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29~331일

 

▲ 날이 더워 보통 새벽 6시 전후 동이 틀 때 출발한다.

어느덧 7월 말이다. 하루하루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사막의 무더위 속을 몇 달 달리다 보니 이제 기력이 많이 쇠해졌다고 느낀다. 눈을 뜨고 길 위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진다. 오늘은 또 어떤 낯선 길에서 이 무더위와 체력의 고갈과 고독을 견디며 앞으로 나갈까?

지금 무위(武威-우웨이)를 향해 달리면서 노자의 무위(無爲)를 명상한다.

중국은 신 실크로드의 전략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일환으로 이곳 신장, 간쑤 성 일대의 도로를 선진국 수준으로 잘 포장해 놓았다. 도로는 선진국 수준인데 자동차문화가 오래지 않아 운전자 수준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 막 건설한 도로

내가 달리고 있는 312번 국도는 상하이까지 5,300km나 뻗어있는 중국의 척추와 같은 도로다. 그 옆으로 고속도로도 잘 깔려있다. 그런데 고속도로 요금이 비싸니 중국 화물차들이 거의 이 도로를 이용한다. 중국 화물차는 그 어느 나라에서 본 화물차보다도 길고 큰 공룡 같다.

▲ 312번 국도를 트럭과 달리면서

이 국도는 아직도 건설 중이어서 중간 중간 비포장도로로 연결된다. 이런 화물차들이 그런 길을 한번 지나가면 먼지구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버섯구름보다도 더 고약하게 일어난다. 내가 이곳에서 뒤집어쓰고 들이마신 먼지는 그 이전 것을 모두 합해도 모자랄 것이다.

▲ 이직은 비포장도로

중국에는 전기자전거와 전기오토바이가 많이 보급되어 웬만한 서민들은 이를 이용한다. 고속도로를 달려야할 화물트럭이 국도의 마을을 지나면서 울려대는 경적소리는 저승사자 노랫소리보다도 치가 떨릴 지경이다.

▲ 우웨시의 오토바이

달리면서 길 위에서 우주 원기를 받아들여 그 기를 보존하고, 신령한 기와 일체가 되는 정신수양과 몸의 수련을 쌓아 나 스스로 이제는 반 도인이 다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저 화물트럭과 버스 경적소리에 치를 떠는 걸 보면 난 도통하기는 애초에 싹수가 노란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일상에 아무 표정이 없는 중국인들이 다 도인들 같다. 아마도 이들에게 노자와 장자를 비롯한 훌륭한 스승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이런 길 아무데나 트럭을 세워놓고 웃통을 벗고 트럭 밑에 들어가 낮잠을 즐기는 모습은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바로 저런 거구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창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고, 방패는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는 모순으로 가득한 나라, 중국을 달리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급속하게 자본주의 길을 난폭운전하며 달리면서도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 길 어디에나 마을 어디에나 사회주의 구호가 어지럽게 난무한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단어는 그곳에 다 붙어있지만 나그네에게는 영혼이 없는 해골처럼 으스스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곳엔 서구에 대한 열망과 함께 중화주의 우월감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중국의 길을 달리며 노자의 평화의 길을 생각한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노자는 끊임없이 우리가 가는 길이 길이 아니고, 우리가 아는 그 이름이 옳은 이름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기가 길이 아니다’ 내가 달리는 이 길이란 본래 허허벌판이었을 것이다. 그 곳에 말이 달리고 낙타가 지나다니고 언제부터인가 아스팔트 도로를 깔았을 뿐이다. 사물을 이름으로 한정해버리면 더 이상 본래 그것이 아니다. 본래 무한한 그것을 한정시켜 버리게 된다. 길이 아니라 하니 가는 길을 되돌릴 수 없어도 자꾸 되돌아 생각하게 된다. 더 좋은 길은 없을까?

이 기나긴 여행 중에 누구를 만날지, 무엇을 배울지, 무슨 생각을 할지, 이 여행이 끝나면 무엇을 할지, 또 어떤 사랑을 할지,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소년으로 돌아간다. 네가 가는 이 길이 실크로드라 하지말자! 피스로드(Peace Road)라고도 하지 말자! 이 길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미래 소통의 길이 될 것이며, 최고의 여행 노선이 될 것이며, 모험과 사랑을 담아내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최선을 다해 한발 한발 내딛는 일, 그것만 하자!

도교와 유교는 중국의 사상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갈래 물줄기이다. 도교가 카오스(Chaos)적이라면 유교는 코스모스(Cosmos)적이다. 도교가 예술적인 자유에 관심을 두었다면 유교는 엄격한 사회적 예절과 도덕에 관심을 두었다. 도교가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여성적이라면, 유교는 완고하고 강하며 남성적이다. 하나가 민초들의 생각이라면 다른 하나는 지배계층의 논리를 대변한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우웨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전쟁 없이 평화롭게 잘 살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노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전쟁이 일상이던 시대였다. 노자가 그리던 평화나 중국 민중들이 염원하던 평화는 임금이 누구인지, 마을 원님이 누구인지 모르고 아무 간섭 없이 농사를 짓고 가족과 함께 등 따뜻하게 먹고 마시며 격양가를 부르는 ‘무위의 평화 상태’이다. 이러한 ‘무위의 평화 상태’를 민중들이 집단적으로 실현하면 ‘무위의 평화 공동체’가 이룩되며, 이게 잘사는 것의 요체이다.

노자가 바라는 이상적 국가는 서로 얼굴과 이름을 알고 살 수 있는 작은 나라이다. 지방분권이 잘 된 지구촌공동체를 의미한다. 노자의 평화는 오로지 백성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도록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일을 벌이고 전쟁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노자가 꿈꾸던 이상적 공동체국가는 학식이 중요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입을 것, 먹을 것, 살 것의 의식주 여건이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문화와 풍속이 좋은 평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노자의 평화사상은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생태 위기, 자원 고갈, 인종갈등, 사회 분쟁, 정신적 불안의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여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현실적 깨달음을 주고 있다.

달리면서 나는 끊임없이 이 길이 아닌데, 아닌데 끝없이 번뇌하며 평화의 길을 모색한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 우웨이를 향해 달리면서 만난 이정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7월 28일 우웨이 시내 중심가 지나(최소 누적 거리 11,318km, 중국 누적거리 2,380km / 중국이전 지역 도로와 중국 도로가 구글맵에서 아직 연결이 되지 않아 따로 붙입니다)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4,5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 강명구, 현지 동반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 주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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