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에게 ‘학교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하나같이 ‘교장자격제를 폐지해야 된다’고 입을 모을 것이다. 교장자격제가 왜 필요할까?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뒷전이고 평생 점수 모으기로 교직생활을 하던 사람이 교장이 되어 학교를 경영하면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는가?  곁에서 지켜본 동료교사가 인격과 덕망을 갖춘 사람을 교장으로 선출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부끄럽게도 교장 자격증이 있어야 교장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런 모순을 개선하겠다고 교육부가 내놓은 카드가 교장공모제다.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이 교장자격제보다 선출보직제를 요구하자 교육부가 꺼낸 카드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이 없어도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이나, 사립교원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 관련 분야에서 3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그리고 교장자격증 소지자가 지원할 수 있는 ‘초빙형’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초빙형은 일반학교에서 교장자격증소지자만이 지원 가능하고, 내부형은 자율학교와 자율형 공립고교에서 교장자격증소지자 또는 자격증 미소지한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이 지원 가능하다. 개방형은 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중·고, 특목고, 예체능계고교에서 교장자격증 소지자 또는 해당학교 교육과정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다.

교원이 교장 자격증을 얻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교원이 승진을 하려면 ‘경력점수(70점)와 근무성적(100점) 연수성적(교육성적-27점, 연구실적-3점) 그리고 연구학교나 교육기관 파견근무와 같은 가산점(13점)을 합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한다. 경력평정점수 70점은 15년 기본점수에서 초과 5년이 만점이지만 경력등급이 가, 나, 다 경력이 달라 농어촌, 벽지를 찾아다니며 점수를 채워야 한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연수성적의 경우 교육성적과 연구실적 합계 점수 30점 만점에 자격연수 9점, 직무연수 10년 이내 60시간 이상의 연수점수와 전국규모 1등급은 1.50점 2등급은 1.25점 3등급은 1.00점 시·도 규모 1등급 1.00점, 2등급 0.75점, 3등급 0.59점… 박사학위 취득 3점, 석사 1.5점 등 복잡하기 이를 데가 없다.

가산점은 더 복잡하다. 교육부지정 연구학교 근무 1.25점, 재외국민교육기관 파견근무 0.75점, 직무연수 이수실적 1점 이내, 도서벽지 및 농어촌 학교근무경력… 0.000점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승진 점수, 자신의 승진 점수를 계산하며 철새처럼 근무해야 하는 교사는 과연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인가? 이렇게 복잡한 점수를 모두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학교장이 평정하는 근무성적이 나쁘면 승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학교운영에 대한 비판은커녕 교장의 마름(?) 역할을 하지 않고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

교장자격증철폐와 교장선출보직제시행을 위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장공모제를 넘어 학교 자치회 등의 학교 구성원들이 교장을 선출할 수 있는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과제 중장기 방안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최근 발간한 ‘유·초·중등교육분야 미래 교육비전 및 교육개혁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교원의 전문성 강화-교원 리더쉽 지원 체제 마련을 위한 정책과제에서 교장 선출·보직제 시행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 보고서에서 “교감도 부교장제로 교장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국의 교사와 학부모 등 2만 1000여 명이 학교장에게 자격증을 부여하는 현행 자격증 제도를 폐지하고 학교구성원이 교장(원장)을 뽑는 선출보직제를 도입하라는 내용의 입법 청원이 시작됐다. 전교조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정의당의 윤소하의원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만 758명의 입법청원서를 4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교육기본법」 제5조 제1항과 2항은 “국가 및 지자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실시 의무를 지니며, 학교운영의 자율을 존중하고 교직원, 학생, 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의 학교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는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수십년간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해 인격과 덕망을 갖춘 교사가 학교를 경영 할 수 있는 학교자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문재인정부는 교장자격제를 폐지하고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해 학교를 민주화할 수 있을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용택 주주통신원  kyongtt@daum.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