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2018년 출간. 저자 법학박사 신평)

세 번째 바보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2018년 발간. 저자 / 법학박사 신평)

▲ 세 번 째 바보는 슬픈 천재였다(프레시안 제공)

저자는 11월 23일 금요일 경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바보 1호”는 김수환 추기경님이시다. “바보 2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다. 여기, 또 한 사람의 바보가 있다. 1호 바보께서는 반민주적 독재의 탄압 속에서 오로지 종교적 진리의 편에 서서 인간애를 실천하신 분이시다. 수십 년 한결 같은 미소로 고요히 생을 마감하셨으나 우리 역사에 깊은 각인을 남겼다. 2호 바보는 뿔 달린 저항정신으로 길거리에 뛰쳐나가 날뛰며, 빈민을 위해 목청이 터져라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외치다, 대통령까지 지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어느 바위 아래서 전설 같은 이별을 고했다.

▲ 늘 지지하는 영원한 한편 부인 남정미님과 함께 인사

20여 년, 내가 아는 “바보 3호”는 자애로운 미소도 없고, 도깨비처럼 날뛰지도 않고, 자신이 속한 단체의 후진성과 부도덕과 모든 부조리를 차분하게 연구 분석하여 발설하는 내부고발자다. 그의 기준은 늘 정의로운 전투에 있다. 근데 극소수의 아군들은 벙커에 숨고, 혼자서 순백의 백마를 채찍질하며 전진한다. 드넓은 초원에 당당한 주연인 양 세차게 말을 몰지만, 그는 무척 외롭고 두렵다. 헛말이라도 담대한 투쟁정신으로 맞받아치지 못한다.

▲ 푸른 하늘처럼 그렇게

너무 정직해서 안타까운 그는 그래서 바보다. 자신의 우수한 고발정신을 아주 멋들어지게 포장하고, 선진국을 향해가는 과도기에 겪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그 무게와 여파를 과장할 수도 있다. 자신이 부르짖는 기치를 깃발로 나부끼며, 진정한 돈키호테처럼 과감히 이 나라의 법조계를 종횡무진 마구 들쑤셔 혁명적 투사로 남을 수도 있다. 마치 스스로 세우는 공덕비처럼 그렇게. 근데 그는 아군을 모으지 않아 일사불란한 패거리가 없다.

▲ 장정옥님의 시낭송

혼자서 거친 가시덤불을 헤치며 길을 내는 일을 한다. 수십 년 그 일을 하는 통에 온통 상처투성이다. 미운털이 그 상처마다 깃들어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도 그는 그 길에 서있다. 그는 조용한 관망도 아니고, 피 터지는 투쟁도 아닌 채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아 스스로 가시 면류관을 쓴다.

▲ 사회운동가 김상연님
▲ 노동이론가 하동삼 선생님
▲ 사회운동가 노영대님

일본 유학시절, 그의 젊은 날 일화다. 일본의 유명 법학자는 그를 두고 일찍이 천재라 명했다. 일어, 영어, 독어, 중국어 독해가 가능한 천재의 상처는 올바른 개혁의 변화로 치유될 것이다.

▲ 전 경주대 장윤익 총장님
▲ 남홍 전 문화원부원장님
▲ 상공회의소 회장님의 덕담
▲ (주)태광공업 손영태 대표님
▲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주한태 회장님
▲ 김상도 시의원님

그의 약력을 간추려본다.

1956년 1월1일생.

경북중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법대 및 동 대학원 졸업.

서울, 인천, 대구, 경주에서 판사.

미국, 중국, 일본의 대학에서 공부.

경북로스쿨대학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한일비교헌법연구회 한국회장, 아시아헌법포럼 창설.

시와 수필로 등단.

일송정 문학상 수상.

2018년 대한민국법률대상 수상.

대표저작: 「일본 땅 일본 바람(1992)」, 산문집 「키 큰 판사와 키 작은 아이들(1994년)」, 「한국의 언론개혁(2007)」, 「한국의 언론법(2008)」, 「헌법재판법(2011)」, 첫 시집 「산방에서(2012)」, 「로스쿨교수를 위한 로스쿨(2016)」,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2018)」 외 다수.

▲ 조관제 시인님
▲ GBN경북방송 황명강 시인

시인이며 수필가인 그는 무척 소심하고 섬세한 감성이다. 언성을 높이는 걸 본 적도 없다. 누가 봐도 글쟁이로 차분한 스타일, 영판 쫄보다. 그런 그의 내면 중심에 수 십 년 간직한 시리도록 투명한 순수의 다리 하나 있어서 그게 그의 방향성이며, 정체성으로 우뚝 서 있나보다. 그의 가슴 속을 지배하는 정교한 다리는 자신의 명예나 출세를 위한 가교가 아니다.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를 보고 느낀 부조리한 진정성을 고백하는 길이 된다. 정치부터 사회 각 분야의 투명성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시하는 경제가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에서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세상사 모든 걸 다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한 여자는 남편에게 운전연수를 받다가 “15년 간 옆에 타고 다녔으면서 운전을 그 따위로 하느냐?”는 핀잔을 숱하게 들었다. 며칠 후 이 여자는 배추 세 포기를 사다가 남편 앞에 내동댕이쳤다. “내가 만든 김치를 15년 간 먹었으니 이 배추로 김치 담아 똑 같은 맛을 내라!” 누구나 자기가 속한 어느 분야에는 능숙하기 마련이다. 내부에서 어떤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내부를 알아야 바로 잡는다. 그게 곧 집단적 성찰이며 건강한 국가 발전이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끼리끼리 모여 패거리문화를 창출한다. 지긋지긋한 연고주의와 거기에 비례하는 상명하달의 군대식 문화까지 합세해 파벌을 생성하고, 이기적 증오심을 공유하고, 새파란 세대까지 이 끔찍한 문화에 젖어들며 대를 잇는다. 한 시대를 이끄는 책임 있는 지식인들이 저들끼리 똘똘 뭉친 사회 각 분야마다 정의보다 부정의한 의리가 우선하기에 우리나라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다.

