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347~349일

8월 들판에는 온갖 곡식들이 익어간다. 벌판에 메밀꽃 향기가 코를 찌른다. 무더위 속에서 곡식이 익어가듯 평화마라톤도 알차게 익어갈 때다. 지금 초심을 잃고 흔들리면 뷔페 상 위에서 아무도 손이 안가는 음식처럼 버려질지도 모른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장인이 한땀 한땀 심혈을 기울여 명품을 만들어내듯 한걸음 한걸음에 더욱 마음을 기우려야 할 때다. 이제 저 멀리 대동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의 비린내가 바람타고 아련히 다가오는 듯하다.

▲ 2018년 8월 14일 만난 메밀밭

메밀밭 저쪽으로는 숫염소 두 마리가 삼각관계가 벌어졌는지 머리통이 터지도록 들이받으며 싸움박질을 하고 있다. 

▲ 2018년 8월 14일 만난 양들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을 따라 이동한 양봉업자들이 꿀을 따는 손길도 바쁘다. 길가에 벌통이 보이면 발길을 멈추고 조심하지만 오늘은 잘 못 걸렸다. 벌들의 나를 삼각관계의 연적으로 오인했는지 웽웽거리며 마구 달라붙는다. 허긴 내가 꽃내음에 정신 못 차리기는 한다. 큰일 났다 싶어 모자를 벗어 휘두르지만 중공군처럼 밀어닥치는 벌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다행히 바로 쫓아온 보호차량에 올라타 차 안까지 따라 들어온 벌들을 모자로 제압하고 나서야 사태가 해결되었다. 벌 두 방 쏘인 것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내 발걸음은 칭비엔(靖边县)으로 들어섰다. 

▲ 칭비엔의 모습

중국 화물트럭은 22개 바퀴가 달린 괴물이다. 이 화물트럭이 14억 중국인들이 먹고 입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을 실어 나르니 길 위에 화물트럭 숫자는 엄청나다. 이 커다란 22개 바퀴가 지나가면 용이 조화를 부려 구름을 만들어내 듯 없던 먼지도 만들어서 구름먼지를 일으켜 낸다. 아! 어쩌란 말이냐! 중국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이 괴물들과의 동행은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 22개 바퀴 화물트럭과 함께

그리고 다음날 달리다가 아스팔트에 박힌 못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사고가 났다. 도로에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다. 약해진 무릎에 가해진 충격은 의지만으로 이겨내기 힘들었다. 간신히 일어나 티슈로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차를 타고 이동하다 시골마을 보건소를 찾아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이제 평화마라톤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 정말 조심해야겠다.

▲ 2018년 8월 15일은 아스팔트 못에 걸려 넘어져 다치고 지역 보건소에서 치료받은 고단한 날

어느 날 느닷없이 중국은 G2가 되었다. 우리 이웃, 인구 14억 중국은 지금 한창 건설 중이다. 건설 중인 빌딩 숲에서 중국의 미래를 바라다본다. 중국 전 인민들이 30여 년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 예상보다 40년 일찍 G2가 되었고 심지어 곧 G1이 될 것이라 보는 이들도 많다. 그것은 우리에게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잘 대비하면 엄청난 시장을 바로 코앞에 두는 축복이 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화장품 하나만 이야기하자.

중국 14억 인구 중 반은 여자이다. 이들은 한국산 화장품을 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중국여자들의 대부분은 아직도 화장을 하지 않은 생 얼굴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 화장품 시장이 얼마나 커지겠는가? 아마 그 시기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올 것이다.

중국인들을 이해하는 몇 가지 주요 단어가 있다. ‘만만디(慢慢的)’가 하나요, ‘콰이콰이(快快)’가 둘이다. 거기에 ‘몐쯔(面子)’와 ‘꽌시(關系)’를 추가하면 중국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실 이런 단어들이 편견에서 나온 산물이고 편견을 유발시키는 좋지 않은 시각을 만드는 단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처음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단어 정도를 알고 있으면 편리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본 진짜 중국인들 모습으로 편견을 지워 가면 좋을 것이다.

‘만만디’는 ‘천천히’라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느긋하게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돈이나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에 관한 일이라면 ‘콰이콰이, 빨리빨리가 되는 게 중국인이다. ‘몐쯔’는 체면이다. 체면을 중시하므로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살려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꽌시’는 우리말의 연줄에 해당된다. 중국인들은 무뚝뚝하여 한번 친해지기가 쉽지 않지만 한번 인간관계에 신뢰를 가지면 만사형통이 되어 사업적 동반자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 국가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다. 역사적으로 대륙 국가로써 가장 융성하고 강했던 당나라 육상실크로드와 강력한 해양군사력으로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넘나들었던 명나라 정화장군 남해원정대의 해상실크로드를 연결한다는 것이다. 육상과 해상을 연결한 실크로드 경제벨트로 21세기 중국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구상은 그 옛날 최고 책사로 불리던 제갈량이나 장자방을 능가한다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왕후닝(王沪寧) 주임이 입안했다.

21세기 중국 국가전략으로 ‘일대일로’보다 더 좋은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절묘한 전략이다. 중국 역사 상, 이보다 더 이상적이고, 중국 국민의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주변국들과 경제적, 사회적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전략은 없었다. 2017년 현재 65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대일로’가 성공할 경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일대일로’에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국판 마샬플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궁핍해진 유럽경제를 살리기 위해 4년간 16개 국가에 130억 달러를 쏟아 부어 유럽경제를 회복시켰다. 미국 달러화는 이때 패권을 잡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하여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건설과 투자를 바탕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루고자 한다. 아무튼 왕후닝이라는 천재 책사가 만든 국가전략 ‘일대일로’에 의해서 지금 중국은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꿈을 이야기한다. 아태꿈(亞太夢)과 함께 유라시아꿈(亞歐夢)을 이야기한다. 그는 꿈을 말하면서 구체적 실천방안도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일대일로’를 중국의 새로운 패권 추구로 보고 경계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일대일로’가 유라시아 평화시대를 활짝 여는 큰 길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8월 15일 중국 Miaowan(庙湾)인근까지(최소 누적 거리 11,983km, 중국 누적거리 3,045km / 중국이전 지역 도로와 중국 도로가 구글맵에서 연결되지 않아 따로 붙입니다)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4,5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 강명구, 현지 동반자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 주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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