하고 탐욕을 하사"하는 것은 중화의 동굴―메마른 하늘[乾]과 금욕의 땅[坤]―을 탈출하여 까마귀낙원으로 가는 혁명의 방식이다.

그러나 환웅의 계획과는 달리 아버지는 가짜혁명(음양)을 계획한다. 공작새패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까마귀패션을 억제하면 공작새낙원은 영원하리라.

'홍익인간弘益人間'은 '弘人間+益人間'으로서 전자의 '간間'은 '우아함'이며 후자는 '헐뜯기'이다.

태백太伯(≒泰伯)은 오吳나라의 시조다. 주나라 태왕太王 고공단보와 정실부인 태강太姜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셋째아들 계력季歷의 아들 창昌(훗날의 문왕文王)에게 성덕聖德이 있음을 알고 왕위를 계력에게 물려주려 하자, 태백은 스스로 왕위를 양보하고 형만荊蠻(양자강 이남의 오랑캐땅)으로 은신하였다고 한다. 태백은 왜 왕위를 양보하였을까? 유한한 왕좌(乙)를 버리고 영원한 중화(甲)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므로 "태백을 죽이면 묘향산을 부활"한다는 말은, 영원한 중화를 파괴해야 다양[妙]한 인간을 '소통-결합[妙]'하는 사회가 도래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신화는 환웅의 두 가지 변혁을 제시한다. 하나는 신의 도시에서 인간의 도시로 사회를 바꾸는 일이며, 두번째는 인간 스스로 360여가지 일을 주재하는 '주체의 탄생'이다.

아버지가 준 세 개의 천부인(하늘의 부절을 상징하는 도장)은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는 세 개의 천부인으로 풍백 우사 운사를 지휘하여 중화의 깃털을 트리클다운trickle-down하라고 하였는데, 환웅은 그 천부인으로 풍백 우사 운사를 파면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 스스로 문화(有)와 가치(無)를 창조하는 세상을 열었으니, 환웅이라는 이름의 프로메테우스는 '유행의 기술'을 훔쳤다고 하리라.

문명은 유행으로부터 탄생한다. 그러므로 신화는 유행의 비밀을 터득한 자의 것이니, 이제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을 사유하며 곰과 범의 동굴을 상상하시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