우리가 모르는 전문성으로 부당함을 바로 잡고자하는 내부고발자! 이들이 있어서 썩어 문드러진 부정부패들이 백일하에 드러나 심판 받고, 그래야 진정한 민주적 인본주의가 발달하는 것이다. 국격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장하는 진보적 가치에서 완성된다.

그는 디케의 저울을 든 인간 내면의 나약함을 깡그리 알아차리며, 홀로 왕따의 길을 걸어왔다. 잘못은 반드시 고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단한 노력으로 변화하는 건 무척 진취적인 진보의 길이다. 더구나 학자라면 후대를 키우는 일이 곧 국가를 조직하는 밑거름의 터전에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교수 스스로가 썩어있으면 그 지식은 제대로 발아하지 못한다. 그의 글에서 ‘책임’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뇌압이 오르고, 울컥했다.

탁류가 흐르는 법조계와 대학에서 그는 스스로 정수기가 되기를 자처했다. 근데 좀체 그 정수기를 거들떠보지 않으려한다. 타락한 이들이 쉽게 쓰는 개똥철학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폐수에서도 고기가 살지 않는 현실을 외면한 출세지향의 비겁한 이들 변명이다. 탁한 물을 거르는 필터의 역할은 여간 고단하지 않다. 그래도 참 용한 건 그가 팔리지 않고, 대여조차 거절하는 정수기를 꾸준히 선전하고 다니는 순진성이 아름답다. 그건 그 제품이 하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일이며, 친절한 제품설명서다.

▲ 이화리 소설가(필명, 필자)

한 국가의 구성에 가장 바르고 깨끗해야할 곳이 법조계다. 옳고 바름을 가늠하여 판단해야하는 단체의 구성원이 쓰레기 오물처럼 잡다한 악취를 풍긴다면 이건 충분히 나쁜 나라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하늘 아래 손꼽을 숭고한 업적이며, 천만 번 강조해도 모자랄 정성과 책임감이 따름에도 ‘야매’가 판치는 교육현실이다. 조직적이며 노골적인 왕따에서 온갖 억측과 조작된 공작에 외롭게 내몰리는 남편을 위한 아내의 헌신에 그만 한 차례 울고 말았다.

 

---(203P) 내부고발자들이나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에게도 그런 어두운 충동이 가끔 불쑥불쑥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충동이 올라오면 앞날이나 다른 것을 보는 눈이 갑자기 가려지는 듯 했다. 누명을 덮어쓰고, 세상의 오해에 시달리고, 로스쿨 교수들의 집단적 린치를 받아야했을 때 내 앞에서 빛은 사라졌다. 신앙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간신히 빛을 다시 찾아주곤 했다.(중략)

그랬다. 사랑 없이 그 어두운 진창길을 어찌 헤어 나오랴 싶었다. 올바른 길을 가려는 그의 기도는 무신론자인 내가 읽기에도 처절했다. 세상을 위해 뽑은 정의의 칼은 양날의 검이 되어 아이들이 베일 상처를 염려하는 아비의 심정도 곡진했다.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내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은 처절한 아픔이다(161P)”라던 그는 한 여름날 경북대 교수 명예퇴직 후, 제2의 고향으로 오래 전부터 정착했던 경주집에 내려왔다. 금슬이 유별한 아내와 텃밭 농사를 지으며 잠시 자연에 회귀했던 그가 지난 11월23일 금요일, 자그만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그는 인사말에서 조영래변호사님과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가슴에 새겼음을 고백했다.

법조계의 아웃사이더임을 익히 알면서도 외로운 그 길에서 돌아서지 않는 사람, “변호사 신평”이라는 관사를 머리에 썼다.

개소식에서 보았듯이 그의 사무실을 찾는 이들은 소외되고 억울한 소시민들일 것이다. 저 잔잔하고 올곧은 성품의 변호사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느라 지금보다 더 가난해지지 않았으면 바란다. 그래야 오가다 누구나 들어가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을 테니...

나는 이 책을 읽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집안일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우선적 지식인으로 일컫는 대학교수와 판, 검사들...그리고 온갖 거래와 배신과 응징과 협잡들...세상에 의롭지 못한 지식은 더러운 오물보다 더 해롭다. 오물은 슬러지로 압축되어 버려지지만, 악랄한 무리의 응집은 확장되고 대물림된다.

언제, 언제라야, 언제까지...... 국가의 중심인 법이 바로 서고, 법을 판단하는 이들이 현명하고, 법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양심이 맑아질까?

이 책은 온 가족이 다 읽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숨김없이 치부를 고스란히 보이고, 그들이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구축할 세상을 희망하고 싶다. 어른이어서 부끄러운 일들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라며, 지금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우리의 유산은 반성이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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